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괴담) 나와 귀신이야기 11 - 16 + 호수 1
- 공포 괴담
- 2020. 12. 11.
판 괴담) 나와 귀신 이야기 1 - 10 (초 스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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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괴담) 나와 귀신 이야기 1 - 10 (초 스압주의)
저는 가끔씩 귀신을 봅니다. 부모님(어머니쪽) 유전도 조금 있고... 어릴 때 저희집이 세 들어서 살던 집이 무당집이라서 그런 것 일 수 도 있구요. 어머니 같은 경우는 꿈에서 미래가 가끔씩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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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사람에게는 거의 말 한적이 없는데...
생각만 해도 그 때의 기억이 맴돌아서 닭살이 다 돋네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에요.
아버지가 산을 좋아하셔서 초등학교 때부터 따라다녔어요.
산 자체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산을 다니면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난’이라는
식물은 시각적으로도, 또는 아버지 비자금으로 큰 도움이 됐거든요.
당연히 저에게도 약간의 용돈이 굴러들어 왔지요.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 까지 대략 7~8년 이상 따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강제적으로) 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같이 다니는 아저씨 들 보다 훨씬
높은 안목을 지녔다는 자신감도 생겼죠.
그리고 그 날이였어요.
아마 죽을 때 까지 잊을 수 없을 꺼에요.
어느 때처럼 아버지, 나, 그리고 아버지와 같이 다니시던 친구 3~4분과 같이
산에 올랐어요.
기본적으로 모여 다니면 많은 난을 찾기에는 좋지 않기에, 갈림길이 나오면
한명씩 그쪽으로 가는 것으로 정해 놓고 한 분씩 빠지는 식으로 난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럼 12시쯤에 정상에서 점심 먹기로 하자.””
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제 차례가 오자 갈림길의 왼쪽 길로 빠지고
아버지와 몇 분은 다른 길로 향했죠.
어차피 자주 오르던 산이고 이쪽 길도 한 두 번이 아니라서 아무런
걱정 없이 길을 걸어갔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산 능선에 있을 때 해가 반대편에 떠 있으면 반대편 능선은 밤인 것처럼 어두운 것을요.
많이 어두컴컴했지만, 시계도 있고 이곳은 핸드폰도 통화지역이라서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많이 와서 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게다가 무기도 하나 가지고 있었어요.
길을 만들기 위한 조그마한 벌목도 말이죠.
그렇게 난을 찾으며 걸어다가가 제 눈에 처음으로 보는 길이 눈에 들어왔어요.
사람들이 오래 지나다니지 않아 조금 숲이 우거져 있기는 했지만,
분명히 길이였어요.
오랫동안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았으니, ‘좋은 난이 있겠다.’ 라고 느낌도 왔고,
그거있잖아요.
새로운 길을 제가 직접 탐험 한다는 모험심과 두근거리는 마음이요.
나이는 어리지만, 산 꾼 경력 7년 정도 되니 저도 어느 정도 감도 생겼다고 자신했죠.
아무튼 저는 그 감을 믿은 체 로빈슨 크루소가 된 마냥 손에 벌목 도를
꼭 쥐고 산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렇게 한 참을 걸어 들어 간 것 같아요..
오로지 땅만 보고 다녔으니...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서늘했던 것으로 기억나요..
분명히 8월이었고, 아버지랑 걸어왔을 때는 미치도록 더워서 지칠 지경이였는데...
하지만, 햇빛이 반대편에 비쳐서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시하고 걸어갔죠.
한참을 걸어 갔는데, 역시나...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요.
‘조금만 키우면 엄청 나게 돈이 될 만한’ 난이라고 아버지께서 말씀 하시는
그런 난을 찾아 낸거죠.
아버지께서 저에게 파란 이파리 몇 장을 주는 모습이 눈 앞에 비치는 듯 했어요.
진짜 저는 그 자리에서 너무 기뻐서 소리까지 질렀죠.
조심스럽게 난을 담은 후 가방에 넣고,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어요.
이제 정상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서 난을 보여 준 후 용돈을 받을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고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죠.
그렇게 왔던 길로 돌아갔습니다.
5분
10분
20분
‘어? 내가 이렇게 많이 걸어왔었던 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히 제가 걸어 왔던 그 길인 것 같았지만, 아무리 걸어도 아까
지나갔던 일반 등산로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아까부터 느껴지는 서늘함이 아닌... 오한...
순간 온도가 영하일 때의 그런 오한이 계속 느껴지고 있어요.
게다가 뒤에서 누군가가 쳐다보고 있는 느낌과 따라 오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거든요.
“아아!! 시원하네!””
두려움을 지우기 위해서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다시 걸어갔어요.
뭔가 제 목소리에 위화감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니 했죠.
그렇지만... 그 이후에 빨리 가는 제 모습을 봤으면 엄청나게
무서워 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그정도로 빨리 올라갔죠.
한참을 걸어도 길이 나오지 않아서, ‘길을 잃은 건가?’ 라고 생각하며
아버지에게 대략적인 위치를 물어 보고 좀 늦을 것 같다는 말도 남기려고
핸드폰을 들었을 때...
‘통화권 이탈’
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들어왔어요.
순간 등에 한줄기의 식은땀이 흘렀죠.
아까부터 계속 발소리가 들리지만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계속 잘못 들은 것일까요?
그렇게 한참을 걸었어요.
시계를 보니 벌써 1시가 넘어가고 있었어요.
빨리 정상에 도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리 빠른 속도로 걸어
올라가도 아까 내려왔던 길은 보이지 않았어요.
발자국 소리와 쳐다보는 눈빛, 그리고 기분 나쁜 오한은 계속되었지만요.
아무리 길을 잃었다고 치더라도... 그렇게 깊은 산도 아니었고,
몇 번씩 올라왔던 터라 대략 이 정도에 차가 다니겠다. 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즉, 제가 길을 잃을 이유가 없다는 거죠.
게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풍경도 조금 이상했어요.
나무모양이 조금 틀렸어요. 평소에 보던 것과는 완전히 틀렸죠.
위에만 우거지고 밑은 한산하다고 해야 하나? 보통 숲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의 빛은 새어 들어왔지만, 동굴 속을 탐험하고 있는 듯
햇빛조차 거의 비치지 않았고, 풀도 거의 없고 오로지 한 길만이 있는 빽빽한 나무들...
‘아까 이런 곳을 내가 정말 지나왔던가...’ 라는 생각을 했어요.
계속 가다보니 약간 이상한 갈림길이 나왔어요.
이러한 갈림길을 지나친 적은 없었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냥 제가 못 봤으려니 하고 넘기려고 했죠.
여기서 저는 오른쪽으로 가야 할 거 같았어요.
저는 일단 정상에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일단 하산하려고 마음먹었으니깐요.
아직 오후였지만... 정상에 오르려고 하다가는 체력도 빠져버리고
시간이 더 흘러 밤이 되면 조난이라도 당할 수 있었으니까요.
조난당하다가 귀신 만나고, 죽고...
뭐 전설의 고향에서 많이 나온 거 잘 아시잖아요.
그런 주인공이 되기는 싫었거든요.
보통 산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탔으니, 내려갈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큰길가가 나왔어요.
솔직히 말하면, 창피해서 말씀드리기 조금 그랬는데...
예전에도 거기서 길 잃어버린 적이 있거든요.
그 때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이
“길을 잃어버렸을 때 오른쪽으로 한 10분정도만 내려오면 큰길가가 보일 꺼야.‘
라는 말이 생각나 그렇게 하니 역시나! 큰 길이 나왔거든요.
그런 생각하며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약간 이상한 곳이 나왔어요.
무덤‘들’이 나왔어요. 아주 넓은 공간에요.
보통 무덤은 한두 개... 많아도 5~6개 정도가 있어야 적당하지 않을까요?
선산이라도 하더라도 말이죠. 게다가 말도 안 되게 넓은 공간.
제가 도착 한 그곳은 국립묘지 마냥 일렬로 쭉 늘어져 있는 그런 무덤이었죠.
그렇지만 여기가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제 눈에 비친 것은 정돈되지 않은 무덤위의 풀. 길이라고 생겼지만
도저히 알아볼 수 없게 덮여 버린 길.
그리고.
모든 비석이라고 생긴 것은 모두 깨져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었어요.
이미지확대보기
그 일렬로 백 미터 이상 늘어진 수십 개의 무덤의 장관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하였지만, 남자! 이 정도에 쫄 필요가 있나요. 라는 생각이
더 강했죠.
나중에 ‘아...이런 곳이 있구나...’ 라고 사람들에게 말해주기로 하고
약간 둘러보다가 빠져 나왔어요.
원래 지난번에는 10분만에 나왔는데...
그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왜 그러는지, 분명히 시계로 2시가 넘었는데 길은 나오지 않았죠.
이상했어요!
원래 정상까지 올라도 30분이면 오르는 그런 산이에요.
1시간을 넘게 내려왔지만, 길은 안 나오고... 웃긴건 이제까지 산 속을
돌아다녔지만 사람을 못 봤을 뿐 더러 동물, 아니 개미새끼하나 보지를 못했다는 거죠.
또 갈림길이 나왔어요.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 생각했죠.
1시간 전과 같이 오른쪽으로 향했어요.
혹시나 했는데... 너무 길이 비슷해서 의심하고 있었지만...
그 무덤가가 또 나왔어요.
넓은 그곳에 사람이라고는 나 혼자 밖에 없었죠.
‘이게 길을 잘못 든 거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죠.
핸드폰을 봤지만 계속 통화권이탈 중으로 나와 있었어요.
그 때부터 ‘귀신에 홀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무덤 입구에 서있는... 흔히 보기 힘든 큰 나무...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있었고, 그 바람소리에 맞춰서 나무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비명소리라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요?
게다가 나무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죠.
목덜미가 찌릿하는 그런 느낌.
그때 처음 느껴봤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 두려움의 표시랄까요? 아니면 이곳에 또 올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론적으로 아까 그곳과 이곳이 같을까? 라는 마음으로 그 큰 나무의
한쪽을 제 벌목도로 V자를 표시했죠.
혹시 예상하셨나요?
네 그래요.
또 그곳에 와 버린거에요.
분명히 갈림길이 나왔을 때 이번에는 혹시나해서 왼쪽으로 갔지만요.
난 반쯤 미쳐 버린 체 로 두려움에 떨면서 그 나무를 보았고...
V자를 보았습니다.
게다가...
바로 옆에 나는 그리지도 않았던, v자 한개가 더 그려져 있었어요.
