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내 물건으로 인스타 좋아요 받는 언니

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새언니가 제 물건들을 사진 찍어서 마치 자기 것인 것처럼 자꾸 인스타에 올립니다.

다행히(?) 제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은 아니구요, 그냥 사진만 찍어서 ‘요즘 이거 쓰는데 향이 너무 좋다’ 이런 식의 코멘트에 해시태그를 한 20개쯤 붙여서 올리는데요, 이게 살짝 짜증스러운 제가 이상한 건가요?

저는 화장품, 차, 커피 같은 것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물건을 써보는 걸 좋아하지만, 사회초년생이라 돈이 넉넉한 편은 아니어서 한달에 15만원 정도만 직구 쇼핑에 씁니다. 사실 큰 지출이 아닌데도 이 때문에 집에서는 저를 해외것만 쓴다면서 좀 취향이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빠네 부부가 올 때마다 (저는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요) 새언니가 꼭 저한테 새로 산 거 뭐 있냐면서 같이 구경하고 감탄하고 그래요.

그렇지만 저는 인스타에 뭐 샀다고 물품 자랑은 안 해요. 제 계정에 있는 사진의 대부분이 풍경이나 카페 소품을 부분적으로 찍어서 올린 것입니다. 해시태그 이용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제 눈에는 그게 관심끌기용으로 너무 유치해 보여서 전혀 쓰지 않아요. 그저 기록용으로 위치만 표시해서 한달에 서너 장 올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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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정작 물품의 주인인 저는 가만히 있는데, 새언니가 인스타에 자기 물품인 것처럼 자꾸 올려대요. 처음에는 새언니가 유아용품 사업을 할 때였는데, 당시 언니가 굉장히 민망해하면서 제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고, 저도 언니 사업특성상 팔로워 수가 높을수록 좋은 걸 아니까 당연히 이해했구요. 그날 제 화장품 몇몇개가 오밀조밀 분위기 있게 세팅돼서 새언니 계정에 올라가 있는 걸 보니까 솔직히 좀 웃음이 나긴 하더라구요.

사실 이런 게 제 물품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이 시골에 조그만 별장을 하나 갖고 있는데, 그것도 사진 찍어 여러차례 올리면서 코멘트를 애매하게 달아놨을 뿐이지 시댁 별장이라는 말은 전혀 없어요. (서로 맞팔하고 있구요, 개인 SNS 가지고 떠드는 사람은 되기 싫어서 부모님께 새언니 인스타 가지고 왈가왈부한 적은 전혀 없지만 그런 게시물 볼 때마다 좀 기분은 안 좋더라구요) 아무튼 인스타만 봐서는 돈 걱정 없이 놀러다니고 먹고다니는 사람 같아요.

근데 사업이 잘 안돼서 접고 전업주부로 지내는 지금은 그런 횟수가 더 많아졌어요. 제가 외출해 있는 동안에 새언니가 오빠와 함께 부모님 뵈러 오면, 제가 식탁에 올려둔 차 세트는 새언니가 직구해서 요즘 즐겨마시는 차로 둔갑해서 인스타에 올라가 있습니다. 언니 영어도 거의 못해서 직구 한번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에요. 근데 그런 식으로 제 화장품, 차, 커피머신 등의 사진이 수십장 찍혀서 올라갔어요.

제 물품에 손댄 것도 아닌데, 한심하게 여겨지는 걸 넘어서 기분이 너무 나쁩니다. 사실 이게 왜 기분이 나쁜 건지는 제가 합리적으로 설명을 못하겠어요. 이런 제가 이상한 건가요? 더는 이러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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