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싫어서 애 안낳는다는게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요? : 네이트판
- 썰 모음
- 2022. 7. 24.

욕먹은게 심란해서 쓴 글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렸네요 ;ㅁ; 시부모님이랑 시동생이 혹시라도 보실까봐 살짝 마음이 두근두근 하는데...판에서 글펑하는거 보고 짜증난적 많아서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글을 쓸때는 별 생각없이 썼지만 많은 분들이 남들에게 자기 인정받으려고 쓴거냐 하는 말씀이 있으시네요.
듣고보니 남들이 보면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밑바닥부터 올라온 인생이라 뭘 하든간에 남들에게 인정 받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라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하는 의식이 기저에 있었나봅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본의 아니게 광역도발 한 꼴이네요;;
근데 제가 회사 커뮤에서 먹는 욕 그대로 하시는데 비율은 딱 반대라서 정말 신기하네요ㅋㅋ 아무래도 회사쪽은 남초+연령대가 높아 전근대적 가치관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고 판은 젊으신 여성분들이 많아서 그런걸까요.
그리고 가치관이 달라도 보통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왜 욕을 하는지도 궁금...인간은 참 재밌어요.
저는 아이 낳는 이들의 삶도 아주 존중하고, 번듯하게 키우시는 분들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주위에 7천연봉 남편 외벌이 유자녀 친구들도 많고, 대단하다 나는 그렇게 헌신적이지 못할 것 같다라면서 늘 칭찬합니다.
나중에 10,20년 지난 후에도 판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가서 딩크로 20년 살아본 썰.txt 이런거 적어볼게요ㅋㅋ
다들 감사합니다.
------------본문-------------
33살 아줌마에요.
회사 관련 커뮤에 딩크 관련해서
시부모님 잔소리 어케 피하냐고 글올렸다가
욕 왕창 먹고서 여기서도 물어봐요.
모바일 오타 양해 부탁드려요.
저랑 남편은 태생부터 똥~흙수저.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었지만 새옷 못사입어서 초딩때 옷좀 갈아입으라는 소리 들으며 왕따당하고 학원 못다니고 문제집은 사본 적 없고 교사용 문제집 받아서 풀고...뭐 그런 정도였어요.
그나마 공부머리는 있어서 꽤 괜찮은 대학,학과 간 후 좋은직업을 갖게 되고, 개같이 일해서 지금은 둘 합쳐서 원징 1억 8천정도 벌어요. 이 상황에서 시부모님이 아이를 낳으라고 잔소리를 하셨어요.
솔직히 낳기 싫습니다. 어릴적 못먹고 못배우고 했던게 한이 되어서 저는 지금 제 자신에게 꽤나 돈을 들여요. 남편도 오마카세 먹고 명품쇼핑하는게 낙이에요. 여기서 아이에게 소비할 돈 따위는 없다 라는 생각이에요.
딩크를 하는데에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저흰 정말 이 이유가 커요. 우리 생활수준 포기 하기 싫어서요.
두번째 이유는 저는 제 일에 대해서도 엄청 진심이라 임신을 하면 절대 못할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요. 성공만 하면 연봉 상승이 꽤나 돼요. 이걸 절대 포기하고 싶지가 않아요.
또한 저희 둘다 유전형질이 우수하지는 않습니다..ㅋㅋㅋ 둘다 이과생이라 유전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고, 우리 둘이 애 낳으면 어떤 형질이 유전 될지 불 보듯 뻔해요. 키도 작고(둘다 평균 못미침) 얼굴은 못생긴건 아니지만 뛰어나게 잘생쁘지도 않고, 여자쪽은 기관지 및 근골격, 암 관련 가족력이 있고 남자쪽은 탈모...가족력이 있습니다.... 둘 다 흙수저 집안에서 두뇌빨로 개천용 된만큼 지능이야 좀 좋겠지만...그게 요즘 세상에서 중요한가요.
마지막으로 각각 부모님들 노후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며 각자의 동생들은 니트캥거루족입니다. 각자의 부모님들을 부양해야 해요. 안모실수는 없어요. 가난하지만 차별없이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들이기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적고 보니 암담한 상황이지만 아직 둘다 젊고 연봉 상승 기회도 많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여튼 이런 사연을 커뮤에 올렸는데 엄청나게 욕이 박히더라고요.
돈에 눈이 멀어 진정한 행복을 잊고 산다느니
뭐 어쩌라고 공감해 주길 바랐느냐느니
애 안낳는 이유가 어이없고 철 없다느니
이런 인간들은 딩크세를 먹여야 한다느니 ㅋㅋ
딩크는 뭐 거창한 이유가 할 수 있는건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딩크하는 이유가 돈때문인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요? 모종의 이유로 아이를 못 갖고 계신 분들을 빼고요.
사람들 글 보면 딩크는 지고한 이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얘기를 하고 비난을 박으니 내가 이상한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ㅋㅋ
가난이 싫어서, 나랑 내남편 둘이서만 잘먹고 잘살고 싶어서 애 안낳는다는게 그렇게 비난받을 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