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시어머니가 영어로 말씀하시고 그걸 강요해요.

진짜 괴로워요...
근데 친구들한테 묻기도 참 내 얼굴에 침 뱉는 격 인 것 같아 묻지도 못 하겠고.
여기다 조언 좀 구할게요.

저는 결혼 5년차 주부고요.
친정은 멀고, 시부모님이 아기 봐주셔서 29개월 된 딸 하나 낳고도 일 계속 했어요.
작년에 시아버지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시고 난 뒤 지금은 회복은 됐지만 시어머니가 신경 쓰실게 늘어나 아이 봐주기 힘들어 하셔서
상의 끝에 직장 그만 두고 아이 보며 전업 주부합니다.


남편 회사 남은 연차 원래 연말에 돈으로 받을 수 있는데 올해는 연말 내로 다 쓰라고 권유받아서, 지난달 말에 시부모님 모시고 사이판을 다녀왔어요.

5박 중 3박은 리조트에서 쉬엄쉬엄 수영하고 스파 마사지 받고 수영장에서 애 물에 적응도 시킬 겸 밖에 안나가고 놀았어요.

나머지 2박은 시내에 리조트로 옮겨서 투어도 다니고 했는데요.
투어 예약하는 건 한국에서 한인 투어사이트 통해 예약 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었어요.
한글로 적혀있고, 카톡으로 상담할 때도 한국분이 해주시니까요.

가서 만나보니 사장님만 한국분이고 보트 운전이나 안전요원? 등 다 현지 사람들이었어요.
그래도 관광객 상대하는 분들이라 그런가 다 한국말 어느정도 쓰셔서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되니까 아~~무 문제 없었어요.
.




저랑 신랑포함, 시부모님과 아이 모두 사이판 가서 제대로 된 영어 한 마디도 안했어요.
식당 가서도 메뉴판 가리키며 디스원 플리즈 하면 주문 끝이고.
기념품 가게에서도 한국말로 도와주시고 한국 직원도 있었고.
리조트 체크인할때 한국말로 해주셨고.
가이드와 스탭 다 한국말 쓰고.
사이판인지 해운댄지 모를정도로 영어를 안 썼는데

투어로 섬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떤 한국인 커플이 저희와 같은 보트에 타는거라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와있으라던 시간보다도 5분?정도 보트가 안오길래 그 커플 중 여자분이 현지 스탭한테 물어보셨는데
영어로 묻고, 질문 한 뒤에도 영어로 대화하며 장난도 치고 그러시더라구요?
그거 보고 그냥 '저 여자 영어 잘 하네' 하는 생각 한번 하고 별 생각 없었거든요.
그때 당시엔 가족 중 아무도 그 여자에 관심도 없었던거 같았고요.


보트 타서 다른 배 먼저 보내는거 기다리고 있는데
딸이 물결따라 살짝살짝 움직이는 보트가 재밌었던지 막 까르르 웃었고
보트 운전하려고 기다리던 현지스탭이 딸이 귀여웠나 딸 보고 말을 걸었어요.
그분은 한국말 잘 모르시는지 영어로 뭐라뭐라 하시는데 딸이 부끄러운지 아빠 다리로 숨으니까 웃으시더라구요?
그걸 보고 그 커플 여자분이 또 막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했어요.
대충 듣기론 큐트 어쩌고 였는데 제 딸이 귀엽단 내용이었고.


보트에 타고 있던 다른 스탭분이 한국말로 "아기~이뻐~~" 라고 하셔서
제가 딸 손 잡으면서 "아저씨한테 감사합니다~해야지" 라고 말했거든요?
근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제 손 탁 치시더니 무식하게 외국인한테 한국말 쓰냐고 땡큐라고 해라 그러셨어요.
딸은 여전히 다리에 얼굴 숨기고 아무말 안하고, 저도 살짝 당황해서 가만 있으니
시어머니가 옆에 서있던 커플 여자분께
"애엄마가 너무 교양없이 한국말로 해서 미안하다 전해줘요~" 하시는거에요.

???
교양없이 한국말 쓰는건 어떤 건가요 진짜.
한국말로 이쁘데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하는게 미안하고 교양없는 일인가요.
어이없어서 쳐다보니 그 여자분도 당황했는지 웃기만 하고 따로 말은 안 전했어요.



이후에 보트 출발 하고 여자분과 딸한테 한국말로 말 건넨 현지스탭이 영어로 대화 좀 하셨는데.

시어머니가 다 들리는데도 큰 목소리로 새댁은 영어 잘하네 교육을 잘 받았네 어쩌네 애가 엄마보고 배울게 많겠네 아주 찬양을 하셨어요.

