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 보기 쪽팔리지도 않냐는 엄마 : 네이트판

방탈 죄송합니다 저는 19살(올해 고3)이고 여기에 부모님 또래의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서 써봐요.
제가 너무 과거에 매여있는 건가 싶어서요.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집과 외할머니댁 거리가 아주 가까워서 (차로 5분 정도) 일주일에 4일 정도는 할머니 댁에 갔어요. 할머니 댁에는 이모들 (큰이모 작은이모 막내이모)도 있었고요. .그 중 막내이모는 저보다 3살 많은 사촌언니와 1살 어린 사촌동생이 있었고, 언니가 5살이 되었을 쯤 남편과 이혼했어요. 저는 당시 어려서 잘은 모르지만 금전적으로 어려웠다고 들었고요. 저희 엄마를 포함한 모든 외가 식구들은 사촌언니와 사촌동생을 불쌍하게 생각했어요. 어린 나이에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아빠도 없어서 그런지 모든 부분에서 언니와 동생을 가장 먼저 챙겼어요. (물론 다른 사촌들도 있지만 나이 터울이 좀 있어요) 정말 사소하게 음료수 주는 순서, 고기를 앞접시에 놓아 주는 순서, 외가댁에서 씻는 순서 모두 제가 마지막이었어요. 사촌동생과 놀 때 동생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무조건 울면서 어른들에게 갔고 항상 혼나는 건 저였어요. 제 책을 뺏고 무작정 놀아달라기에 싫다고 계속 거절했더니 도리어 제가 혼났죠. 사촌동생과 욕조에 물을 받아 놀다가 사촌동생이 지루해하면서 이제 그만 놀자고 말하기에 너 혼자 나가라고, 나는 아직 조금 더 있고 싶다고 말했더니 욕조에 오줌을 싸고 나갔어요. 저도 나올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거죠. 그때마다 엄마는 외가댁 방 한쪽으로 저를 데리고 들어가서 정강이를 걷어차거나 한대 때리는 식으로 혼내셨어요. 막내이모는 금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 때라 그런지 자기 애만 챙겼어요 다른 이모들과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런 이모가 불쌍해서인지 사촌언니와 사촌동생만 챙겼구요. 주 4일을 그렇게 소외된 기분으로 살았어요. 사촌언니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방문 빈도는 줄었지만 소외감은 여전했어요. 주말에 이모네 식구와 함께 놀러 가기도 했고 여행도 많이 갔는데, 그때도 소외감을 많이 느꼈어요. 아빠, 엄마, 저, 이모네 식구 다같이 놀러갈 때는 엄마는 절 아빠에게 맡겨 두고 무조건 사촌 언니와 동생을 챙겼어요. 아빠는 저를 좋아하시고 잘해주려고 노력하시지만 센스가 좀 없는 편이세요. 그래서 절 세심하게 챙긴다기보다 그냥 제가 뒤를 따라가는 게 전부였어요. 저희 엄마는 화낼 때는 정말 무섭지만 또 놀 때는 유머러스한 성격인지라 저는 엄마와 길을 걷거나 놀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어요. 사촌 동생이 이모에게 먼저 달라붙어 있지 않는 한 엄마는 저와 단 둘이 걸으려 하지 않았어요. 아빠가 없이 놀러갈 때도 엄마는 사촌 동생을 먼저 챙겼어요. 어느 날 다같이 자전거를 타러 갔는데  엄마가 제가 타고 싶은 속도로 타면 뒤에서 따라간다고 말씀하시길래 드디어 엄마와 둘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보다 했는데, 어느새 또 사촌동생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유는 이모가 언니만 챙기고 동생을 잘 챙기지 않으려 해서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모는 언니를 더 편애하심) 그냥 그 순간 화가 나서 앞서 나가 공원을 한 바퀴 먼저 돌고 그제서야 엄마에게 혼날 까 봐 입구에 멈춰 섰어요. 한참 뒤에 사촌동생과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엄마는 이기적인 년이라고 말하면서 저를 많이 혼내셨구요. 사소한 일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촌들과 다 같이 있을 때 심지어 엄마마저도 저를 마지막 순위로 생각한다고 느꼈어요. 사촌들과 만나지 않을 때 부모님과 많이 놀러도 갔지만, 그것마저도 저를 진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순위는 사촌인데, 사촌이 없으니 제게 잘해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중학교 2학년 때 '엄마는 항상 나보다 사촌들을 먼저 챙겨서 속상해' 라고 처음으로 얘기했어요 저 위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차마 두려워서 못했어요 엄마는 당시에 미안하다고 하셨고 그 뒤에는 언니가 수능을 보고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이모의 일이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많이 만나지 못했어요. 이번 설에도 이모 집에 가기로 했는데, 사실 전 여전히 예전의 소외감이 떠올라서 이모 집에 가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한 번의 사과로, 그것도 그 뒤로 엄마의 행동이 달라지지도 않았는데, 5살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제가 느꼈던 속상함과 분노를 삭힐 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엄마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시더라고요. 이번 년도엔 제가 고3이기도 하고 해서 명절이니 이모네 집에서 밥도 먹고 인사도 하고 얘기도 하다가 다시 근처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겠다고 말하니까, 엄마가 갑자기 화를 내시더라고요. 너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냐, 못된 년 같으니라고, 이런 저런 욕을 막 내뱉으시다가 '야, 너는 공부를 그렇게 잘하지도 않으면서 계속 그렇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냐? 쪽팔리지도 않아? 그럴 거면 공부나 잘하던가' 라고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화날 때 마다 그렇게 막말을 하세요. 화나게 만든 원인은 저니까 본인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멍이 들거나 피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때리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는 집에서 나가라고 해서 정말 나가려고 하면 내가 사준 옷 다 벗고 나가라고 말하기도 했구요. 어쨌든, 그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속상했어요. 너무 화가 났어요. 제가 공부를 그렇게 못 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에게 그렇게 초를 쳐야 하나 싶기도 하고, 제 아픔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요. 저는 치열하게 해야만 하거든요. 웹툰에 나올법한 쓰레기 배출소 중학교에서 제가 원해서 집에서 먼 8학군 여고에 진학했고 그러다 보니 학교 친구들과 격차가 많이 벌어졌음을 느꼈어요 재력 부분에서도 그렇고 공부 부분에서도 그렇고요. 부모님이 진학에 대해 무지함은 물론이고 선행이라곤 해 본 적도 없었거든요 확실히 사는 동네가 다르니까 친구들이 말하는 것도 부유함 특유의 여유로움이 있더라고요 저는 진짜 아득바득 이를 가는데. 근데 부모님이 제 학교의 친구들에 비해 돈이 없는 건 부모님 잘못이 아니니까 부모님께는 티를 안 냈어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다 느껴지는 열등감과 우울감도 그냥 혼자 삭혔어요. 근데 그럼에도 그런 식으로 제 속을 쓰리게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낳아준 부모님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죄책감이 공존하기도 하고... 너무 복잡해요.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시도때도 없이 나는데, 이게 정상적인가 싶기도 하고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 때라 제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도 있지만 제게 상처를 주었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선명해요. 구구절절 다 쓰지는 못했지만... 혹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본문이나 댓글로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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