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다들 애인에게 어디까지 보고하세요?
- 썰 모음
- 2021. 5. 26.

안녕하세요, 20대 초반 직장인 여자입니다.
현재 20대 후반 학원강사일을 하는 남친이 있는데 너무 황당한 일이 많아서.. 질문드려요.
(방탈 죄송합니다. 여기가 가장 조언 얻기 좋은 곳인 것 같아서요.)
저는 현재 일거수일투족을 남친에게 보고하고, 뭔가 결정할 일이 있으면 남친에게 허락을 구합니다.
보고하는걸 예를들면요, 사소하게는 일하다가 담배를 피러 갈 때, 밥 먹을 때, 회사 앞 편의점에 갈 때 그리고 일을 할 때에도 항상 말을 하고 전화를 해요. 나 지금 담배피러 가. 나 이제 밥 먹어. 나 잠깐 회사 앞에 편의점 가. 나 이제 일 해. 이렇게요. 일하는 시간 외에는 1시간 반에 한 번씩 담배를 피거나 할 때 전화를 꼭 해야해요. 할 말도 없는데요.
남친은 학원강사인지라 학생들 하교시간 전까지는 시간이 비거든요. 그래서 항상 연락도 칼답이고 웬종일 제 연락만 기다리는 사람 같아요.
전화를 하면 좋고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형식적인 말만 반복이에요. 나 이제 담배피러 간다. 그래 잘 피고 이따가 밥 먹겠네 맛있게 먹고. 응 너도 밥 맛있게 먹어. 이게 끝이에요.
근데 이런 전화를 안하면 저한테 바빴냐고 묻고 아니라하면 왜 안바쁜데 전화 안했냐, 중간에 담배피러 안갔냐, 전화 한 번 할 시간이 없냐 등등.. 이런 말을 하면서 사람을 갈구고 화를 내요.
그리고 한동안 잠깐 바빴을 때가 있었는데, 정말 바빠서 담배도 정말 한두번 가서 5분만에 후딱 피고 오고 일하고 그랬을 때가 있었어요.
그날 일 끝내고 만났는데 제 담배를 열어 갯수를 확인하고 표정을 확 굳히고는 너 오늘 바빴다며. 근데 담배 필 시간은 있었나보네? 하며 또 갈굼... 하...
그리고 바쁘지 않아도 친한 직장 동료들과 메신저로 얘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딴 짓도 좀 하고 그럴 수 있잖아요? 잘하는 건 아니지만, 저희 회사 특성상 상반기에 진짜 사람 쓰러지기 직전까지 굴리고 하반기에 완전 프리하거든요. 그래서 하반기에는 이런 부분들이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에요.
아무튼, 잠깐 다른 일에 빠져 카톡을 못 보면 바쁘나 바쁜가보네 많이 바쁜가 이러다가 제가 한 10분~20분 후에 미안 다른거 하느라 못봤어 하면 사람을 또 들들 볶아요.
하..진짜 무슨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카톡하면 또 억지로 할 말 쥐어짜내서 하고.. 연애 초반에는 연락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아서 칼답도 좋고 오히려 제가 더 연락하고싶어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너무 싫어요. 연락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올정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결정적인 이유는, 저는 모든 결정을 남친의 허락아닌 허락을 받고 합니다.
예를 들면요, 머리를 자른다던지, 염색을 한다던지, 귀를 뚫는다던지, 조금 짧은 옷을 입는다던지, 옷을 살 때도 이거 사도 되냐고 물어보고 너무 붙는다거나 파였다거나 짧다고 안된다고 하면 그 옷은 못 사는거에요. 진짜 평범한 블라우스인데 하얀색이라 안에 비친다고 못 사게 하고, 여름에 짧은바지도 못입게해요. 운동하고싶어 헬스를 다닌다던지, 다이어트식품을 구매한다던지, 가수 콘서트, 전시회, 친구와의 만남, 회식, 워크샵, 저녁에 뭘 먹고 점심엔 뭘 먹는지, 퇴근하고 잠깐 동전노래방가서 노래부르는 것, 혼자 피시방에 가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 보고하고 허락을 구해요. 진짜 돌아버릴 것 같아요.