남편이 듣다가 집사람 영어 잘 한다고, 서류나 설명서에 있는 영어 뭔 말인지 읽는다 말하니까
그럼 뭐하냐고 말을 할 줄 알아야지 벙어리가 애 키우냐 하셨어요.


보트 금방 도착하고 해변에 세워서 내리는데 스탭분이 딸한테 "아기~조심조심~" 하시면서 안아 내려주셨고,
뒤에서 보시던 시어머니는 딸한테 땡큐 하라고 시키셨어요.
딸은 아빠품으로 숨어버렸고 저랑 남편이 내리고 나서 대신 땡큐하고 인사했어요.


난생처음 해외 나와서 처음으로 외국인 접했는데 애가 당황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제 생각이 짧은건가요
아직 말도 완전히 다 트이지 않은 애고, 어린이집에서 하이 헬로우 애플 이런거 배웠다해도
집안에서 엄마아빠 말고 진짜 외국인앞에서는 못 할 수도 있다고 봐요.
원래가 처음보는 사람한테 낯 좀 가리는 애라 더 그럴 수도 있는데.

시어머니는 딸한테 왜 말을 못하냐고 타박하며 땡큐 해보라고 몇 번을 시키더니 애 우니까 멈추셨어요.
이후에 저녁 먹는 자리에서도, 리조트 들어가서 맥주 마시면서도
"엄마랑 붙어 지내는데 엄마가 벙어리니 애도 따라한다"
진짜 거짓말 조금 보태면 못해도 이백번은 말하셨을거에요.

남편이 옆에서 엄마도 벙어리같이 있었으면서 그러냐고 하지말라 말해도 소용 없었어요.
진짜... 욕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데 말 해봐야 안통하겠다 싶어 참았어요.
.

남은 투어들 하면서도 스탭들 다 한국말 해주고, 저희같이 가이드 끼고 다니는 가족단위 여행객은 애초에 유창한 영어가 굳이 필요 없을 정도 였어요.
그냥저냥 여행 끝내고 한국와서 시댁 모셔다 드리는데 그때부터 우리 갈 때까지 계속 티비 영어채널 틀어놓으시고..


영어동요 테이프 사오셔서는 딸 앞에 틀어놓으시고 따라 부르시더라구요.
나중에 보니 영어동요 가사 밑에 한국말로 다 적으셔서 그거 보고 부르신거였어요.
그래도 할머니가 손녀 영어교육 시킬거라고 솔선수범 하시는 모습 좋아서
저도 가사 외우고 딸한테 들려주고 했거든요

이까지는 괜찮다 이거에요.
영어쓰는 현지가서 영어의 중요함을 깨닫고 솔선수범하여 교육하시겠다는데 말릴 이유도 없죠.


문제는 실생활에 쓰이는 단어도 영어로 바꿔 말하기 시작하시더니
저한테 영어 시험치겠다고 전화와서는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문장을 영어로 바꿔보래요.
그게 지금 2주 됐어요.
오늘 아침에는 "백화점에 가서 빨간 구두를 살 거에요" 였어요.

매일 하루에 두세번도 더 전화와서 저러시는데 뭐 한다고 전화 못받으면 부재중 막 5통씩 와있어요..
문장 어디서 들고 오는지도 모르겠고, 띄엄띄엄 대충 비슷하게 말하면 틀렸다고 본인이 읽어 주시는데.
못알아 듣겠어요.....
저 그래도 대학 나와서 일도 했었구요..
어느정도의 듣기는 되는 편인데..
어머님이 불러주시는 문장 바로바로 말 하진 못해도 대부분이 복잡한 문장은 아니기에,
영어로 들으면 뭔 뜻인지는 알아 듣는 정도에요.

근데 어머님 발음은 동남아 비하하는건 절대 아니지만 딱 그런 발음이에요 딱딱 끊기고 발음 문자 그대로 읽는..?
동남아분들은 제가 알아 들을수라도 있죠...
어머님은 발음을 한글로 바꿔서 그걸 읽으시니 진짜 어머님 원래 억양이랑 섞이니까 환장할 노릇이에요.

못알아듣겠다 말하면 이것도 모르냐고 잔소리 한참 하시다 끊어요...


저진짜 남편한테 하소연도 하고 남편도 전화 아예 받지마라 하는데..
남편이 시어머니께 화도 냈는데 시어머니는 손녀 영어 시키려면 며느리부터 교육 해야된다고...그 말만 반복하세요.

도움을 주세요 제발..
사이판가서 땡큐 한마디 못 시켰다고 이렇게까지 영어 해야하나요 30대 중반 들어서서..?
아니면 제가 너무 도태된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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