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닌곳이 신천지더라구요. 복수 하려는데 도와주세요. : 네이트판

안녕하세요. 요즘처럼 신천지가 수면위로 올랐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있는 글이라 생각해서 여기에 올립니다.
방탈 양해부탁드릴게요.

우한폐렴이 신천지때문에 난리길래
이런걸 누가 믿나싶어서 알아보니 저더라구요?

저는 평범한 20대초반 여자이고 무교예요.
사실 종교인들에 대해 거부감이 큰 편입니다.
저희 가족은 저 윗세대부터 기독교에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런데 무슨 신천지냐.
저는 최근 2년동안 독서실 틀어박혀서 시험공부만 했어요.
장수생들에 비하면 짧다면 짧은 기간이겠지만
대학교 들어가고나서 학업을 챙기기보다 의미없는 세월을 하하호호 보내다가 이제 다시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중이구요.
사람에 대해 갈증이 생기고 있었죠.
항상 만나던 학창시절 친구들도 지방 각지로 취업하기 시작하고
저도 공부에 방해되는 것들을 하나씩 끊다보면 공부만 하게될 줄 알았는데 정작 외롭더라구요.

그러다가 심리테스트 관련한 걸 접했어요.
( 이렇게밖에 쓸 수 없는 걸 양해 부탁드려요. 신천지가 너무 치밀해서 아직 나가기도 전에 먼저 알아챌까봐 굉장히 단순화해서 적었는데 심리테스트를 받기까지 과정이 좀 길었습니다)
너무 반복되는 같은 일상에 한창 심심했을 땐데 간단히 심리테스트해준다니 재밌더라구요.
만약 낌새가 이상하거나 사이비같으면 알아차릴 능력도 있다 자만했고 유튜브 도를 아십니까 역관광몰카 이런거만 찾아보는 사람이라 별 생각 없이 응했어요.
도를 아십니까와 다르게 커피도 사주더라구요.
본인이 심리학과 나와서 뭔가 제대로 해보려하는데 아직 초보라 샘플링 모으고있어서 무료로 상담을 해준다는거에요.
아주 장기간으로. 여기서 좀 의심스러웠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 하나면 난감한 일은 빗겨지나갈거라 생각하고 살았으니까요.
근데 성형외과도 처음에 홍보용으로 무료체험단을 모집하는 것도 있고 솔직히무료로 해주는 심리상담에 혹해서 합리화를 한 점도 있어요.
저도 아픈 부분이 없진 않은 사람이라 며칠동안 말을 들어주고 주기적으로 따뜻한말 건네니까 좋았어요.
주변친구들한테는 감정쓰레기통 될까봐 적정선에서만 할 얘기들을 모조리 다 뱉어도 경청에다가 꽤 전문적인 피드백까지 들려주니 계속 대화하고 싶었어요.
갑자기 가족한명 더 생긴 느낌이었고
그사람은 꽤 이쁘장하고 단아하고 누가봐도 친해지고 싶은 그런정상적인 사람이라 더 그랬어요.

그런데 슬슬 성경얘기를 꺼내더라고요.
성경은 수단일 뿐이고 내면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죠.
심리학에 관심이 너무 많아서 이걸 통해 내면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아주 끈질기게 달콤한 말로 설득합니다. 제 거부감이 심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 눈앞에 이 사람은 심리센터 근무자거든요. 그 동안 전문전인 얘기를 꽤 많이 들은 것 자체가 증거라 그 신분 자체는 의심을 못하고 요즘 심리센터는 그런걸 하는가보다 싶었어요.
이것도 자세한건 생략합니다. 사람마다 전도수법이 다 달라서
너무 구체화해서 적기가 좀 그렇습니다.




제가 우여곡절 끝에 그 공부를 순응한 이유 중 또 하나는
여태껏 가진 반감만 잠깐 지우고 내 시각으로 다시 판단을 하고 싶기도 했고 성경으로는 상식적인 대화도 통하지 않는 제 얕은 지식을 더하고싶기도 했어요. 그리스 로마신화도 사실이라 생각하고 제우스나 파에톤을 떠올리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맥락으로 성경도 기본적인 이스라엘 역사와 관련이 깊다고 알고있는데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저는 신천지에서 다음 단계인 센터로 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말하자면 신천지는 포교 단계가 있죠.