깜짝 놀라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알 수 없는 바람만 불고 있을 뿐...
새소리 조차 들리지 않은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죠.
또 다시 왔습니다. 시간은 4시 가까운 시간이 되고 있었고... 계속 헤매고 있었습니다.
나무에 V자는 한개 씩 더 그려지고 있었고, 그와 맞춰서
죽음. 공포 라는 글자가 하나씩 머릿속에 새겨지고 있었어요.
한 개씩 더 그려질 때 마다 붉은 빛깔을 띄기 시작했어요.
난 그 때부터 어린아이가 된 것 처럼 비명을 지르고 아래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어요.
“아빠! 아저씨! 어디 있어요! 살려줘요!”라고 소리를 지르면서요.
작은 산이지만... 그렇게 소리쳐도 다른 사람의 말은 들려오지를 않았죠.
그리고 산에서 그렇게 불렀는데, 메아리조차 울리지 않았어요.
온 몸에는 땀이 미친듯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그만 큼 공포도 온 몸에서
빠져나오고 있었어요.
미친 듯이 아래로 내려갔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문득 다리가 늪에 빠져 버린 듯... 멈춰 버린거에요.
목이... 옆으로 천천히 돌아갔습니다. 제 의식으로 돌린 것은 아니었어요.
누군가의 힘으로 자신을 봐 주라는 그런 힘으로, 돌아갔고
그로 인해서 저는 옆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때 너무 힘든 나머지 헛것을 본걸까요?
제 눈에는...
그 무덤이 보였고... (엄청 뛰어 갔지만 다시 그 자리였습니다.)
그 무덤들 위에는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서 있었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기분이 좋은 듯 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그 들의 모습.
저는 그들과 같이 웃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그 때 제 모습을 봤으면... 울기 직전의 그런 모습을 봤지 않았을까요?
무덤 가운데에 내려 와 있는 사람은... 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옆에 남아 있는 공간에 내가 눕기를 바라는 게 느껴졌죠.
어떻게 제가 아냐 구요?
“이제 오면 돼. 여기서 절대 못 나가.”
라고 저에게 머릿속으로 말하고 있었거든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도망가야 된다는 그런 마음때문일까요?
다시 다리가 움직여졌고 미친 듯 밑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는 모르겠어요.
분명히... 제가 아래로 숲을 비집고 안 갔던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만...
그 때는 기억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내귀를 거슬리게 했던 발소리들은 귀신들의 발소리 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런 길은 없었습니다.
저것들이 나를 꼬시기 위해서 저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 난은... 나중에 보니... 그냥 잡초였어요.
난 완전히 속은 거죠.
옷이 찢어져도 얼굴에 상처가 나도 일단 그냥 뛰었습니다.
그렇게 한 참을 내려간 가다가 저편에서 큰 소리로 저에게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야! 거기서 뭐해! 멈춰!”
그 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멈췄어요.
간신히 옆에 있는 나무를 손으로 잡으며 멈췄죠.
정신을 차리자... 제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어요.
살면서 그렇게 죽음에 가까웠던 적은 없었어요.
제 발 밑에... 있는 것은...
10M가 넘는 낭떠러지 였어요.
그 들은... 제가 이쪽으로 내려가도록 유도한 것 한 걸까요?
제가 일부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은 것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산을 올라 온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잘 알고 있었어요.
이 산의 구조상 양쪽이 깎여 있어서... 좌우로는 진입조차 할 수 없었어요.
소리 친 사람은... 처음에 같이 올라왔던 아버지 친구분이였습니다.
그 분을 보자... 살았다는 마음과, 지옥같은 곳을 빠져 나온 안도감에
온 몸의 기운이 빠져 버려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어요.
그 이후 아버지 친구 분들이 기절한 나를 업고 산에서 내려왔다고 그랬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차 안 이였어요.
차안에 있는 분들이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 물어봤고
저는 그 곳에서 겪었던 말도 안되는 상황을 이야기 했어요.
“홀렸네... 홀렸어.”
제 말을 듣던 아버지 친구분이 중얼거리는 말로 스쳐가듯 이야기 했어요.
이곳에는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보통사람은 못 들어가고
귀신들만 갈 수 있다는 길이 있다고 말씀했습니다.
그곳에는 수 많은 귀신들이 모여 살고 있다고 하고...
일반 사람들이 잘못해서 들어갈 경우 빠져 나오지 못한다고 저에게 말했어요.
“자네 아들 못 볼 뻔 했네. 우리 당분간 산에 가는 것은 자제 하는게 좋겠네.”
나는 정말 그 길로 들어간 건지...
아무튼 그 이후로는 산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따로 귀신을
만나거나 그런 적은 없었어요.
흐음... 춥네요. 하하.
온몸을 감싸면서 그 동생은 나에게 말했다.
그 때의 충격이 다시 머릿속에 되살아 난걸까?
그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서 ‘앞으로는 별일 없을 거야.’라고 위로해 주었다.
생각 해 보면 나는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적이 있었다.
군대에서 우스겟소리로 한 고참이 저에게 자기 동네 근처에서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말한 적도 있었고,
친하게 지냈던 아저씨가 과거의 공포이야기라면서 이야기 해 준적도 있었다.
그 외에도...
산에 올라간 다고 집에 나가서 안돌아 오는 사람.
성묘를 위해서 올라갔다가 차 만 남겨진 체 다시는 못 오는 사람.
그런 소문이나 직접 겪은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귀신이 사는 곳과 통하는 길이 있는 산은... 엄청 많지 않을까?
나도 그곳에 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을 겪는다면...
말라버린 침이 목에 넘어가는 것을 느꼈다.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길을 걷고 있을 때, 새로운 길이 보인다.
누군가가 걷지 않은 길을 걷고 싶은 모험심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두근거림.
무심코 그 유혹에 넘어가 그 길로 들어 갈 때 볼 수 있을 것이다.
길 좌우로 수 많은 귀신들이 들어오고 있는 나를 쳐다보면서. 새로운 친구가 오는
기쁨에 살며시 미소 짓는 모습과
그리고 나를 어떻게 죽여야 할까 생각하며
그 말라버린 눈을 굴리고 있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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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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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처음으로 알 수 없는 것을 만나게 된 것은
기억이 있는 것만 하면 유치원 때부터 되겠군요.
언제나 유치원을 갔다 오거나 할 때 제가 위험할 까봐 문 앞에서
언제나 기다려 주시던 흰머리의 인자한 할아버지.
그분은 저희 집이 세 들어 살던 직업을 무당을 가지신 (큰 방 할머니라고 불렀습니다.)
할머니의 신이셨습니다.
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해서 유치원 가는 것을 빼고는 밖에서
놀지 조차 못했던 저였습니다.
(일반 친구들 보다 10cm 정도 작다면 이해하시겠죠?
당시에는 힘과 덩치가 우선하던 나이니깐요.)
동생도 제가 5~6살 때면 고작 1~2살이여서 같이 놀지도 못했죠.
주위에 또래 친구들은 많았지만요.
그래서 읽었던 것이 책 이였습니다.
책을 읽게 된 경우도 할아버지께서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넌 앞으로 책을 가까이 해야 하니 지금부터 읽어야 한다.’ 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어떻게 기억 나냐고요?
이런 저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아니라고 해서 남도 그러겠지
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저는 3~4 살부터 기억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만…… (모두 모여서 고기 구워 먹을 때도 옆에 계셨습니다.)
우연히 그 큰방 할머니에게
“할머니! 할아버지 어디 있어요?”
라는 말에 할머니께서 흠칫 놀라더니……
“다른 사람 있을 때는 그런 말 하지마. 그러면 다시는 할아버지 못 볼 수도 있어.”
라고 말씀하셔서 그 이후로는 그런 말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제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어릴 때도 들었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 오던 저는 왠 아주머니가 골목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동네가 조금 이상해서…;;
골목길을 한참을 들어가야 (한 200m?) 저희 집이 나왔거든요.
그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던 겁니다.
제가 골목길로 들어가자 그 기분 나쁜 아주머니가 저를 따라 왔습니다.
따라 오면서 저에게 계속 말을 걸었죠.
“야! 내 아들 해라. 너 같은 애 가지고 싶었어. 이 아줌마가 맛있는 거 사줄테니까.”
당연히 저는 말 잘 듣는 아이였습니다.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많은 세뇌를 받았었죠.
저희 집에 거의 도착 할 때쯤에는 거의 빌다시피 저에게 애원을 했습니다.
그냥 한번만 같이 가자고…… 네가 좋아하는 거 모든지 다 사 줄 수 있다고…
그러다가 집 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는데 언제나처럼 할아버지께서 서 계셨습니다.
언제나 인자했던 할아버지였지만, 그 때처럼 무서워 지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대략 지금 생각하면 70~80대의 흰 백발의 할아버지셨는데…… 놀라운 속도로
(지금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뛰어 오시더니 그 아주머니를 사정없이 때리시더군요.
“야! 이 X년이 어디서 수작이여! 수작이! 개XX 같은 X이…”
(실제로는 더 심했습니다……)
엄청나게 두들겨 맞은 그 아주머니는 울면서 반대쪽으로 걸어가는데……
중요한 건… 벽을 뚫고 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인자한 할아버지로 변하셔서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아직 어리니…… 별 잡것들이 너를 홀리려고 하는 구나. 걱정 마라.
다음부터 저런 잡것들이 말을 걸어와도, 너를 따라와도 지금처럼 그냥 무시하면 된다.”
(지금은 표준어로 쓰지만 굉장한 사투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외에도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유명한 무당이셨습니다.
솔직히 이제까지 수 많은 무당이라고 자처 하시는 분들을 봤지만,
당시에 그분 보다 대단한 분은 한 명도 못 봤습니다.
(주역, 명리학 등 학술로 공부하신 분들 제외입니다.
제대로 공부하신 분들은 하하하;;; 대단하다는 말씀 밖에 안 나옵니다.)
여담으로 말씀 드리면 지금 있는 대 부분의 무당이라고 자처하시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은 90% 이상이 거짓입니다. 부적? 천도제? 굿?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세요.
그거 대 부분 보너스를 타기 위한 수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엄청나게 용하신 무당 분께서 천도제를 하면 운명도 바뀔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나머지는 절대 소용없습니다.
저는 모든 분들에게 말립니다.
무당 직업을 가지신 분들에게 그 날은 일반 직장인이 보너스 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 몇 백만 원 하죠?
