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때문에 결혼 엎어버렸어요. : 네이트판

말로만 듣던 파혼이 제 일이 될 줄 꿈에도 몰랐기에 어제 저녁부터 너무 울어 눈도 잘 안떠질 정도로 부었네요.
꼬박 밤을 새고 속상한 마음에 여기에라도 적어봅니다.


저와 이친구는 2년을 교제해왔고, 처음부터 정말 너무 잘 맞아서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왔어요. 연봉은 저와 비슷하고, 모은돈은 제가 더 많아요. 그렇지만 전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가 지금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일단 식 올리고 제가 들어가서 같이 살다가 기회되면 더 좋은집으로 가려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누가 돈 좀 더 모으고 없고 그게 뭐 큰문제냐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문제는 최근 제대로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온 뒤부터입니다.
저희 부모님께 먼저 인사시키고 나서 이 친구 부모님을 뵈러 갔었는데요. 인사 마치면 바로 날 잡으러 가자고 약속했습니다.
평소 남자친구가 자기는 어렸을때부터 형편이 안좋았어서 어려운 시절을 겪었단 이야기는 여러번 했지만, 집이 이정도인줄은 몰랐습니다.


남자 부모님과 식사를 한지 몇분 되지도 않아 어머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우리는 옛날에 찢어지게 가난했었다. 지금도 넉넉하지 않아 결혼에 한푼도 보태줄 형편이 못된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도 어머님 아버님 두 분 다 건강이 안좋아 육아에 도움도 줄 수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거기에 덧붙여 우리 아들한테 매달 용돈 받고있는건 아냐, 그동안 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하시는 말이 요즘 물가도 안좋은데 어지간하면 지금 거주하는 임대아파트에서 아이도 낳고 살았으면 좋겠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마음이 너무 복잡해 부모님께 이 사실을 얘기하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헤어지라고 하십니다.
지금이야 가벼운 문제 같지만 앞으로 용돈을 안받겠다는 말도 없고, 육아도 처음부터 선 긋는다는건 오로지 니네 둘이 알아서 하든지 대놓고 친정도움 받으라는건데 너무 속보인다,
그리고 둘이 힘 합쳐 더 좋은집으로 갈수도 있는데 임대아파트에서 평생 살으라고 쐐기를 박는다? 당장 끝내라고 하십니다.


자존심 상해 어디에도 얘기 못했지만, 실제로 형편이 저와 저희집이 더 나아요. 저는 부모님 두 분 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지금껏 생신이나 명절 외에는 용돈을 드려본적이 없어요.
이 남자가 매달 용돈을 드려왔다는것도 이제 알았구요.


게다가 돈과 더불어 이 남자 술을 좋아합니다. 평소에 술자리도 잦고 유흥도 좋아해요. 저희 부모님이 그래서 더 반대하십니다.
집안 가난한놈이 빨리 일어서서 한푼이라도 더 모아서 아이 낳고 더 좋은 아파트로 갈 준비를 해야지 술이나 쳐먹고 정신 썩었다며.
니 인생 똥통에 쳐박고 싶지 않으면 헤어지라고..



저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이정도로 반대를 하시니 도저히 저도 자신이 없어 어제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매일 함께한 사람인데 결국 돈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같아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다 극복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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