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시댁에 효도하는걸 싫어하는가 : 네이트판

일단, 저도 결혼 적령기의 여자입니다.

그만큼 이 주제에 관심이 많아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것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이런 싸움이 많이 나곤 하죠.



남자 : 남자의 부모님이 집을 구하는데 도움을 주셨으니 여자가 효도를 해야한다.

-> 여자 : 그럼 5:5로 해가면 시댁에 손 놔도 괜찮은거냐?

-> 남자 : 그 말은 반대로, 5:5로 해오지 않으면 시댁에 종속되어도 좋다는 뜻 아니냐?



대충 이런구도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물론 제가 여자라서 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쓰긴 하겠지만,

남자분들의 생각이나 입장도 충분히 두번세번 생각하고,

한 번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합니다.







일단 한국의 며느리는 기본적으로-



시댁 어른들을 살뜰히 챙기고, 명절에 시댁위주로 찾아가며, 차례, 제사, 김장 음식을 만들고,

평소에도 시댁 방문시 음식 준비 및 설거지 등의 잡일을 맡아서 함. 연락도 수시로 해야 함.

시부모를 모시고 살거나, 나중에라도 살게 될것을 염두에 두고있음. 그 경우 실제적 수발의 중심이 됨.

(며느리 스스로가 합가는 결사 반대를 할 마음가짐이더라도, 그럴 일이 일어날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 또는 불안감은 가지고있음.)

기본적으로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압도적 우위에 서있는 관계. (암묵적 주종관계로 느껴질 정도.)



-라고 하는 일명 '며느리의 의무'라는게 있습니다.



모든 여자들의 큰 불만이죠.

이러한 문제로 여자들은 남자들과 끝도없는 싸움을 하게되는데요,

그렇기에 남자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 대체로 이런식으로 대응하곤 합니다.



다 그렇게 사는데 너만 왜 그러냐,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즉, 옛날분이라서) 그러는건데 어떻게 하냐,

부모님이 우리 집 살때 도와주셨는데 당연히 해야하지 않냐 등등.



대체로 남자분들의 입장은 이렇죠.







그런데 제 생각에,

저 문제에 여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두가지입니다.



1. 대체 왜 '나'만 효도를 해야하는가.



2. 저 위의 일명 '며느리의 의무'란걸 대체 '왜' 해야하는가.





천천히 하나씩 짚어볼게요.



1번, '왜 나만 효도를 해야하는가'



사실 위의 저 문제에 대한 불만이 없어지려면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남편도 저 의무를 처가에게 똑같이 하거나, 혹은 똑같이 안하는겁니다.



만약 제 남편이 저런 행동을 처가에 똑같이 해준다면,

또는 저도 시댁에 남편처럼 아무런 의무가 없다면,

또는 서로가 각자의 부모님께 저런 행동을 한다면,



여자들은 아마도 아무런 불만이 없을겁니다.



남자분들, 물론 자기 부모님을 아내가 챙기지 않으면 속상하시겠죠.

하지만 여자는 자기 부모님을 남편이 챙겨주는건 바라지도 않는데다가,

내부모 아닌 남의 부모(시부모님이지만)를 자기부모보다도 더 극진히 모시고 챙겨야하니

어찌 안 억울하겠습니까.

그러니 남편분들이 아내에게 저 문제로 더이상 한소리 듣고싶지 않다면,

또는 저러한 며느리의 의무를 아내에게 계속 시키고 싶으시다면,



아내와 똑같이 하시면 됩니다.



저희가 원하는것도 바로 그것이구요.





2. 며느리의 의무는 왜 해야 하는것인가.





이 문제가 굳이 따지면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가 정말 오랜시간 생각했고, 또 생각했으나 답이 없는 문제라고나 할까요.



일단 이 문제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며느리의 의무'는 아무 이유가 없이 '그냥' 해야하기 때문' 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지켜보고 관찰해온 결과, 어이가 없게도,

현시대의 '며느리의 의무'라는 것은-

막말로 '그냥' 있는겁니다.



그냥 무조건입니다.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무조건 하는겁니다.



여자들은 며느리의 의무로 고통받을때마다 생각합니다.



'내가 이걸 대체 '왜' 해야하지? 대체 왜?! 왜? 왜?!!!'



그래서 일단 스스로의 안정과 위안을 얻기위해 이유를 찾아냅니다.

그때 대체로 나오는 이유는 이것들입니다.





1. 사랑하는 남편의 부모님이니까.

2. 남자가 결혼시 경제적 부담을 많이 했으므로. (자기돈이든 시부모돈이든.) -주로 남자분들의 주장.

3. 원래 그냥 전통이니까.



그런데 이런 이유를 찾아내고도 여자들의 억울함은 해결이 안됩니다.

왜냐하면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사실 말이 안되기 때문이죠.



1. 사랑하는 남편의 부모님이니까. -> 그럼 남편은 날 사랑 안하나??

왜 나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아까 위의 1번 문제로 돌아가는군요. 왜 나만 효도를 해야되는데!!!

그러니 문제 해결이 안되고 억울함 풀길 없습니다. 그러므로 패스.



3. 원래 그냥 전통이니까. -> 전통이 만들어지는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현시대에는 모든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전통만 지켜야 하지?