그런 거 할 바에야…… 그 돈으로 가족들에게 잘하고 성당이나 절,
(대부분의 교회 제외)에 가서 그분들의 명복을 빌어주는 게 훨씬 효과가
있다고 감히 확실히 말씀 드립니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건 돈 많은 분들에게 하시지……
힘들고 지치시고 돈 조차 아둥바둥 모으고 있는 분들에게 뭐 하는
건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그 골목길에 수 많은 분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한참 대단하실 때는 200미터의 골목 끝까지 줄 서 있기도 하셨죠.
그런데…… 웃긴 건……
그 분들 모두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왼쪽으로 붙어 계십니다.
두 분 이서 오시든 마찬가집니다.
오른쪽에는 그 분들을 따라온 귀신 분들이 서 있습니다.
당시에는 무서운 줄 몰랐지만…… (무당 앞에 갈 때는 제대로 정신 박힌
귀신일 경우 제대로 입고 옵니다. 악령은 200M 전부터 할아버지 때문에
들어 올 수도 없습니다.)
가운데는 제가 나갈 수 있게 길이 뚫려 있습니다.
착하게 인사도 하고 그랬지만…… 만약 지금도 제가 보는 눈이 있어서
그 사이를 뚫고 간다면 미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들어가자 서서히 그 할아버지가 보이는 빈도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만큼 서 있는 줄의 길이도 줄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느낌이 이상해서 문 밖으로 나갔을 때 할아버지가 커다란
봇짐을 매고 문 앞에 서 계시더군요.
마찬가지로 인자한 웃음을 지으시면서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야아… 꼬마도령… 만나서 즐거웠구먼. 이제는 못 만나겠지만,
힘들더라도 잘 살아야 한다. 보고 싶어서 어찌누…”
그 인자한 얼굴에서 나오는 눈물을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골목길을 걸어서 나가는 뒷모습을 끝까지 본 뒤 저는 큰방
할머니 방으로 뛰어가서 누워계시는 할머니를 흔들면서 말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가. 다시는 못 본데~~”
할머니께서는 고개만 끄덕거리실 뿐 아무 말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후 무당을 그만 두시고 평범한 할머니로 돌아가셨습니다.
생각 외로 별로 재미 없을 것입니다.
그냥 11화까지 쓴 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글이 톡이 안되었으면 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너무 많으니깐요.)
지금은 가끔가다가 스쳐 보는 그런 형식의 평범한 남자입니다.
부탁이면…… 귀신은 어떻게 봐요? 라는 말은 제가 답변을 못합니다.
저도 어떻게 보는 지 모르겠어요.
귀신귀신열매라도 먹어야 하나???;;;
‘싸우자 귀신아’ 라는 만화 (개인적으로는 저도 좋아합니다.)와
동일시 해서 저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데…… 솔직히 그런 건
불가능하고, 생각도 못합니다. ㅎㅎㅎㅎ;
만화는 만화 그대로 재미로 받아 드려 주세요.
누차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선하게 살라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 도와드리고 어려운 사람들 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면 좋은 길로 향하게 됩니다.
그렇게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대 부분 이야기를 나눠 보면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긍정성이 부족합니다.
부디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넓어져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고... 결론적으로는 모든일이
편안해 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13탄
고어적이며, 성적인 묘사가 들어 있으므로
아직 법적으로 성인이 되지 못한 분들은 백스페이스를 눌러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19금입니다.
미리 말씀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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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저주 받은 것 들이라고 대 놓고 말할 수 있다.
눈이 떠지고... 언제나 처럼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즐거운 게임이 시작되며
나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고문이 시작된다.
게임이라고 표현 한 이유는...
그녀가 나를 가지고 놀 때면... 나 스스로 장난감이 되어버린듯한
느낌에 휩싸인다.
벌써 수년 동안 가지고 놀았어도, 질리지 않는 장난감.
내 허벅지가 어디까지 갈라지고 깊이를 확인하려고 칼을
수직으로 박아 넣어서 조금씩 조금씩 가르기 시작한다.
내 배를 갈라서 창자를 꺼내보고 그 피를 음미한다.
중요한 건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공포와 고통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것이다.
피 냄새 까지도...
내 혼이 어디까지 빠지나 머릿속에서부터 주욱 빼었다가 죽기 싫다는
집념 때문에 간신히 내 몸으로 기어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고 낄낄 웃기도 한다.
치욕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것들이 귀신이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
한을 나에게 풀기라도 할껀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른 것 같다.
나를 괴롭히면서 그녀는 조금씩 흥분을 하고... 그것을 나에게 풀려고 한다.
죽은 처녀 귀신을 아직도 자기가 임신 할 수 있을지...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착각하는게 분명하다.
안 그러면... 수 년동안 나에게 이 지랄을 할 리가 없을 것이다.
나를 어느정도 가지고 논 후에 누워있는 내 몸으로 기어 들어 온다.
상반되는 두 느낌.
절망과 나약감의 혀를 깨물고 싶은 고통.
하반신에서 어이 없이 몰려오는 환희.
이 상반 된 두 가지 감정이 나를 우롱하면... 난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한다.
난 누구고... 여기서 왜 그녀의 노리개가 되고 있는 건가.
그녀의 흥분에 맞추어서 내 귀에 울리는 미친 소리를 듣다보면
어느샌가 나 조차 넋이 나가버려... 마침내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정신을 놔버리게 된다.
어차피 몸은 놔 버렸지만...
그녀의 욕정이 다 풀린 것 같다.
어떻게 아냐면... 격렬한 몸짓을 멈추고
교성은 사라지다.
주위는 일순간 적막에 휩싸여 버린다.
그 때는 느낌이 돌아온다. 목뒤로 솟아 오르는 차가운 소름.
그와 동시에 천천히 내 목을 지그시 누르려고 다가온다.
피로 젖은 손가락으로... 인간의 따스함과는 거리가 먼 차가움으로
썩어버린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나에게 느낀 쾌감과 비례하듯 목을 깊게 짓누르며!
차가운 한기가 나오는 입으로 울부 짖으며! 절규를 한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소리가 커질수록 목을 누르는 힘이 커질수록
내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이상하게도 멀어져 가는 듯이 느껴진다.
난 그녀의 말대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눈을 떴다.
아무것도 없는 듯한 공기.
아무일도 일어 나지 않았다고 하는... 햇빛과 따뜻함.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내 귀에 남아있는 그녀의 비명.
목에 남아 있는 선명한 자국과 침을 삼킬 때 느껴지는 고통.
눈가에서 말라버린 내 고통의 순간들.
죽고 싶다.
그렇지만 오늘도 저녁은 올 것이다.
TV를 켜 놓고 나는 그것만 바라 보고 있다.
오늘은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며...
나는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오빠... 오늘은 왜 안자?'
내뒤에서 그녀가 나를 부르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저 침대 밑에서... 썩어 버린 눈동자를 굴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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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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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이사한 곳에서 지내는 첫날 이였습니다.
반지하방이기는 했지만, 전에 살던 곳 보다 방도 크고 거실도 있고,
게다가 방세도 전보다 절반 정도 저렴했습니다.
역시 집을 얻을 때는 꾸준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아서 그런지 으스스한
한기가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집 주인 아저씨가 도배도 다시
해주고,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쿄쿄 ^_^ 그리고
제 여성스러운 가구들을 들여 놓으니 아담한 마이 하우스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그런 건 믿으면 안 된다니깐’ 라는 생각을
하며 힘들게 걸어다니며 스스로 집을 얻은 내 자신을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집세가 싼 게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귀신이
나오던 뱀이 나오던 귀여운(^^) 곱등이가 나오던 간에 돈 보다는
무섭지 않았습니다. 월세로 나가는 돈은 진짜 아까웠으니깐 요.
어서 돈 모아서 시집도 가고 집도 전세로 옮기고 그래야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혼자 힘으로 자취는 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깐 요.
물가의 차이도 있고, 특히 방을 구할 때의 보증금과 월세는 지방의
금전감각으로 생각하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았어요.
그리고 저녁에는...
방 이사를 도와주면서 고생하던 세 명의 친구들과 같이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지방에서 올라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던
어릴 적 친구들이였죠.
솔직히 이 친구들이 아니 였으면 고달픈 타지 생활이 더욱 힘들어 졌을 것입니다.
저 혼자서 밥 먹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한참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습니다.
-똑똑-
그 난데없는 소리에 왁자지껄한 소리를 갑자기 사라지고 적막만이
감돌았습니다,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아마 늦게 온다던 ‘걔’일 거야.”
제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설희라는 친구가 말했습니다.
저는 빨리 일어나 반대편을 확인도 않은 체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요.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단순한 바람소리는 아니였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문을 두들겼던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야... 아무도 없어.”
그 광경이 이해가 되지 않아, 저는 뒤를 돌아보며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술기운이 오른 상태였지만, 영화에서만 봤던 문을 두들기고 밖을 보았을 때
아무도 없는 그런 광경을 보자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의 눈을 이상하게도 저를 쳐다보지 않고, 제 등 뒤의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저도 그 눈들을 통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검은 물체가 내 바로 등 뒤에서 있는 모습이 눈의 화면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팔, 몸, 다리, 그리고 그 얼굴.
“에비!”
“꺄악~”
쿵
저는 그 말에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엉덩이로 느껴지는 통증에 저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 번 그 얼굴을 보았습니다.
용호였습니다.
오늘 좀 늦게 오기로 한 친구.
처음에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그건 나중에 짜증과 열 받음으로 바뀌어졌고...
실실 웃고 있는 그 얼굴에 제 온 힘을 담아서 통한의 펀치를 먹여 줬습니다.
“여자애가 무슨 손이 이렇게 거치냐...”
“이렇게 한 걸 다행으로 알아.”
용호는 자신의 얼굴을 살살 문대면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는 듯. 다시 우리들은 자리에 모여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말하다가 어느 샌가 화제가 떨어졌는지... 모두들 쓸 때 없는 잡다한
이야기만 하던 중에 그 전까지 별 말이 없던 용호가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미정아... 그런데... 왜 방을 이런데 구했냐?”
그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는 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모두의 눈이 그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에게는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을 때도 갑자기 멍하는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볼 때도 있고...
뜬금없이 ‘잠깐만..’ 이라는 말로 걸어가고 있는 우리를 멈추게 한 다음에 자기
가방에서 물을 꺼내서 바닥에 뿌리는 것은 예사입니다.
게다가 친구지만 약간은 무서 웠던 건...
사람의 과거나 미래를 무서울 정도로 꿰뚫어 본다는 것입니다.
자기 말로는 심리학이나 사람 행동 분석해서 말한다고는 하지만...
