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대구에 백화점이 진짜 있네?? 라는 친구

대구출신 여자입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 쭉 대구에서 살다
대학때부터 서울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대학교 친구와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은 거의 다 서울이나 경기권 출신이에요

이번에 결혼를 앞두고 고향인 대구에 내려갈 일이 있었는데 대학 때 친구들이 저 내려가는 김에 자기들도 대구에 놀러가보겠다며 따라 왔습니다.(친구들이 치맥 축제를 가보고 싶어했거든요)
기차 같이 타고 내려가 함께 식사 한 끼 정도 하고, 저는 친정에 볼 일을 보러, 그리고 친구들은 대구 치맥 축제가 열리는 이랜드 타워 쪽을 돌아보기로 했죠.

그런데 친구들이 동대구역에 내리자마자 갑자기 큰 소리로
“헐 대박! 대구에 진짜 백화점이 있네???”
하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서 뭔 소리냐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기차에서 대구에 신ㅅㄱ 백화점이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내기를 했답니다. 한 친구는 그래도 광역시인데 당연히 있다, 쪽에 걸었고 나머지 두 명은 지방이니 브랜드 백화점(?)은 없다 쪽에 걸었대요.



아니, 듣는 데 너무 어이가 없는 겁니다.
참고로 있다 쪽에 건 친구는 서울 관악구 토박이,
나머지 두 명 중 하나는 파주, 하나는 이천 출신이에요.
살면서 지방 내려가 본 적이 손에 꼽는 애들이긴 해요.
경상도 쪽은 경주나 부산 말고는 뭐 올 일이 없었다고 하니 잘 몰랐던 걸 이해는 합니다.
(추가로, 벌써 댓글에 어떤분이 달아주셨지만 동대구에 있는 신ㅅㄱ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백화점인 걸로 알고 있어요. 개점 당시 뉴스에서도 크게 떠들어 대던 거라 적어도 ‘대구에도 백화점이 있어?’ 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그래서 더 놀랍고 어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걸 대구 출신인 제가 듣는 앞에서 해야할 소리일까요?
은근히 무시받는 기분이 드는데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
식사하면서도 기분이 나빠서 밥만 먹고 헤어졌는데,
헤어질 때까지도 제가 기분이 상했다는 걸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친구 중 한 명 인스타에 사진이 올라왔어요. 동대구 역 앞에서


찍은 신ㅅㄱ 백화점 사진을 올리고선, 대구에도 있을 거 다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방이라도 다 골고루 발전한 듯, 신기했다, 이런 식의 글을 썼어요.

여기서 따지고 들자니 자격지심 있냔 소리 들을 거 같고,
그냥 넘어가자니 서울 친구 말고(이 친구는 적어도 입을 털진 않았어요.) 나머지 두 친구가 너무 짜증나서 얼굴을 보고 싶지가 않아요. 자기들도 따지고 보면 지방 출신이면서......

이 상황을 어쩌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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