이 전통은 굳이따지면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가 가사를 전담하고,

여자는 출가외인이요, 여자가 돈 벌수 있는 일도 마땅치 않고, 육체노동도 많고, 힘쓸일 많은 사회에서

자연스레 남자와 남자의 가족들의 지위가 상승된것인데,

지금은 뭐 하나라도 맞는게 있나?? 그러므로 패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그래서 2번인데도 각잡고 파해쳐보려고 3번먼저 쓴,

문제의 2번!!!



2. 남자가 결혼시 경제적 부담을 많이 했으므로. (자기돈이든 시부모돈이든.) -주로 남자분들의 주장.



-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이 주장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순서가 뒤바뀐 주장입니다.



남자가 결혼시 경제적 부담이 컸으므로, 시댁에 잘 해야 한다.



-가 아니라, 사실 이 주장은



'시댁엔 그냥 무조건 잘해야하는데,

그럼 여자들이 시집올리가 없으니 그 불이익을 돈으로 메꾸겠다'



가 맞다고 할수있겠습니다.



왜 제가 이런 주장을 하냐하면요,

사실 여자가 돈을 얼만큼을 내든 저 망할 '며느리의 의무'는 사라지지 않거든요



많은 신 여성들이 저 시도를 안해본게 아닙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 권리와 억압받지 않을 자유'를 찾겠다며

5:5든, 그 이상이든, 전부다든 부담을 하고 결혼을 해봤으나,

저 '며느리의 의무'를 '덜 할순'있어도 '벗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의무는 '그냥' 있는거거든요.

되려 자칫하면 '돈 많이 해왔다고 시댁 무시하냐?' '아들 기죽이지마라' 라는

어이없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돈이 저 의무를 못 이깁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별 상관도 없습니다.

저 의무는 아직까진 그냥 신호등은 무조건 파란불에 건너야 하는것처럼,

그냥 그러기로 되어있는거라서,

내가 경찰한테 돈 찔러 준다고 빨간불에 건너도 되는건 아니거든요.



여자들도 돈으로 저게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남자가 돈 더 낸 만큼을 저 '며느리의 의무'로 평생 갚아라.

그 의무를 하고싶지 않으면 똑같은 비용을 내라'



라고 하는게 만약 법이고 규칙이고 전통이라면,

여자들은 아마 냉큼 돈 갖다 바칩니다.

그리고 궁금합니다. 그게 대체 얼마인지.

대체 얼마를 주면 저걸 안해도 되는건지 비용 좀 견적을 내주십시오.



어떤 사람이 저희 부모님께 저런 일을 '평생' 우리 부모님 돌아가실때까지 해준다면,

전 대체 그 사람한테 돈을 얼마를 줘야할지 가늠도 안갑니다.





남자분들은 말하시겠죠.

그럼 왜 우리가 결혼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느냐고.



그 문제는 저 또한 슬프게 생각하지만, 사실 그 문제는 공교롭게도

이 세계의 시장논리에따라 움직이는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원인은 이런 흐름을 띄고 있다고 봅니다.



우선은 남자가 여자보다 보통 4살이상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고(그만큼 돈을 더 모음. 군대 제외해도),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숫자가 부족합니다.



일단 여기에서 벌써 남자들이 좀 불리해지죠.



두번째로 여자들은 아이를 낳고 양육하려면 어느정도의 기반이 있길 원합니다.

임신후엔 직장을 포기해야 하거나 출산 후 미혼때보다

더 소득이 낮은 직업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세번째로, 위에서 한참 얘기했던 그 며느리의 의무라는게 그냥 따라오고,

남편들이 맞벌이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결혼하는 부부는 부인이 임신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다 맞벌이)

가사를 돕는 지분이 미미하여 개인부담이 커집니다.



네번째로 위의 두번째, 세번째 이유로 여자들이 결혼을 크게 원하지 않습니다. 독신을 지향합니다.



다섯번째로 남자들은 결혼을 했을 경우 손해보다는 이득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 욕구가 크고 적극적인 구애활동을 합니다.



결국



결혼시 불이익이 많고, 결혼 욕구가 적고, 숫자도 적은, 어린 여성과

결혼시 이익이 더 많고, 결혼의 욕구가 크고, 수도 많은, 나이 많은 남성이

대부분 결혼을 하려다보니



종합적으로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남자들에게 많은 경제적부담을 지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별거 없습니다.

일단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는 아닌것 같구요 (집은 너무 비싸니까요)



그냥 결혼할때 둘이서 모은 돈이 결혼을 해도 되겠다 싶은 정도가 되면,

부모 도움 없이 같이 합쳐서 결혼준비를 하고,

서로가 각자의 부모에게 잘하는게 가장 좋은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어른들은 생각이 안바뀐 사람이 많으니,

그런 집에 시집을 갔을 경우엔 남편이 미칠듯이 쉴드를 쳐주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부모를 둔 죄로)

도저히 안되겠으면, 남편도 처가집에 무한 봉사하심이 맞는것 같습니다.





글이 길었네요.

만약 댓글이 달린다면,

욕설이나 비방보다는 건전한 토론의 리플이 달리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다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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