그러면 심리학 공부하면 점쟁이라도 해야 하나요?
처음에는 정말 이상한 애구나...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그의
말을 계속 듣다보니, 괜찮은 애고 우리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나 행동이구나
생각도 들고...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생활도 잘하는 친구고 그가 하는 말을
들고 따르면 잘 풀린다는 생각도 들고 하니까 어느 샌가 우리들은 그를
믿고 따르게 되었습니다.
“어??? 집값도 싸고... 뭐... 전철역도 가깝고... 반 지하라서 그래? 아님
히히히. 귀신이라도 보여?”
용호는 제 말에 대해서 대꾸는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거 에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죠.
“짜증나게... 사람 걱정만 시켜놓고 뭐하는 거야! 차라리 말을 하지를
말던지... 그런 말해서 오늘 밤에 잠 만 못 자게하고...”
술 만 마시던 용호는 화를 내는 내 얼굴을 한 번 보더니 눈을 컵 안으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쳐다만 보고 있다가 간신히 입을 떼었습니다.
“..........미안. 그냥 걱정돼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 하고자 설희가 나서서 이야기를 주도 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고, 그 후로는
아무 탈도 없이 계속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 졌습니다.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그 친구의 말에 모두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았을 때,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곧 지하철 막차 시간이 다 되어 모두들 집에 돌아가려고
모두들 일어서며 자리를 정리하고 자 할 때, 제 눈에 용호가 뭔가를
제 침대 바닥에서 휙 밀어 넣는 것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야. 너 뭐하는 거야? 쓰레기 버리기 귀찮아서 내 침대 바닥에 쑤셔 넣는 거야?”
“아냐~ 그럼 갈게. 잘 자라.”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밖으로 뛰어 나가는 그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고, 혹시나 해서 침대 밑을 보았지만 어두워서 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청소하고 가겠다는 거를 늦었으니깐 들어가라고 제가
재촉하며 문 밖으로 쫒아 보냈습니다. 그리고 같이 나가 모두를
배웅 해 주고 방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까 제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님 화장실이라도 갔다 왔는지 한 친구가 남아서 뒷정리를 하는 게 보였습니다.
제 친구들이 이런다니깐 요. 고마워 죽겠어요.
원래 집 주인이 정리하는 건데... 미안한 마음에 그 친구마저 잡아서
억지로 문 밖에다가 내 보낸 후 집에 가라고 배웅 까지 해 주었습니다.
깨끗한 방... 돌아 왔을 때는 아까 떠들썩한 게 모두 꿈인 듯 너무나도
조용한 적막이 흘렀습니다.
아까부터 술기운이 올라와서 어서 자고 싶다는 생각을 꾹 참고 있었는데,
이제 편히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침대 위에 눕게 되고,
스르르 눈이 감겨져 버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방을 청소하던 친구의 얼굴이 기억이 안 납니다.
이름마저도... 혼자 골목길 걸어가면 무서울 텐데, 데려다 줄 껄 그랬네.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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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거짓말 하지 마...”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어제 저녁에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한 명의 친구 이름이 기억이
안 나 확실히 기억나는 용호라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 어제 누구누구 왔었어? -
- 나, 설희, 기장이 -
- 5명 아니었어? -
- 4명이였어. 그런데... 너도 봤어? -
너도 봤어?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 겨울에 있는 것처럼
온몸이 덜덜덜 떨리며, 팔뚝에 닭살이 돋는 그런 느낌이 몰려 왔습니다.
바로 친구에게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는 순간 제 마음속의 불안을 털어 버리려는 듯 큰 소리로
그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야! 뻥치지 마. 내가 분명히 봤단 말이야.”
큰 소리로 말해야만... 내 목소리에 무서움으로 인한 떨림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으니깐 요. 그리고 적막이 흘렀습니다. 수화기 저편에
그가 없는 듯 한 느낌.
“어제 청소까지 다하고 마지막으로 나간 애가 누구야? 여자애였는데...
분명히 기억도 나! 같이 술 마시면서 내가 따라주기도 했어. 나 혼자
산다고 무서운 이야기 할래? 진짜 죽을래?”
그 말 이후에도 핸드폰 저편에서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야... 왜 말이 없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 때서야 들리는 희미한 한숨소리.
그리고 핸드폰 저편에서 들려오는 그의 말은...
“잘못 봤을 거야. 4명 맞는데? 술 취해서 헷갈리는 거 아냐? 하하하.
나도 무서워 죽겠다. 하긴 너 술 취하면 전봇대에다가도 인사하잖아.
아니면 꿈꿨는지... 앞으로는 적당히 마셔라. 그럼 나 바빠서 끊는다. 문자로 해.”
툭.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봤으나, 답장은 오지 않았고...
설희라는 친구에게도 똑같이 물어 봤으나 그 때 술 마신 친구는 나
포함해서 4명이라고 했었습니다.
제가 술에 많이 취한 걸까요? 아니면 꿈이 너무 생생해서 착각 할 수 도 있겠지요.
어휴... 어제 쓸 때 없는 소리를 해가지고...
다시 만나면 진짜 신나게 패 줘야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오늘 집에 가면 마지막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 많은 박스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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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귀신 맞아. 빨리 딴 집으로 옮겨.’
난 그녀와 이야기 하면서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오던 말을 간신히 참았다.
그녀가 걱정 할 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나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문 열자마자 모르는 여자가
한명 앉아 있었는데...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내 눈에만 보이는 착각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모르는 체 앉았는데...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와 너 나 보이지? 라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귓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차가운 한기.
머릿속이 얼어 버린 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술을 마시는 행위만 반복했다.
그녀는 내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다고 생각했는지 어느샌 가
우리 틈에 끼어 술을 주거니 받거니 까지 했다.
도대체 이 방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원한 많은 귀신이 앉아
있는 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그런 행동을 보니, 내가 이상한 자극을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꺼라고
생각되었다.
술자리가 끝난 후에 미정이가 우리를 내 볼 때 까지 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
게다가 술자리를 주섬주섬 정리하기까지 했다. 마치 손님을 보낸 후에 뒷정리하는
주인처럼...
나는 나가기 직전에 내 몸에 품고 다니던 절에서 받은 부적을 그녀의 침대
밑에다가 던져 넣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뭔가를 두고 왔다는 핑계로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미정이 집으로 되돌아가던 길에... 미정이의 집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을 때... 원망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던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나와 반대편으로 스르르 날아가면서...
골목 어두운 저편으로 사라졌다.
과연 그녀가 그 집을 떠났을까?
내 핸드폰에 찍힌 미정이의 이름을 보고... 다짐했다.
내 사랑하는 친구를... 어떻게 든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그녀가 그 방을 떠났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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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이상한 소리해서... 사람 짜증 나게 하고 있어.”
저희 집 문 앞에 서서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면 어제
봤던 모르는 뭔가가 있을 지도 굉장히 걱정이 되었었죠. 제가 본게 분명히
맞는데... 친구들은 아니랍니다.
어쨌던 모, 아니면 도이기도 하고 굉장히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문을
열어서 들어 가야만 했죠.
- 끼익 -
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습니다. 몇 년동안 온 몸으로 느꼈던 그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귀신의 한기가 아닌... 아무도 없는 반지하방의 한기 말이에요.
살짝 열려진 틈으로 안을 보았습니다.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단순히 새까만 어둠 뿐이였죠.
신발을 신은 체 조용히 들어가 방안의 불을 켰습니다.
-팟-
불이 켜지자마자 좌우 상하를 빠르게 둘러 보았습니다. 무언가의 흔적이 있
으면 바로 도망가려고 신발을 일부러 벗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에휴...”
한숨을 푹 쉬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모든 긴장이 풀린 탓인 지
온몸에 힘이 없었습니다.
“헤헤...”
헛 웃음 만이 나왔습니다. 원래 귀신 따위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장난 스
러운 친구들 말에 속아서 뻘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제가 굉장히 우스웠습니다.
일단 친구에서 폭풍 욕설 문자를 써서 보낸 후에 샤워를 하고 TV를 보고
잠이 들었습니다. 원래 그렇게 일찍 자는 편은 아니지만, 망할 친구 때문에
너무 신경 쓰였나 봅니다. 그날따라 특히 더 피곤했습니다.
침대 위에서 눈을 감자마자 어둠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상하네요.
분명히 우리 집인데... 구조가 약간 틀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창 밖에 누군가가 서성이는 게 보였습니다.
그 쪽을 보려고 다가가려고 할 때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꺄악!”
저는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어제 제 방을 청소해 주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여자가 있는 것입니다.
저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은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그렇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지만 그 여자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곰곰이 보니 아주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에...
얼굴에... 전혀 귀신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집에 있는 듯한 그런 편안함?
“야! 너 누구야? 누군데 우리 집에 있는 거야?”
전 큰 소리로 소리쳤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은 체 저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점점 다가오자 저는 슬슬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야... 뭐하는 거야……. 가까이 오지마.”
전 제 자신을 보호하려고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를 온 힘을 다해 밀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다가오는 그녀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 자신만
그 힘 때문에 앞으로 발을 내 딛을 정도 였으니깐요. 헛손질을 한 느낌 이였습니다.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그녀는 나를 통과하여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아... 이것은 꿈이구나.
느꼈습니다. 정말로 현실과 같았지만... 내가 느껴지는 이 공기와 감각은 현실
이였지만... 내 자신이 꿈인 건지... 그녀가 꿈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를 통과한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아까 제가 보았던 그 창문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창문에는 한 사람의 다리가 보였습니다.
“누구세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그 순간 그 다리는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달아났습니다.
너무 나도 생생한 굽이였습니다.
저는 아까 그 방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습니다. 이거 무슨... 팽이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찝찝한 기분으로 일어나니 벌써
아침이 된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늦잠이라니 지각입니다.
다음 날도 저는 그 방에 와 있습니다.
이제는 꿈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방에는 불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새카만 어둠속에 제가
누워있던 침대는 그녀가 누워 있었습니다. 자는 모습도 왜 이리 여성스러운지...
제가 부끄럽네요.
그 때 그 창문이 조용히 열리는 게 보였습니다.
그 창문은 쇠창살로 되어 있어서 당연히 들어 올 수 없지만... 문이 열리면
이 방이 보이는 그런 곳에 있었습니다.
그 창문에서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악마의 눈을 보았습니다.
빨갛게 되어 있는 체로 상하 좌우를 게걸스럽게 바라보는 수많은 움직임들.