1단계. 꼬시기
성경얘기를 전혀 하지않고 자연스레 친해지는 단계.
여기선 우선 상대의 정보를 빼내면서 아주 치밀하게 여러 판을 짭니다. 상대가 신천지에 꼬실링을 당할 만한 애인지 판단하고 만만한 사람의 경우 우연을 가장한 점쟁이가 네 곁을 지나가면서 "최근에 친해진 선생님이 아주 좋은 기운을 가졌어 꼭 잡아" 이런다거나,사람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흥미를 주입시키죠. 심리테스트나 미술이나 기타연주 등등 상대가 관심있는 분야를 알아내서 그 주제에 맞는 사람으로 교체해서 수업에 나오고싶게 미끼를 던집니다.
경계가 풀릴때쯤 성경에 대한 얘기를 하죠.

2단계. 복음방
이제 본격적으로 성경을 배우는 단계예요.
1:1로 카페나 스터디룸에 가기도 하고 여기용어로 입사귀와 열매가 있는데 열매는 저같은 전도당하는 목표. 입사귀는 같이 처음 공부하는척 와서 저와 나눈 대화를 다 전달하는 전달책같은 의미에요. 내가 어느정도로 신앙심이 생겼는지 얼마나 마음을 열었는지 다 확인하는 단계.

3단계. 센터
이제 복음방에서 어느정도 수락이 나면 대규모 인원이 있는 강의실로 데리고갑니다
신천지는 수요일 일요일 예배를 해야해서 센터교육은 월화목금 오전 10시-1시, 오후 7시-10시 전국구 고정이고요.
앞에는 화이트보드 대신 시대를 거슬러올라가는 초록색 칠판과 분필이 있어요. 이얘기 듣고 앗차싶으면 맞아요. 신천지니까 당장 나오시길 바랍니다.

여긴 제가 찾아보니까 30명-100명까지 지역마다 각각 규모가 다르고.막상 경계를 갖고 가보면 거의 다 제 또래입니다.
어쩌다 얘기나눴던 몇몇 애들은 상처가 많았어요.
제 상처는 축에도 못낄만큼 아픔을 가지고 있는 동생들 언니오빠들이 많았는데 또 그렇게 다 바보같거나 우둔한 인상도 아니에요.
걍 대학교 입학하면 동기들 같은 느낌? 매력적인 친구들도 아주 많아요. 그리고 거기 이끄는 사람들은 다들 이쁘장하거나 멋있는 사람들이 특히 많죠.
절대 우리가 평소에 도를 아십니까나 사이비라 생각하면 떠오르는 분홍색 떡볶이코트에 안경낀 찐따같은 이미지가 아니에요.
(떡볶이코트 좋아하면 미안해요 요즘껀 이쁘더라구요)
좀 과장하면 당장 아프리카BJ시작해도 나쁘지않을 입담과 외모? 그래서 아 여기 이상한 곳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 가장 놀라운 건 그 센터인원의 절반가까운 사람들이 이미 그과정을 마친 정식 신천지 사람들이고, 상대를 자연스럽게 포교하려고 처음 온 척 연기를 해요. 7개월동안. 거의 트루먼쇼 저리가라죠. 진짜 끈질기고 기괴합니다. 어떤 거짓말로도 상대를 전도하면 다 용서가 된다는 교리라 죄책감을 전혀 가지지 않아요.
그러다가 몇개월 후에 신밍아웃을 합니다.
이미 세뇌가 다 끝난 상태에서 신천지라고 밝히는거죠.
그럼 사이비로 익히 들어왔던 곳을 다니는 스스로에게 놀라지만 이미 모든 뒤틀린 사실을 매주 12시간을 몇 개월간 박아넣은 후라 소용이 없어요. 곧 순응하게 된다고 합니다.

굉장히 체계적입니다. 거기서 수업을 받아쓰는 노트를 나눠주는데 절대 집에 들고가면 안되는 등 여러 규칙이 있습니다.
강사도 너무 웃깁니다. 그 사람이 쓰는 어투나 인용 논리체계는 아주 고급스럽습니다. 차라리 교주 이만희보다 이 사람이 더 적격이겠네요. 그래서 무려 3시간 수업인데 시간가는 줄 모르죠.
교회사람들이 한편으로는 적극적이고 순한 이미지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 자기들 교리로 공부시키려고 이렇게 열정적으로 무일푼으로 하는구나 이런게 신념인가.. 대단하네 이렇게 받아들였어요.
또 생각보다 성경이란게 촘촘하더라고요.
저는 애초에 백년을 귀에대고 성경을 읽어도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게 태어난 소같은 사람이라 거부감만 지운채로 단군신화듣듯 강의를 들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 세계관을 판타지처럼 받아들이면서 여기서 어떤 내면공부를 할 수 있을까? 매 시간 물었던 것 같아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얼마나 더 들어보면


알 수 있냐고.성경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바보같이 정말 내면공부하러 온거라 찰떡같이 믿는 학생이였으니까 이것도 한편으로는 골칫덩이였을수도 있겠네요.. 쓰고보니 진짜 바보같네요.

