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효도 바라는 부모가 너무 짜증나는데 정상인가요? : 네이트판

여기 부모님 또래가 많을 것 같아서 글 남겨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20대 후반이지만 전문대 졸업 전에 바로 일을 시작해서 사회생활 경력은 7년이 조금 넘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지만 매번 제게 뭘 바라는 부모님이 솔직히 짜증납니다.

저희집은 어렸을 때부터 좀 어려웠어요. 사기당해서 빚이 많았거든요.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지만 이렇다 할 기술도, 경력도 없어서 자영업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 정도였습니다.
(하루에 10만원도 못 버는 날이 허다했어요.)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집에 돈이 없다, 힘들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 앉게 듣고 살았습니다.

돈이 없어 늘 친척 언니들 옷을 물려 받아 입었고, 머리는 집에서 묶일 정도로 대강 자르고 늘 하나로 묶어 다녔습니다. 그냥 학교 가면 늘 흔하게 있는 가난한 학생 그런 느낌이요.

바쁘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때 준비물 한 번 제대로 챙김 받은 적이 없었어요. 중학생 때는 친구들과 생일파티로 놀 용돈 하나 못 줘서 친구들한테 생일선물 대신 돈으로 받으래서 그렇게 했다가 왕따까지 당했고요.
(그 날 이후로 집이 가난하다고 소문이 났더라구요.)

게다가 매일 집에가면 네 아빠가 이랬니, 저랬니 하소연...

남들 다 대학교 간다고 백회점에서 지갑, 가방 선물받을 때 저는 대학교에서 장학금으로 받은 돈도, 근로장학생으로 번 돈 조차 다 집 생활비로 들어갔습니다.
(아직도 기억나요, 다들 루이까또즈, 러브캣, 질스튜어트 같은 지갑 선물 받았다고 자랑하는데 전 다이소 동전지갑 밖에 없었거든요.)

그리고 졸업하고 취업하자마자 엄마가 다단계에 또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 시절에 대출이자가 얼마나 쎈지, 얼마 받지도 못하는 월급을 제 교통비, 보험비, 식비 40만원을 제외하고 빚 갚는데에 다 써야했어요.

그렇게 2년을 빚 갚는데에 썼습니다. 그 뒤 1년간 돈을 열심히 모았는데 또 집에 큰 돈 들어갈 일이 있었습니다. 집에 더이상 대출 나올 구멍도 없어 모은 돈을 다 털어넣었어요.

그리고선 다행히도 아빠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아서 집이 조금 일어섰습니다. 그래봤자 가난에 허덕이지 않을 뿐이었지만요.

근데 이 뒤로부터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한건지, 엄마가 늘 어버이날, 결혼기념일, 본인 생일 등에 당연하게 무언가를 바라요.

그게 너무 꼴보기가 싫습니다. 홈쇼핑 보다가 이거 결혼기념일 선물로 사 줘, 내일 어버이날인데 뭐 먹으러 가?, 엄마 생일에 세탁기 새로 바꿔줘 등...

내 생일엔 고작 케이크 하나 겨우 사줬으면서, 내 생일에 선물이랍시고 용돈 5만원 준 것도 겨우 3년정도 됐으면서, 자꾸 뭘 저리 당연하게 바라나? 싶어서요.

가끔 좀 뻔뻔하다고 느껴져요.
말하는 거 들어보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식들 잘 키워내기 위해 본인을 희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걸 왜 자식에게 바라죠?

누가 낳아달라고 했나요? 누가 사기 당하라고 했나요?
본인이 가난으로 힘들었던 만큼 자식의 가난한 유년시절이 얼마나 괴로웠을지는 생각 안하나요?

아빠도 요즘은 용돈을 좀 바라는 눈치던데...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본인들 손에 천만원도 없을 정도로 노후 준비 하나도 안되어있어서 전 그것도 걱정인데 뭐 돈을 모을 새도 없이 자꾸 뭘 바라니....

물론 부모님이 자식들 키우면서 치열하고 힘들게 살아오셨다는 거 압니다. 인정해요.
근데 저도 그만큼 제가 속한 세계에서 힘들었습니다.
다른 집 친구들처럼 부모님께 힘들다고 투정 부릴 수도 없었고, 뭐가 갖고 싶다고 땡깡 부려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럼 서로에 대한 도리(부모는 어떻게든 자식을 키웠고, 자식은 그 상황에서 고집 하나 부리지 않고 모든 욕구를 참았던 것)는 다 한 것 같은데 제 돈 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게 참 어이가 없어서 글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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