엄청난 움직임 후에 그녀를 쳐다보고 증오와 환희의 눈빛을 본 후 그 창문은 닫혔습니다.
저는 안절부절 했습니다.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꿈속
에서도 생각했습니다. 뭔가 불안한 일이 생길 것 만 같았습니다.
그 느낌이 현실이 되었을 때 저는 울며불며 그녀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야이! 바보야! 일어나라고! 빨리 일어나라고!”
그녀를 흔들려고 노력해도 물건을 잡아서 던지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내 꿈에서 내 맘대로 안 된다는 말이야!!!!!!!!!
- 달칵 -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대문에서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 그 문으로 향했습니다.
악마가 한쪽에는 몽둥이, 다른 한 손에는 큰 가방을 가지고 방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옆을 보니 그녀도 알아챈 것 같았습니다. 공포에 질린 그 창백해 진
얼굴로 상체를 일으킨 게 보였습니다.
저는 그 악마의 앞에서 온 몸으로 막으려고 했으나... 그 악마는 막으려는
저를 통과하여 그녀의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불쌍하게도 그 악마의 모습에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르르르... 떨리는 그 입술의 모습과... 손...
그 악마가 들고 있던 방망이는 그녀의 머리를 향해서 휘둘러지는 것 까지
보고 차마 보지 못해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하지만... 내가 끄지 못하는 잔인한 광경을 억지로
보고 있는 듯 한 느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는 비참하고 무서운 마음에
문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무언가가 막힌 듯 한 느낌 때문에 문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들려오는 비명인 듯 한 신음소리와 그 악마의 숨소리가 구석에 귀를
아무리 막고 눈을 아무리 감아도 보이고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주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습니다.
저는 무서웠지만... 호기심이라고 할까요? 궁금함을 참지 못해... 아니 모든
게 끝났을 것 같아 눈을 떴습니다.
그 악마는... 그 침대 위에서 그녀를 질질 끌고 화장실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 바닥에 피들이... 그녀가 흘리지 못하는 눈물 대신에 흘려지고 있었습니다.
꿈에서 깨라. 제발 깨라! 시발 깨라.
절대 깨어지지 않는 꿈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를 한탄하며 바닥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악마는 화장실에서 큰 가방을 가지고 나와 그것을 문 앞에 세워 놓고는
침대 근처로 와 자신의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어 침대 시트에 던졌습니다.
연기가 나고... 그 연기 위에서 춤추는 악마의 얼굴과 그 여자의
불행한 영혼이 비참하게 침대위에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저 방 뺀 다구요!”
“어허... 계약까지 다 했는데... 이렇게 하면 곤란해.”
내 그 말에 주인아저씨의 난감한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 왔습니다.
“그런거 모르고 빨리 방 뺀 다구요! 아저씨! 저 방에 무슨일 있었죠?”
그 말에 수화기 저편에서는 잠시 동안 공허함이 맴도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수화기에서 힘이 빠진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몇 년 지났는데... 그걸 어떻게... 아무튼! 지금은 안 돼. 며칠 기다려야 해.
학생. 며칠만 기다려줘... 그런 나 바빠서 빨리 끊을 께.”
그 후에 몇 번을 통화하였으나 며칠 만 기다려 달라는 그런 말 뿐 이였습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기 싫어 며칠 동안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며칠 동안
입을 것 을 챙겨온 옷들도 빨아야 하고... 또 챙겨와야 할 것 같아서 회사가
끝난 후에 집에 잠깐 들렸다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야근인지... 뭔지... 퇴근 시간은 11시 이었습니다.
저녁 늦게 골목길을 걸어가는 데... 왜 이리 무섭던지 에휴... 설희와 계속
통화하면서 집까지 걸어가고 있을 때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 한 느낌?
좌우를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려운 마음이 착각이나
환상까지 보이나 보다 애써 생각을 지우면서 집까지 뛰어 갔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그 한기는 여전합니다. 저는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느꼈습니다. 며칠 동안밖에 있으니 까먹었나 봅니다.
‘이곳에는 다시는 있기 싫다.’
저는 빨리 재빨리 여행 가방에 짐을 아무렇게나 구겨 넣고는 나가려고
문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제가 귀가 밝은 걸까요? 아니면... 정말로 운이 좋게 들렸던 걸 까요.
-사르락-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용히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
그 발자국 소리가 제 문 밖에 있었습니다.
살짝 문 가운데 구멍으로 밖을 보니... 시커먼 옷을 입은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물건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 물건은... 그 어둠속에서도
자신의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칼!
머릿속이 멍해 져 버려, 문 앞에서 주저앉은 체 두 손으로 문고리만 붙잡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문고리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열쇠로 그 남자가 열고
있었습니다. 언제 내 열쇠를 가져갔는지 모르겠지만... 확실 한 건 저는
지금 죽기 직전의 상황에 쳐 했다는 것입니다. 지난번에 꾼 꿈 마냥...
비참하게 죽는 다는 생각이 드니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야! 꺼져! 꺼지란 말이야!”
저는 비참하게 죽기보다 그 여자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죽는 것 보다
소리를 지르고라도 죽자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듣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야! 누가 좀 살려줘요! 도와줘요!”
그 조심히 돌아가 던 문고리가 갑자기 빨리 돌아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열린 후에 제가 아무리 막아도 남자의 힘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문은 열렸고
검은 복면을 쓴 남자가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꺄악”
그 비명소리에 맞추어서 그 칼이 제 얼굴로 향했습니다.
전 눈을 감았습니다. 이제 소설에서나 보던 것처럼 차가운 느낌 후에
엄청난 고통에 빠지겠지요. 어릴 적의 모든 기억이 스쳐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 그렇지만... 그 칼은 저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그 광경 그대로 굳은 체
복면 쓴 남자의 두눈 만 저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손에서
칼이 떨어지는 게 보였고 그 칼은 제 옆으로 뎅그렁 떨어 졌습니다.
“으으....”
그 남자는 뭔가를 본 듯이 뒷걸음을 치다가 그 길로 부리나케 달아낫습니다.
저는 상황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가 바라보았던 곳을 뒤돌아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없고 차가운 한기만이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 우웅...-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세요.....”
“야! 너 어디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전화를 열 번이 나 했는데 통화 중인데다가
또 전화도 안 받아? 지금 집 근처까지 다 왔어!”
“용호야... 나...”
전 수화기를 붙잡고 살았다는 안도감에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길로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서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과거에 그 자리에서 화재사건이 났었고,
나중에 발견 된 핏 자국으로 살인으로 파악했지만, 범인의 윤곽과 거주자의
행방불명으로 미제로 남아 버렸다고 합니다.
에필로그
XX동을 공포에 떨게 하던 속칭 발바리로 불리던 범인이 검거 되었습니다.
XX동 일대에서 여자들만 살던 원룸을 노리던 범인은 수십 건의 강간과
수건의 살인을 저지를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경우
단독 범행이 아닌 주인과 공모하여 열쇠를 복제하고...
TV에서 해당 내용을 보았을 때 미정이가 겪었던 그 사건이라고 확신했다.
그 날은 무척이나 이상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잠이 들자 처음 보는 여자의 손을 잡고 왠 골목길을 뛰어 가고 있었다.
낯익은 골목길...
맞아. 미정이가 사는 집으로 가는 골목길이 였다.
그 여자는 울고 있었다. 울면서 뛰는 바람에 그 눈물이 내 얼굴에
떨어질 정도 였으니깐... 그녀와 같이 집 앞에 도착하자 미정이가 칼에
찔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광경이 눈에 보였다. 난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흘러 내렸던 맑은 눈물은 어느 샌가 새 빨간 피로 바뀌어 져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이런 거 보고 싶어?”
그 순간 눈을 떴다. 핸드폰을 들고 미정이에게 계속 전화를 걸면서 내 지하 차고
쪽으로 뛰어 갔다.
그런 모습 따위는 보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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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탄
어이 없게 사라져 버렸다.
내 눈속에서만 살던 사람이... 한 순간에 다른 사람의 눈 속으로 옮겨가 버렸다.
어둠에 영원히 빠져 버린 것 처럼 절망했고,
사막 한 가운데에 혼자 멍하니 떨어진 것 처럼 외로움에 미치도록 울기 만 했다.
왜 그랬는지... 왜 그런 일이 생겼는 지 알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을 잊기 위해서... 그녀를 찾고 갈구 하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포근했던 그녀의 손을 잡는 대신...
차가운 마우스를 잡기 시작했고...
부드럽고 고운 그녀의 몸을 누르는 대신...
딱딱하고 무감각한 키보드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거는 저주다. 수 년전에 나타나서 천천히 사람들 속으로 퍼져 나가고
어느 새 내 앞까지 온 ‘저주’...
방금 들은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정말 미안해... 더 못 만날 것 같아...”
난 갑자기 깊은 바다속에 빠진 사람처럼 수 초간 멍해져 있었다.
그런 나의 생각을 깨우려는 듯한 그녀의 말이 다시 한번 들려 왔다.
“여기... 받았던 반지 돌려 주려고 만나자고 한거야.”
수 개월을 고생하면서 샀던 그 반지...
그녀의 웃음과 나의 젊음을 교환 한 그 반지가 다시 내 앞으로 돌아왔다.
그 반지를 얻는다고 해서 젊음과는 교환 할 수 없겠지만...
반지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작은 손이 보였고 내 사랑이 끼워졌던 그 자리에는
나의 그 때 낯빛 보다 더 하얗고 차가워 보이는 보석이 끼워진 알 수 없는 고리가 끼워져 있었다.
난 문득 생각했다.
저 작은 보석이... 내 뛰는 심장보다 너에게는 더 갚진 것 거란 말이지?
“잠깐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었다.
거기 까지 가는 길이... 그녀와 만나면서 수백 번 왔다 갔다 했던 이 길이...
이렇게 멀었을까?
그녀가 내 후들거리는 다리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지 않을까?
이런 얼토당토 없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랬다.
거울을 보고...
내 얼굴을 보고...
그 눈에 들어 있는 그녀를 보고...
눈 안에 그녀를 씻어 내는 듯한 눈물을 보고 난 후에...
밖을 나오니 자리에는 덩그러니 다른 사람 것이 였던 그 반지가 놓여져 있었다.
출입구 쪽에 그녀의 뒷 모습을 보였지만...
다리가 너무나도 후들거려서 따라갈 수가 없었다.
걷지도 않았는데 이렇게나 숨이 가빠왔다.
주위를 둘러 봤다.
나 말고 다른 수 많은 커플들이 뭔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난 그 것을 사랑이라고 믿었건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그녀가 나에게 말하고 갔다.