세뇌심리학이란 게 있잖아요. 이제 아주 서서히 시작합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는 단순한 오락성 매체들이며 시간을 좀먹는 것들이니 점점 줄여보자. 이제 아예 보지말자로 서서히 유도해서 정말 스스로 보지않게 만들어버린다고 해요. 저는 아직 초기단계라 언급정도만 된 상황이구요. 인터넷 보다가 저처럼 신천지 뽀록나면 다 도망가니까 큰일나거든요. 얼마나 한 사람 한 사람을 공들여 여기까지 데려왔는데ㅎㅎ

또 휴대폰은 강의중에 방해되니 자연스럽게 거둬가고,그게 막 너 휴대폰 내!! 이런식으로 강압적인게 아니고 예의 차원으로 예쁘게 말을 해서 그것도 순응하게 됩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는 아직 알리지 말라고도 해요.
아직 너희 스스로도 이게 맞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주변에 그걸 흘리면 당연히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고 그럼 너는 더 흔들리게 된다. 몇달만 더 지난 후에 그 때 떳떳하게 말해도 괜찮다는 말을 지금 제가 두 세줄 적은것보다 더 성의껏 시간들여서 말을 해요. 진짜 적고싶은 디테일한 희안한 짓들이 많은데 티날까봐 못적겠네요.


종교인들에게 죄송한 얘기이긴 한데 전 평소에 사이비랑 정통종교를 딱히 구분못했어요.
저한텐 둘 다 이해하기 힘든건 매한가지라서 주변 친구들도 알아서 종교인들은 멀어지고 그렇더라고요.
일부러 배척하는게 아니라 그냥 성향이 안맞아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고요. 인연이 아닌가보다 해요.
이런 입장에서 성경수업을 들으니 사이비와 기독교를 구분할 수 없었어요. 애초에 성경내용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사이비는 무조건 교주를 찬양하고 실성한듯이 기도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이렇게 평범한 교회 공부방처럼 해놓을거라 상상도 못했기도 해요.
또 기독교사람들은 원래 전도에 열성적이니까 와 교회 밖에선 이렇게까지 하면서 전도를 하는구나 진짜 박수쳐주고싶다 이런 생각할 정도로 기독교에 무지해서 이상함을 못느꼈어요.

제가 아무리 여기에 빠지지 않았다지만 순진한거 인정합니다.
저는 정말 자신이 있었어요. 사이비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그 누구보다 한심하게 생각했던 사람이고 저길 모르고 다닌 자체가 저스스로도 충격적입니다. 첨에 유튜브로 신천지를 알아보다가 묘하게 겹칠 때 "ㅋㅋ설마 신천지아니야?" 장난으로 중얼거렸던 말이 월화목금 성경공부한다는 동영상에 무너졌어요. 이정도 충격을 앞으로 또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에요.
저는 신앙을 갖고 종교 공부를 하고있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고 심리학, 내면공부를 하고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제가 잘했고 못했고 잘잘못을 평가해달라고 쓰는 글이 아니에요.
거기에 멋모르고 다니는 애들이 계속 다녀서 7개월 과정이 끝나면 정식으로 신천지에 들어갈텐데 그럼 인생 종칩니다..
이미 깊은 세뇌가 된 상태라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단계라고 합니다.
특히 상처많아서 어디라도 기대고 싶은 친구들. 진짜 제가 대화했던 몇명이라도 꺼내주고 싶어요. 저도 공부로 바쁜 상황이라 엄청난 시간투자는 못하겠지만서도 적어도 몰래 한 마디 건네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구요. 또 여길 나가면서 어떤 작은 복수라도 하고 가고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움 요청하는 것도 있고 저는 피해라고 하기엔 그동안 얻어먹은 커피값으로 퉁칠 수 있을 정도지만 지금 신천지인걸 모르고 다니시는 분들이나 앞으로 당할 수 있는 분들을 위해 글을 써보아요.
너무 방심했어요. 그런 곳은 이상한 사람들만 있을거라 생각했거든요. 절대요. 요즘말로 인싸들이 거기서 팀장하고있습니다. (잘노는학회장같은 느낌)

참고로 유튜브 김강림 신천지 < 검색해서 앞머리내린 57분짜리 영상으로 보면 더 와닿을 거예요. 실제로 신천지 들어가서 푹 빠졌다가 가족 도움으로 나온 사람 이야기인데 말도 너무 재미있게합니다! 예방차원으로 관심있으시면 보셔요~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