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친절한 가족

벌써 지난 일이지만, 나보다 세 살 어린 동생이 겪은 이야기.
동생은 그날 학교 끝나고 친한 친구와 함께 근처 공원에서 놀기로 했다.
저녁에 숨바꼭질을 하는데 희한하게도 아버지, 어머니, 나.
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서 공원까지 동생을 마중 나갔다.
동생은 너무 기뻐서 숨바꼭질 도중에 친구들에게 말도 없이 우리와 함께 돌아갔다.



집에 도착해서 동생이 숙제를 하는데, 거의 없는 일이지만 내가 동생 숙제하는 것을 도와줬다.
숙제하는 동안에도 게임 이야기로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나는 계속 동생 옆에 있었다.
곧 저녁 식사 시간이 돼서 어머니가 1층 식당에서 밥 먹으러 오라고 소리쳤다.

우리 방은 2층에 있어서 큰 소리로 대답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저녁 식사는 온통 맛있는 음식에 동생이 좋아하는 햄버거였다.
게다가 과묵한 아버지도 동생에게 [내 것 절반 먹을래?]라며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항상 보던 만화가 할 시간이라서 TV를 켜니까 왠지 모르게 방송이 나오질 않는다.
다른 채널로 돌려도 치지직 거리는 화면만 나올 뿐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어머니가 리모컨을 뺐더니 TV를 꺼버렸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그랬기 때문에 조금 오싹했다.
저녁 식사도 끝나고 계속 싱글벙글 웃는 얼굴의 어머니가 [케이크 샀어.]
아버지는 [같이 목욕할까?] 나는 [새로운 게임 샀는데..]라며 각자 매력적인 제안을 했다.
그러자 동생은 장난을 치기로 마음먹었다.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고 몰래 숨는다는..
아무튼, 녀석다운 터무니 없는 발상이었다.






​우리 집 화장실은 안에서 문을 잠그면 문이 열리지 않는 구조.
그리고 동생은 그 방법으로 화장실 문을 잠그고 화장실 맞은편에 있는 작은 지하 창고에 숨는다.
그리고 가족들이 동생을 찾으러 다니면 그때 나타난다.. 대충 이런 장난..
하지만 현실에서 동생은 공원에서 친구와 헤어진 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상태.
동생이 숨바꼭질을 하다가 갑자기 돌아갔기 때문에 친구들은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날이 저물어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경찰에 수색원을 냈고 동네 스피커로 동생을 찾기도 했다.
아버지는 동생 친구 집에 전화도 걸었고 어머니는 서서히 이성을 잃어갔다.
나는 동생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공원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정말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한편 동생은 지하창고에 숨어 있다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동네 방송을 들었다고 한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식당 문이 힘차게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세 명이 떼를 지어 화장실 앞으로 걸어와서 또 아까처럼
​[케이크 샀어.] [같이 목욕할까?] [새로운 게임 샀는데..]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 톤이 똑같았기 때문에 동생도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그 모습을 몰래 지켜 봤다고 한다.
그러자 세 사람은 계속 [케이크 샀어.] [같이 목욕할까?] [새로운 게임 샀는데..]라고 말하며,
​화장실 손잡이를 계속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문을 부술 기세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동생은 들키면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고 어느 순간 그 가족 같은 것들이 아까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동생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지하창고에서
뛰쳐나와 신발도 신지 않고 전력으로 도망갔다.






정신없이 달려서 도착한 곳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던 공원이었다.
공원에는 아직 경찰차가 있어서 탐문을 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먼저 연락을 받고 공원으로 달려갔고 그렇게 동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 동생이 경찰에게 이야기했지만, 당연히 경찰은 믿지 않았고 단순 가출로 정리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진지한 얼굴로 TV 채널을 돌리기
시작하던 동생을 보고 그것이 거짓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