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가 그냥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 네이트판

+)추가합니다
처음에 고딩이라고 했었다,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안 밝혔었다 라는 댓글들 보고 추가합니다...
저 글 수정한 적 없고 처음부터 첫 줄에 대학생이라고 써놨었어요...이런 걸로 거짓말 할 이유도 없구요


할머니가 서울대 쓰지 말라고 하셨다고 저희 부모님이 못 쓰게 하실 분들도 아니셨고, 같은 맥락에서 당연히 서울대 시험도 봤습니다


정말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해주시는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내가 너무 이상한건가?어떻게 피 섞인 가족한테 이런 끔찍한 생각까지 할 수 있지?싶어서 정말 괴로웠었거든요


차별 많이 받고 자랐지만, 다행스럽게도 저희 부모님은 저랑 동생을 차별하며 키우시지 않았고, 제 동생도 저를 많이 따르고 남을 함부로 대하는 성향이 아니어서 지금도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위로 받는게 처음인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정말 감사하기도 해요...주변 지인들한테는 이런 가정사를 털어놓을 수가 없어서 많이 답답했었거든요


아, 부모님께 이런 사실을 얘기하라는 분들도 계셔서 참고로 덧붙여요...부모님은 이런 사실들을 대략적으로 알고는 계세요...제가 성인이 되고 난 후에 말씀 드렸고, 아빠는 그래도 가끔 보는 할머니한테 그런 내용들을 일일히 거론하면서 따질 수가 없다고, 그냥 너가 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줬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당연히 위로하고 공감해주셨구요...엄마랑 얘기해보니 엄마도 정말 시집살이 힘들게 하셨던 것 같아서 괜스레 죄송하더라구요


얼굴도 모르는 타인 고민에 이렇게 진심으로 조언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댓글 하나하나 모두 읽으면서 눈물이 났어요 일단 이번 주 주말에 가기로 한 건 불가피한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최대한 감정 배제하고 앉아있어 보려구요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대 초반 대학생입니다
저희 친할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남동생과 은근히 차별하셨어요

맞벌이셨던 부모님 때문에 어린 시절은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9살 때부터 저희 할머니는 저에게 아빠 구두 닦는 법을 가르치셨어요

구두약 묻혀서 어떻게 닦는건지 보여주시면서 직접 닦게 하셨어요 그 때부터 아빠 구두 닦는 일은 제 일이 되었던 것 같아요


분가 하고 명절에 놀러가도 할머니는 과일 깎는 일, 밥상 세팅하는 일, 밥 푸는 일, 설거지 등 자잘한 집안일은 모두 저를 시키셨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요

그 땐 정말 멋 모를 때였고, 할머니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냥 해왔던 것 같아요

할머니는 저에게 전화도 꼬박꼬박 하길 원하셨고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는 했었어요


제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니까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어느 대학 쓸거냐’ 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아빠가 명문대를 나오셔서 할머니도 교육에 관심이 많으세요)

학교에서 꽤나 성적이 좋았었기 때문에 저도 서울대를 희망했었고 그냥 아무 뜻 없이 서울대 쓸 것 같아요 할머니 라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순간 역정을 내시면서 니 동생 앞길 막으려고 작정했냐며 여자애가 무슨 서울대냐며 화를 내시더라구요


솔직히 이 때 너무너무 서운했고 순간 뭐지?싶더라구요

여태까지 동생한테 ‘우리 집 보물 1호’ 라면서 말버릇처럼 이야기 하셨던 것도, 저랑 동생이랑 서로 장난치면서 놀고 있으면 ‘동생한테 뭐하는 짓이냐며’ 저만 다그치셨던 것도, 매일 명절마다 가면 식탁엔 동생이 좋아하는 해산물만 잔뜩 있던 것들도(저는 해산물 알러지 있어서 아예 못 먹어요)

결국 다 동생만 예뻐하셨어서 나한테 그러셨던 거구나 생각이 들면서 퍼즐이 맞춰졌어요


그 뒤로 어쩔 수 없이 아빠가 할머니 댁에 끌고 가면 그냥 무표정으로 앉아 있다 나오기 일쑤였고, 할머니는 그런 저를 보면서 굉장히 못 마땅해하셨어요

저희 할머니는…여자는 집안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계신 분이라 저에게 “할머니~~해봐 할머니~~!” 라며 애교를 요구하셨고 저는 그게 강아지 취급 받는 것 같아서 너무 싫었어요 거부하면 몇 번이고 다시 시키시고 무표정으로 있으면 “왜 깍쟁이처럼 가만히 있냐고, 웃어보라고” 하셨어요


올해 8월에 할머니가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저는 너무 아무렇지 않더라구요

솔직히 저도 이런 제 자신에게 놀랍고 소름이 돋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걱정하는 시늉은 했어야 했는데…아빠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엊그제 할머니한테 전화가 와서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설날 전에 받을 것 같다며, 건강이 안좋으니 손주들한테 선물을 주고 싶다고 저희를 데리고 이번 주에 오라고 하셨대요

아빠가 일요일 점심에 가서 밥 먹고 할머니 말씀 듣고 오자는데…솔직히 너무 싫어요

그 집 가서 밥도 안 넘어갈 것 같고 또 개 취급 당하는 것도 싫고 그냥 다 싫어요


솔직히 저희 집 엄청나게 부자도 아니지만 그렇게 못 사는 집은 아니에요
할머니가 받으실 심장 수술이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절개로 하는게 불가능 한 건 아니지만 위험률이 높다고 옆구리로 관을 통해서 수술을 받으실거라는데 그게 절개보다 수술비가 2배 이상이래요

오롯이 저희 부모님이 부담하셔야 할 텐데 솔직히 이 것 조차도 짜증나요

뭐 대단한게 있다고 더 사시려고 저희 부모님한테 부담 주시면서 비싼 수술 받으시려나 싶고 그냥 빨리 돌아가버리셨으면 싶고 아무리 그래도 피 섞인 가족인데 이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너무 끔찍하고 혐오스러워요


할머니 돌아가시면 할아버지는 경제력이 부족한 삼촌네 대신 저희 집에 오셔서 남은 세월을 보내고 싶으시다는데, 진짜 너무 막막하고 눈물부터 나와요

할아버지가 집에 계신다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힘들어요

저희 할아버지 소 띠라서 소고기도 안드시고 밀가루, 생선, 어묵, 계란, 햄, 인스턴트, 배달음식, 떡, 돼지고기, 닭고기 일절 안드세요…
이런 할아버지랑 같이 살 수 있을지…


그냥…엄마 아빠한테는 이런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가 없어서 글로나마 끄적여봤어요
어떤 비난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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