분노와 절망 등이 더 뒤섞인 말도 안되는 감정이 머리 속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십알...’
그 반지와... 내 심장을 그녀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탁자에 놓고 왔다.
다 죽여 버릴 꺼야... 지옥 끝까지가서라도 이 모든 것을 부셔버리고 말리...
너무나도 추웠다...
신발이 닿아 있는 땅 바닥에는 어느새 수많은 담배꽁초가 쌓여있었다.
한개... 두개... 세 개...
그녀의 손가락에 있던 보석만큼 하얀 눈이... 그 위로 쌓였다.
저 멀리에서 불빛이 비쳤고, 점점 커지더니 하나의 물체가 되었으며
그 물체는 그녀의 집 앞에서 멈추었다.
아... 내가 몇 년을 일해도 살 수 없는 공간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눈빛... 내가 알고 있어.
슬플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눈빛... 나에게 구해 달라는 표시로 느꼈다.
‘나 좀 여기서 꺼내줘요.’
그녀가 나에게 외쳤다. 내 머릿속에 들렸으니깐 확실하다.
난 옆에 있던 각목을 들고 그 차로 다가갔다.
퍽! 퍽! 퍽! 퍽!
각목으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내리쳤다. 내리쳤다. 내리쳤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그 밝기만 했던 미소가 나를 버릴 때 냉담했던 표정보다 더욱 더 절망에 빠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려고 이런 짓을 한 게 아니었다.
내 눈에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그녀는 나와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비 좁은 원룸에 갇혀 있는 나를 사랑했던 그녀와
비 좁은 원룸보다 큰 차에 타 있는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이였다.
손에 힘이 빠져갔고 내가 들었던 각목은 손에서 빠져나가 하얀 눈 위에 쓰러졌다.
내 다리도 하얀 눈 위에 쓰러졌다.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서 이제까지 벌어 놓은 돈을 모 회사에 10년 약정으로 서버를 임대하는데 투자하였다.
10년 동안 별도의 관리도 없이 사이트가 운영 될 것이다.
사이트를 제작하였다. 이번에 내가 개발 한 놀라운 기술을 이용해서...
게다가 저주라니... 큭큭...
저주를 할 때 하나의 대상을 정해서 내 피를 뿌리면 된다는 내용을 알려주었다.
이런 어이 없는 내용을 믿은 건 아니지만... 그의 말은 이상하게도 설득력이 있었다.
어떤 놈인지는 내가 알바 아니지만...
모든 사이트의 로직이 들어 있는 CD에 손목을 그어서 나온 피를 뿌렸다.
CD를 컴퓨터에 집어넣으니 자동적으로 인스톨이 되어가고 있었다.
뭔 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나와 무슨 상관있겠어?
어차피... 난...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웠다.
빠르게 타 들어가는 심지처럼 내 생명도 타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생명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녀가 담아져 있던 용기에는 저주 받은 좁은 공간에서 내 뿜는 검은 연기가 원룸을 꽉 차가는 모습이 담아지기 시작했다.
그 선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굉장한 충격 이였지만...
평소에 세심하고 감성적 이였던 그에게 오랫동안 사귀었던 애인과의 헤어짐은 굉장한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한 순간에 사람을 쓰레기 버리듯 버려 버리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뭐 어쩔 것인가...
난 담배를 피면서 그 연기에 그 선배를 지우려고 노력했다.
“용호아... 나 요즘 굉장히 안 풀린다.”
내 친구가 나에게 고민 상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몇 달 전에 사귀 던 여자 친구와 얼토당토 없이 헤어진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느낌이 괜찮고 잘 진행 되던 여자애에게 어이 없이 차인 내용까지...
“니 말빨이 쓰레기 같아서 그런 거 아닐까? 아님 쓸 때 없이 진도를 나가려고 했다던 지...”
아무 생각 없이 그 친구에게 대꾸를 해 주었다.
뭐 남자가 한두 번 차이는 건 일도 아니니깐...
“여자는 말이야....”
그래도 나름 소심한 마음에 그 녀석을 위로해 주려고 쳐다보았다가...
도중에 말을 잊지 못했다.
아뿔싸... 그 선배가 뒤에 서 있었다. 몇 달 전 비참하게 자살한 그 선배가...
나에게 뭔가를 말씀하시려고 입을 껌벅 거리면서...
그리고 잠시 후에 사라졌다.
잘못 본건 아니었다.
이 녀석에게 선배의 유령이 붙은 게 확실했다.
그 이후 녀석에게 이제까지 몇 달 동안 있었던 일을 들었지만...
그 선배와의 연관성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안면도 없는 사이이니...
아직 현세를 떠나지 못한 건가???
난 그 선배가 죽었던 그 원룸에 도착했다.
보통 이쯤 오면 죽은 사람의 기가 느껴진 법도 한데...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원룸에 화재가 난 후에 새롭게 단장을 해서 예전 보다
더욱 깨끗해 진 체 그곳에 서있었다.
어차피 화재보험에 들었을 것이고 주인 놈은 봉 잡았다고 생각했겠지.
선배가 거주했었던 3층으로 올라갔다.
아까도 느꼈지만 사념이라던지... 기라든지... 그런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붙었다고 하더라도 약간의 사념은 죽었던 그 자리에 남아있기 마련이니깐...
친구를 불러내 거기서 해결하는 게 더욱 빠른 일이기는 하지만...
미친놈 취급 받는 것도 이제는 짜증나고 개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에게는 전하지 않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였다.
게다가 어릴 적 보이는 힘 때문에 겪은 수 많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약간 귀찮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선배가 돌아가셨던 그 장소로 찾아간 것이고...
선배의 방 앞에 도착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거기서 사람이 죽었다는 것 자체가 없는 듯 느껴졌다.
약간의 사념조차 없애 버린 체 이렇게 사라 질 수 있다니...
저승사자가 데려가도 사념이 남아 있는데...
더군다나 친구의 모습에 보인 모습은 저승사자가 아직 데려가지 못했을 것이고...
난 몇 가지 사항을 생각했다.
첫 번째... 선배의 영혼이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되어서 모든 사념을 없앤 체 다닐 수 있다던지...
두 번째... 강력한 힘을 가진 누군가가 그를 데려 갔다던지...
첫 번째는 악령이고...
두 번째는 상상 할 수조차 없었다.
어떤 용도(?)로 쓰려는 지... 일단 두 번째는 배제하기로 하고 첫 번째를 감안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악령이 되었으면... 당연했다.
첫 번째 선배의 증오 대상은 헤어진 여자 친구가 될 것이다.
정말 나쁜 여자지만... 선배가 악령이 되어 그녀를 해 하기라도 하면...
지옥에서 비참한 벌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 했다.
귀신이 사람을 해 한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100배는 큰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핸드폰을 꺼내어 저장되어 있던 그녀의 이름을 클릭했다.
뚜... 뚜....
“여보세요.”
“오랜만이네... 나야 용호...”
그녀는 나의 동기이기도 하였다
그녀와 나는 선배를 알기 전 보다 더 오랫동안 알던 사이였다.
그녀와 나는 대학교 동기 동창이었으니깐……
그녀를 만나기로 한 것은 학교 근처의 커피숍이었다.
우리가 아직 학생일 때 이곳에서 글에 대한 열띤 토론과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부터 우리가 안 만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 선배와 그녀, 그리고 친구들이 모여 있는 모습들이 보이는 듯 하였다.
“일찍 왔네.”
그렇게 감상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소리가 나 정신을 차리니 벌써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있는 여자가 내 눈앞에 있었다.
나는 멍해 진 체 그 여자의 얼굴만을 한참 쳐다 보았다.
헷갈렸다.
목소리는 분명히 내가 아는 그녀였지만,
외모를 보니 전혀 다른 사람 같아 그녀가 확실히 맞는 지 얼굴을 군데군데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예쁘던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 버렸는 지 어색한 단발의 머리와
옅은 화장으로 자연미인임을 수시로 강조하고 다녔던 그 순수했던 얼굴에는
짙은 가면을 씌운 듯한 불순한 무언가가 드려져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닌 나에 마음 속에 전해져 들어오는 차디찬 한기
“오랜만이네. 언제 보고 안 봤지?”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능숙하게 자신이 마시는 커피를 시키고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
예전처럼 빛을 내지 못하는 그 눈이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게 한 것 중 가장 큰 것일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 목구멍에서는 수 천 마디의 쌍 욕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지만,
억지로 집어 삼키느라 그저 그 말과 욕을 검은 커피와 함께 꾸역꾸역 넣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체 계속 커피만 마셔대고 있었다.
간신히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가라 앉힌 후에야 내 입에서 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돌려서 말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예전 추억을 곱씹는 것은 서로 편할 때 하는 이야기이고,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커피 속을 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너… 동아형 돌아 가신 거 알고 있어?”
“응. 알고 있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는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
커피로 간신히 담아 두었던 내 속에 들어 있던 그게 입이 아닌 눈으로 튀어 나올 것 같았다.
나의 눈을 본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 시선을 외면한 체 창 밖을 보고 있었다.
오늘 그녀를 보고자 하는 이유는 그거였다.
마음에 선배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검게 타 버린 시체가 있는 그 묘소에 올라서 간단한 인사라도 같이 가고자 하는 마음이였다.
아마 내 생각에 그렇게 하면 선배의 넋도 조금을 풀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지금 이 모양으로는 내가 억지로 끄집고 간다고 하더라도…
역효과가 날 것이 분명했다. 아까부터 뒤통수가 아파왔다.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느꼈다.
난…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쪽을 쳐다볼 엄두 조차 나지 않았다.
지금 분노로 차 있는 내 눈보다 더욱 더 가득차서 새 빨개져 있는 그의 눈빛을 볼까봐…
차마 무서워서 보지 못했다.
아마 그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을…
자신의 넋을 위로 해 줄 상대는 아니다는 것을 말이다.
- 16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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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까지는 내가 익숙하게 겪었던 시간 이였다.
60초
60분
12시간
365일
속도가 빨라지고 느려지는 일은 있었으나 보통 내 상식안에서 적당히 컨트롤 되었다.
그러다가 처음 겪게 된 말도 안되는 속도의 흐름.
길을 걷다가 마주치게 된 시간의 왜곡현상.
내 눈에 비친 것은,
빗방울의 모양과 크기.
나뭇잎이 날리는 그 세세한 모습.
눈 앞의 빛이 점점 서서히 커지는 모습
차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운전석의 앉아 있는 사람의 경악하는 표정의 변화.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보며 말하는 것도 눈으로 읽게 되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나안안안안안ㄷ도도도도도도도돼돼돼돼.”
