소개남이 여행광이라 거절했는데 저만 나쁜년 됐네요. : 네이트판

30대 초반 여자고 얼마전 아는 오빠 주선으로 소개팅을 했어요
근데 제가 소개남한테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라 답답해서 써봅니다

저는 메이저 공기업(가스,철도 등)은 아니지만 어쨌든 미래 탄탄하고 연금 나오는 공기업에서 6년 째 일하고 있어요.
서울 중상위권 4년제 대학나와 무난히 취업했고, 여행이라곤 대학생 때 1년 유럽 교환학생 다녀온 겨, 직장에서 일주일 해외연수 보내준 거, 그게 다입니다.

그간 저도 연휴끼고 그런 때 3일 4일 정도 일본, 대만 등 갈 수는 있었어요. 근데 제가 돈 모으는 것에 미쳐서 시간적 여유가 되어도 포기를 했죠. 공기업이라 탄탄하다고는 해도 월급이 아주 많은 편이 아니니 젊을 때 조금이라도 더 모아야한다는 생각에 그냥 여행을 포기한 거였어요.

근데 이건 제 개인적인 견해고,
다른 분들이 어떻게 살든 상관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한테 피해준 거 아니니까요.

근데 소개남은 얼굴이 꽤 잘 생긴 편이라는 것 외엔 딱히 매력적인 부분은 없는 사람이더라구요
분명 고등학교 교사라고 들었는데 알고보니 3년째 기간제 근무 중이시고(계속 1년씩 연장했대요), 나이도 저보다 4살 많으신데 무엇보다도 세계 여행을 2년이나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세계여행 할 수 있죠.
전 못한 일이니 부럽기도 해요 한편으론.
근데 그분은 그 세계여행을 위해 20대를 다 바쳐 학원강사로 일을했다고 하셨고, 목표금액를 다 모은 후엔 미련없이 그만두곤 여행을 시작했대요. 그리고 그 돈을 아끼고 아껴 2년 꽉 채우고 돌아왔다고 엄청 자랑스럽게 말하더라구요.

이 부분에서 제가 실망을 좀 했어요
전 결혼할 사람을 찾고있는 거였는데
여행에서 20대 때 모은 돈을 다 썼다는 점,
그렇게 여행을 하고도 토익 점수가 500점이 겨우 넘는다는 점(본인이 직접 말해줌.. 안 물어봤는데)
그리고 제가 대학생 때 1년 다녀온 교환학생에 대한 경험을 하찮은 걸로 생각하는 점
이 세가지 때문에 마음이 돌아서더라구요

저는 대학생 때 1년 교환학생 하는 동안 그 나라 언어를 꽤 많이 익혔고 그때 이후로 쭉 취미로 공부해 가끔 번역 일도 하거든요.
근데 그런 교환학생 경험은 틀에 박힌 주입식 교육을 받고온 것 뿐이고 나라를 바꿔가며 했던 2년 간의 여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식으로 말을 했어요

그러면서 소개팅하는 내내 본인 여행 다녀온 이야기, 어느 나라 하늘이 예뻤고 사막이 어쨌고.. 하나도 안 궁금한대 ㅜㅜㅜㅜㅜ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분이 했던 말이,
자기가 평생 여자 분 고생 안시킨다는 보장은 못한다, 근데 누군가와 결혼하면 자기가 여행지에서 얻은 깨달음을 유머와 섞어서 재미있게 만들어줄 수있다, 라고 하셨어요.
하.. 그냥 제눈에 그분은 2년 동안 놀고 먹고 오신거 같은데.....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나오니 그분이 애프터를 하셨더라고요
제가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사람같아 너무 멋있었고, 자긴 꿈을 키우는 방법을 알고 그쪽(저)은 현실을 사는 방법을 아니 좋은 조합인 것 같다, 만나보자? 이러시네요

그래서 전 바로 싫다고 했어요
전 꿈보다 저처럼 현실적으로 차곡차곡 이뤄놓는게 많은 분이 좋다. 누구씨는 꿈 많은 거 좋아하시니까 똑같이 꿈 많고 세계여행 다녀온 여자분 만나셔라, 그편이 더 말도 잘 통하실 것 같고 저는 그냥 현실을 위해 열심히 산 사람 만나겠다고요.

그랬더니 난리가 났어요
사람이 너무 똑같으면 부딪힌다나?
그래서 자긴 여행을 안 좋아하는 여자가 오히려 좋고, 자기도 여행 마치고 돌아와 임용도 계속 준비하면서 충분히 현실적인 사람이고, 자기랑 있으면 니가 못가본 세계 각국의 문화나 풍습에 대해서 평생 이야기해줄 수 있는데 뭐가 문제냐더라구요.

솔직히 씹고 싶었는데 주선자 생각해서 답장 했어요.
그쪽 2년동안 여행 다녀온 이야기 하나도 안 궁금하고, 전 제가 번 돈으로 직접 다닐테니 그런 얘기 듣는 거 좋아하는 분 만나라니까요? 라고요

그 이후로 바로 차단했고
주선자 오빠한테는 사과를 받았습니다
근데 그 사과가 그 남자의 무례함에 대해서가 아니라
기간제인걸 주선자도 몰랐다는 것에 대한 거예요.
이 오빠도 여행 다녀온거 대단한거 아닌가? 이러고 있어요 ㅜㅜㅜㅜ집이 금수저면 또 몰라 그런 것도 아니면서 ㅜㅜㅜ
결국 이 더러운 기분은 아무도 해결 못해줌 ㅜㅜ

제가 이상한건가 싶네요
전 제가 현실적으로 돈 모으고 노력해 이만큼 이뤄놨으니, 상대방도 저처럼 열심히 살았길 바라거든요.
꿈? 욜로? 젊은 날의 모험? 물론 대단하고 좋죠. 근데 제 배우자가 될 사람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인드고, 그 사람은 이 부분이 다르니 거절한 게 그리 잘못인가요?

전 솔직히 남 해외에서 놀고 먹은 얘기 안궁금해요
전 저랑 '함께' 여행갈 계획을 세울만큼 돈도 모으고 성실히 산 사람 원하는거지 이미 번 돈 다 까먹고선 저 만나기 전에 놀고 먹었던 '썰 만'남은 남자 싫어요ㅜㅜㅜㅜㅜㅜㅜ

여러분도 저랑 같은 생각..이시죠.??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