못하게 해서 왜 못하냐고 난 하고싶다고 하면 미친듯이 화를 내요. 이럴거면 니맘대로 하지 왜 물어봤냐, 내가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마라, 남자친구가 싫다는데 좀 안할 수 있는거 아니냐, 그거 안하면 죽냐, 좋아하면서 이런거 하나 포기 못하냐, 내가 너한테 이런거 하나 말 못하냐....
정작 말 안하고 결정해버리면 그날은 진짜 동네 떠나가라 싸우는 날..
심지어는 전에 만화카페를 한 번 갔었는데, 아시다피시 굴?같은 곳에서 누워서 만화보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벽에 기대 반쯤 누워 다리를 꼰 상태로 만화를 보고 있는데 굴 입구쪽으로 다리를 한 상태였어요. 근데 밖에 사람들이 니 밑에부분 본다고 다리를 똑바로 하래요? 검은색 슬랙스 입었는데 뭘 본다는건지ㅋㅋㅋㅋ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그래서 제가 너무 숨막히고 답답하다고 호소하면서 대체 내가 헬스 등록하는거, 혼자 노래방 잠깐 가는 것들을 왜 너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냐, 왜 보고해야하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화를 내면서 말 더럽게 하지 말라고, 그럼 우리가 사귀는 사이에서 그런것도 못 말하냐고...
저요, sns 극혐하는 남친덕에 sns도 계정 탈퇴한지 오래구요, 귀 뚫는것도 안된대서 못하구요, 회식이라도 하는날엔 눈치보여 죽고, 그냥 갑자기 그날따라 꾸미고싶어 예쁘게 입고 회사에 가면 왜 그런걸 입고 회사에 가냐고, 나 만나는 날도 아닌데 왜 이쁘게 입냐고 화를 내고 전 또 눈치 보이구요, 다이어트 한다고 계단으로 올라간다고 하면 숨 헐떡거리는거 야하
다고 그러고 사무실 들어갈거냐고 뭐라고 하구요, 집에 혼자 있을 때 뭐하냐 물어서 유투브 본다그러면 한숨쉬고 한심하게 취급하고 뭘 보냐고 남자 나오는 거 보냐고 이상한 거 보냐고 사람 갈구고.
그래요, 정말 뭐. 연인 사이에 연락이 중요하긴 한거 알아요. 아는데.
이 남자를 1년 좀 안되게 만나다보니 원래 정상적인 연인관계에서 어디까지 말하고, 어디까지 얘기하고, 어디까지 허락을 맡고, 얼마나 자주 연락하는지 전부 잊어버렸어요.
정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데, 그 남자의 '사귀는 사이잖아'라는 말에 반박을 못해요.
여러분 머리 자를 때 남편 혹은 남친에게 양해를 구하나요? 헬스 등록할 때 허락을 받나요? 오늘 뭘 입었는지 보고하나요?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서부터 비정상이죠?
그리고 남친이 절 갈굴때마다 하는 말이, 내가 하지말라고 하면 니가 안하냐? 결국 하고싶은거 다 하고 딴짓도 하고 입고싶은 거 입으면서 뭘 숨이 막힌대? 라고 해요.
제가 부모님도 뭐라 안하시는걸 왜 니가그러냐고 하면 부모님이랑 사귀냐? 합니다..
하얀색 얇은 기본 라운드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속옷 라인이 다 보인다며 하루종일 기분나빠하는 남친인데 제가 뭘..진짜..하..... 이 글 쓰면서 억울하고 답답해서 눈물이 나요. 사무실인데..
객관적으로 봤을때 제가 불만이 많은건가요? 제가 정말 억압당하는 게 아닌가요?
정말 보통 애인끼리 이렇게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고 뭔갈 결정할 때는 꼭 애인의 허락을 받나요?
제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