그후 나는 온몸이 찢어 질 듯한 고통을 느꼈고, 속도의 왜곡을 경험하던
나의 눈은 주변의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마침내 눈을
감은 것 보다 더 어두운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너무나도 추웠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그 순간에 일어난 일.
설명하면 너무나도 간단했다.
자동차가 내 몸 위로 지나가면서 나를 가볍게 뭉개 버렸다.
난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고, 쉽게 말하면 죽을 뻔 했다.
그렇지만 그 일은, 내가 앞으로 겪게 될..
그 때부터 나는 비참했지만, 신기하고 그리고, 너무나도 슬픈 일의 전조였다.
숨 쉴때마다 아팠다고 해야하나?
한쪽 눈을 간신히 떴을 때 내 머리는 제대로 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중간에
내 기억이 도려내져 버린 것처럼, 어떻게 여기에 누워있는 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슬픔, 아픔 모든 것보다는 오직, ‘살았다!’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들어있었다.
표정은 지을 수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나왔다.
공포, 그 어둠속을 헤맬 때 착각했던 그것.
죽었다는 착각에서 벗어 날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동시에 찾아 온 좌절감과 분노, 고통.
온 몸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만 그저 멀뚱멀뚱, 귀만 깜빡깜빡
가위에 눌려버린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지만, 움직일 수 없는 그런 상태.
깜빡깜빡 하는 내 귀에 한 남자의 말이 들렸다.
“사실대로 말씀 드리자면, 앞으로 움직이는 게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고막의 움직임과 고작 며칠 전까지는 생생하게 모든
모습을 담을 수 있었던 두 눈이였지만, 왼쪽 눈은 떠지지도 않아
지금은 오직 세상의 반 밖에 담을 수 없었다.
나와 남자와의 일방적인 소통이 이어졌다.
“내 말 들립니까?”
-깜박-
남아 있는 오른쪽 눈으로만 나의 의사를 표현 할 수 있었다.
“다만 앞으로의 상태에서 의해서 예전과 비슷하게는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기는 하지만요. 힘내세요.”
사고 전에는 그저 무난하게 흘러갔던 시간이었다.
그게 무난 했는지도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리고 사고 직전에는 태엽을 감는 듯이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변해 버린 것처럼,
하얀 병실침대위에 누워있는 지금은...
그것보다 더욱 더 시간이 더디게 흘러 갔다.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가장 처음에는 신에게 감사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 갈수록 점점
왜 나한테만 이런 고통이 내려졌는지... 신과 악마 모두를 저주하기 시작했다.
난 집중치료실이라고 불리는 중환자실에 있었다.
온몸의 감각이 없는 덕분에 내 귀는 모든 것을 받아드리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귀는 살아있었다.
사람이 우는 소리, 비명 지르는 소리, 죽어갈 때 나오는 모든 말들.
나도 저렇게 될 것 만 같아서 ‘나 여기서 내 보내줘.’ 말하고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괜찮아 질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거 있지 않나? 암 투병 말기의 환자에게 건강하다고
말한다는 것? 나도 그것과 똑같지 않을까? 정신적인 충격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하는 것.
제일 듣기 싫은 것은 순간의 적막이였다.
평소 때도 조용한 이 곳이지만, 사람이 죽어가기 직전에는 갑자기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며 아무말도 없는 진공의 상태가 되는지...
그리고 내 감각이 통하지 않는 몸에도 서늘한 오한이 느껴지는 지.
어서 나가고 싶다.
난 여기에 누워있으면 안된다. 나 마저 누워있으면 우리엄마, 동생.
살아있는 오른 눈 에서 물이 나왔다.
남자가 창피하게 울면 안 되는데...
닦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엄마와 동생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집은 걱정마라고,
다행이 보험금이랑 상대방 운전자가 합의금과 치료비를 많이 주었다고
으응, 언제 보험을 들어놨었지?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기적적으로 몸이 움직여졌다. 신이 내 기도를 들어 주었다.
의사선생님도 기적이라고 하셨다.
손가락을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 일 수 있다는 게 정말 고마운 건지 이제야 알았다.
병실도 옮겨지게 되었다. 죽음의 공포가 나 몸을 몸서리 치던 곳을 떠나서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병실로...
그런데, 신 께서는 기적을 반만 베푸신 건지,,,
다리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에 새로운 다리가 생겼다.
휠체어라고 하는 길가에서만 보던 바로 그거.
한 달 정도가 지났을 까?
생각 외로 물리치료가 잘 되어 상체는 다 쓸수 있었다.
“설민씨. 이제 퇴원하셔도 될 것 같아요.”
다리는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가면 사무직이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깐 그렇게 걱정 없었다.
정 안되면 곰돌이 눈알이라도 붙일 수 있었다.
어차피 어머니 께서 도착하시면 퇴원할 때 조금 편하겠지만...
그 전에 전부 퇴원 수속을 내 스스로 밟고 하고 싶었다.
살아서 나간다는 그런 첫번 째 걸음.
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원무과로 내려갔다.
이렇게 긴 거리를 혼자서 가는 것은 처음이여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꾹 참고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무슨일로 오셨어요?”
밝은 미소의 창구 여직원분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퇴원수속 밟고 싶은데요.”
“네. 잠시만요.”
그 여직원분은 약간 컴퓨터를 만지더니 나에게 말했다.
“미납금을 완불하셔야 하는데, 오늘은 다 가져 오셨나 봐요?”
“네? 미납금이요?”
여직원의 입에서 ‘아차’라는 말이 나왔다 들어가는 게 그리고 그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 천천히 굳어지기 시작하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네? 다시 한 번 말해봐요. 미납금이요?”
“아뇨. 아뇨. 음...”
“아까! 말했잖아요! 미납금이라고! 무슨말이에요!”
난 큰소리로 소리치며 그 탁자를 손으로 쳤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런 것을 아랑곳 할만한 여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뒤쪽에 있는 덩치가 있는 남자사원이 일어서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 남자사원은 나를 자제 시킨 후 안쪽에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모든 소리가 죽어버린 이곳에서 나는 그 자리에서 사고 날 때 겪었던 ‘죽는다’ 라는
심정보다 더 아픈 것을 느낄 수 있다.
“설민씨. 죄송한데요. 수술비 일부만 제외하고는 아직 금액을 못내고 있어요.
원래 말하지 말라고 어머니께서 신신당부하셨는데, 우리 직원이 어려서 아직 잘 몰라봐요.
설민씨도 성인이고 그러니깐, 알꺼 아니에요.”
“얼마 밀렸는데요?”
직원이 말한 금액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그 직원은 완납을 하기전에는 병원을 못
나간다는 말과 당분간은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세상이 무너지고, 내 마음도 무너졌다.
나 때문에, 우리집은 빚더미에 올라버렸다.
가슴이 아파왔다. 몸이 아픈 것보다 가슴이 아프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 일줄은 전혀 몰랐었다.
역시 신은 없었다. Give and Take.
현실이란... 주는 게 있으면 가져가는 것도 있었다.
신이 나에게 시험을 주시는 건가... 악마나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건가
“엄마! 나핝테... 나한테... 거짓말 했어? 병원비 밀렸다면서..."
“걱정마..... 아는 사람이 곧 준다고 했으니깐... 곧 해결 될 거야.”
“뭐가 해결 돼! 뺑소니라면서,,, 병원비 한 푼도 못 받았다면서! 보험금도 거짓말이지.
우리집 형편에 보험금이 어디 있어!!! 엄마 허리도 돈 없어서 병원 못가는 거 나 뻔히 아는데!!!!”
불쌍한 나의 엄마는 죄라도 진 듯 고개를 푹 숙이며 내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같은 병실을 쓰는 사람들이 그만 하라고 하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려왔다.
-덜컹.. 쿵!-
너무 흥분한 나머지 휠체어가 내 격렬 한 움직임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난 바닥에 나뒹굴어 졌다.
동생이 깜짝 놀라서 내게로 다가왔지만.
“십알! 꺼져!”
동생에게 소리 친 후 내 분을 이기 못해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을 손으로 쳤다.
손에서 피가 나왔지만... 그런것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손의 고통과 마음의 아픔이 내 머리끝까지 올라왔을 때 바닥을 움켜잡고 한 참을 울었다.
엄마와 동생이 잘못한 것은 아니였다. 정작 잘못했던 건 나였다.
내가 모든 원인을 제공했고, 내가 가장 나쁜 놈이였다.
엄마는 나 때문에 괜시리 고생만 하시는 거였다. 우리 남매를 뒷 바라지 한것도 엄마였고, 그런 엄마의 마음에 비수를 꽂아 버린 것도 나였다.
머리로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한 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내 인생이 원망스러웠다.
그 후로 나의 하루 일과는 멍하니 창 밖을 쳐다보는 것이 전부였다.
돈에 묶어 버린 이 하얀 감옥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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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 보니 그 호숫가였다.
작지만... 알 수 없는 웅장함... 음침함...신비로움을 모두 갖춘 호수가 새벽의 차가운 날씨와 더불여서 엷은 안개를 덮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보였다.
그리움.
이 단어가 그 호수를 처음 본 나의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머릿속에 너무나도 맴돌아 눈물을 흘릴 정도 였다.
그 호수 속으로 한 발자국씩 들어갔다.
내 머릿속에서 그곳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우와... 이 느낌은...
방금 전까지는 두려움이 내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물에 닿음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고
지금은 환희와 욕망이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자를 가질 때 보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보다, 정말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보다 더 기분 좋은 그런 감정.
“아...”
난 무의식적으로 기분 좋은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게다가 닿는 면적이 넓어질수록... 점점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과 같은 환희가 올라왔다.
‘마셔.’
누군가가 내 머릿속에 소리치는 게 느껴졌다.
여기 오게 된 경위도 그렇지만... 이제 이 머릿속의 목소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꿀꺽
그러자 머릿속에 뭔가가 울려 퍼지는 것처럼 땡... 맞는 듯한 그런 충격이 느껴졌다.
난 그 물을 미친 듯이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머릿속에서 뭔가가 더 소리치는 것 같았다.
‘더 마셔!’
차라리 저 물속에 계속 들어가 있을 수 있다면...
누군가가 나를 밀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저 멀리에 아까부터 누군가가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리운 사람.
엄마? 아빠? 아니면... 그녀?
아무튼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틀림없다.
그녀에게 점점 다가갈수록 포근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 내 몸이 잠기고 있는 게 느껴졌고. 이제는 눈 밖에 떠 있지 않았다.
내 입과 코는 숨을 쉬든 말든... 그런 건 상관없어...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열려서 내 몸에 물을 담아 버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으니깐...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죽었다.
내가 뭐에 홀린 건지... 씌인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난 그 속에 있는 것으로도 만족했고, 덕분에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밤마다 나를 찾아오는 그 악몽.
이제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3일 후에 내 시체는 호수 저편에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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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이 저주 받은 호수... 메워 버려야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제가 여기 발령 와서 죽는 사람만 몇 명인지 셀수 조차 없군요.”
나에게 불평하며 말하는 사람은 같이 근무하는 강력계 동료 나선호였다.
그가 이곳에 발령 온 것은 아마... 3년 전이였으니까... 대략 20명 정도가 죽었을 것이다.
이름도 없는 아주 깊은 산속에 구성 되어 있는 천연 호수.
경치는 좋지만 모르는 사람은 이곳에 찾아오기도 힘들뿐더러... 게다가
유명한 자살호수로 이 근방에서는 명성을 떨치고 있어서 소문을 아는
지역 사람들은 접근조차 못하는 곳이다.
나이, 성별, 직업 등등 관련점이 아무것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살했다.
어떠한 동기나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우리 경찰서에서 꽤 중요지역으로 취급 되어서 ‘게다가 자살이 너무
심하게 일어나’ 당연히 수사에 착수했지만... 어떠한 소득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주변의 민간인의 입출입을 막도록
이런 저런 철망이나, 표지판이나 그 외 등등도 세우는 것 뿐 이였다.
‘저주야... 저주... 마을을 떠난 저주...’
예전에 이 사건을 조사하다가 마을에 오래 사신 할머니에게 들은
한마디의 이야기가 있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은 절대로 다른 마을에서 살아서는 안된다는 저주...
솔직히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막으려는
나이드신 분들의 말이 저주로 변화 된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왠지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귀신이나 저주나 그 딴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나였지만... 이번 사건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위에 있는 유일한 공통점은...
자살자의 고향은 모두 이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 근처 주민들은 이 호수를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애광 호수’
사랑에 미친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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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제. 나이는 32살. 모 대학병원 정신과 의사. 평소에 건강도 이상없고…….
채무관계도 없고... 사귀는 사람과도 불화는 없고... 그랬다는 군요.
병력기록이나 그런 것을 살펴보니... 요즘에 약간 불면증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뭐... 언제나 그렇지 않겠어? 원래 그 쪽 지역의 자살사건이라는 것은 흔하니깐...”
선호와 반장님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을 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경찰서 구내식당도 아니고... 일반식당에서 남자 3명이
밥 먹으면서 죽니 사니 자살이니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여기서
식사하시는 모든 분께 민폐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냥 나는
입 다물고 밥만 먹을 뿐이 였다.
“일단 사인은 익사입니다. 해부를 해 봐야 겠지만요.”
“뭐... 물에 빠져 죽었으니 익사겠지. 그런 거야 초등학생도 알 거야.”
반장은 말끝마다 ‘뭐...’ 라는 것을 붙이는 게 습관화 되어 있다.
그는 식사를 다 마쳤는지 숟가락을 놓고는 옆에 있는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면서 말을 이어 갔다.
“뭐... 자살한 인간들의 생각을 우리가 어찌 알겠어. 보고서는
나형사가 알아서 잘 쓰라구. 마찬가지로 주변 좀 찾아가는 거 잊지 말구.”
“넵! 반장님.”
마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형국이었다.
“이형사도 잘 들었지.”
반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먹는데 집중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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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로 돌아오니 자살한 사람의 간단한 신상명세서가 내 자리에 올라와 있었다.
간단히 뒤적여 보니 ‘아...’ 라는 간단한 탄식이 무의식적으로 내 목에서 기어 올라왔다.
그는 나의 어릴 적 친구였다. ‘김민제’
어릴 때 그의 얼굴이 생각났다.
어린 나이였지만... 조용히... 그렇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풍겨 내던 그 녀석.
집안도 나쁘지 않았고... 공부도 아주 잘하는 편이였고, 어릴 때는
친해서 곧잘 잘 놀고 했던 사이였다. 그러다가 아마 초등학교 5학년
쯤에 전학을 간 것으로 기억난다.
무슨 이유였기는 한데...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그 부분만 뿌옇게 되어 있었다.
‘호수...’
그 단어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어릴 적 그의 얼굴과... 신상명세서에 올라와 있는 그의 얼굴. 그리고
아침에 본 그의 퉁퉁 불어버린 얼굴이 겹쳐지자... 갑자기 헛구역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사람이 죽어간게 한 두 번이 아니였지만... 이처럼 나와
관계가 된 사람이 죽은 건 처음이였다.
난 부리나케 화장실로 뛰어갔다. 지금이라도 오바이트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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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형사님이 담배를 다 피우고... 무슨일입니까?”
경찰서 밖에서 담배와 커피를 믹스해서 마시고 피우고 있던 나에게 선호가 다가 왔다.
나는 평소에 그렇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답답하기도 하였고... 말할 상대도 필요 했는데 마침 잘 되었다.
그에게 이런저런 생각했던 것과 김민제와의 관계를 이야기 했다.
“아... 친구였습니까? 죄송합니다. 점심 때 그렇게 이야기 해서...”
나는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어차피 방금전까지만 하더라도 나 또한 제 3자였으니깐...
다 마셔 버린 커피를 쓰레기 통에 던져 버렸다.
“그래도... 업무상 구실을 핑계로 해서 부모님께 인사라도 들여야 겠어.”
“그러시겠습니까? 저도 같이 가죠. 어차피 조사도 해야 하니깐 요. 자살동기나 그런것두요. 이번에 위에서 내려왔다고 하더군요. 너무 자살자가 많아서 그 호수를 메워 버리는 게 어떨까 하고 시청에 건의 한다고 한 다구요. 그리고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 달라는 가족들의 수사의뢰도 있었어요. 절대 자살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내 생각도 부모님들의 생각과 동일했다.
어릴 적에 봤던 그의 모습은 자살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냉정했던 그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아직도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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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집은 호수에서 차를 타고 3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경찰서에서도 한참을 떨어진 대도시 한가운데에 서 있는 고급아파트.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파트 앞에 도착하자 젊은 경비원이 우리 차를 막고 섰다.
선호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공무원증을 보여 줬다.
“경찰입니다. 참고인 조사차 방문했습니다. 105동 703호입니다.”
보안요원은 안으로 들어가 통화를 하더니 문을 열어 주었다.
“역시 고급아파트라서 좀 철저하네요. 우리는 언제 이런 곳에 살아보나요.
역시 경찰 때려 치고 사업이라도 해야 하나...”
선호의 궁시렁대는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다.
새삼스럽게 그 앞에 도착하니 부럽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잘 살았구나... 그런 네가 왜 자살을 한거지...
오랜만에 그의 부모님을 뵈었다.
세월에 흔적 때문에 나도 그리고 부모님도 서로 변하였지만, 어떻게
내 얼굴을 알아 보셨는지 나를 껴안고 반가움을 표시함과 동시에 서럽게 울기 시작하였다.
내 가슴속에도 뜨거운 것이 울컥 나오는 게 느껴졌지만 간신히 참았다.
그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단 둘이서 살고 있었다.
그 간의 자초지종을 듣자, 나도 그에 대해서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그가 전학 간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사업 실패로 인한 도피였다.
그 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그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서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 후에 스스로의 힘으로 학비를 벌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자... 나 스스로 숙연해 지고...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선호 역시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계속 입만 벌리고 있는 것을 보니...
여기서 하나 확실해 진 것이 있었다.
그렇게 책임감이 있고, 부모님을 위하던 그 녀석이... 그런 부모님을
놔두고 자살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확실해 졌다.
뭔가 있다...
이 자살을... 수많은 자살들을 파헤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부모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오직 나의 앞으로의 사명에 대해서만 생각이 사로 잡혀 있었다.
그것이 내가 어릴 적 친구에게 해 줘야 하는 마지막 선물인 것 같았다.
“정말... 민제에게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근심어린 얼굴이긴 하였지만... 우물쭈물 하면서 뭔가 말을 하고
싶은 모습인 것 같았다. 다년간의 형사 생활 동안... 그 정도도 눈치 못채는
내가 아니었다.
“그게... 너무나 평소에 보았던 아들과는 틀려서...”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방으로 들어가 뭔가를 가지고 나왔다.
두꺼운 공책... 낡은 흔적... 게다가 굉장히 오랫동안에 걸쳐서 쓴 것 같았다.
열쇠로 잠긴 듯한 흔적이 있었지만, 누군가 무리하게 부서뜨린 듯 했다.
아마 어머니겠지.
“이건... 최근에 내 아들이 쓰던 일기장이야. 경찰이 오면 주려고 놔뒀는데...
굉장히 고민 많이 했어.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내 아들이 정신병자 취급
받는 건 너무나도 싫었어... 이 내용을 쓴 사람이 내 아들인지 믿을 수가
없었어. 네가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정말...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말고... 너만 읽어.”
그 두꺼운 일기장을 나에게 주었다.
어머니의 눈망울에 다시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덜덜덜 떨리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라도 밖에 위로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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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차안에서 한권의 일기장을 손위에 놓은 채 겉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선호가 이런저런 말을 한 것 같았지만 어떤 내용인지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다.
이 노트 안에는 그 동안에 나와 떨어져 있던 민제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아마 이 안에는 그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는 내용이 들어 있을 것이다.
나는 죽은 그를 머릿속에 그리며...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내가 가장 먼저 집은 노트는 가장 최근의 일기장이였다.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이나 수많은 내용들이 적혀져 있었다.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당시에 그가 나에게 어릴 적부터 일기를
쓰고 있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게 기억이 났었다.
그러다가, 어느 페이지에 내 눈을 잡아끄는 문구가 선명히 보였다.
호수...
내 머릿속을 그동안 감싸고 있던 뿌연 안개가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눈에 비치는 것은 호수의 모습.
애광 호수.
난 어릴 적에 애광호수를 본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와 다른 친구와 셋이서 같이...
2010년 9월 X일
옛날부터 두통이야 가끔씩 있었지만...
요즘에 느껴지는 두통은 예전과 차원을 달리 한다.
아예 정신이 날아가는 듯한 느낌.
이제 점점 일정한 시간이 정해 진 것 같았다.
또 그녀가 보인다.
나를 저편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그녀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