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설강화’ 스태프입니다. : 네이트판

- 많은 댓글 중에 저를 '일베', 일베충', 일베새끼'라 적시하는 글이 너무 많아 속상하네요.
저는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전혀 안하며 특히 '일베'라는 곳은 뉴스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할 때 마다 그 패륜적인 행동들에 소름끼친 적이 많았습니다.
단 한 번도, 호기심에라도 '일베'라는 곳에 기웃거린 적이 없습니다.
가장 혐오하는 단어 중에 하나인데 너무 많은 분들이 언급하셔서
이런 것까지 공개해야 하나 싶지만 아무튼 사실 그대로 알려드립니다.
저를 '일베' '일베충' '일베새끼' 등 '일베'라는 단체와 연관시켜 언급 하신 분은 그 말에 책임지시길 바랍니다. -

- 제가 쓴 글이 이모티콘과 웃음 등을 많이 사용해서 우습냐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런 부분들과 글의 주제와 상관없는 에피소드 등은 삭제했습니다.
읽으면서 불편하셨던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

- 댓글에 답글을 쓰고싶은데 너무 많아서 일일히 적을 수가 없는 점, 양해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건강함을 느낄 수 있어 뿌듯합니다. 소중한 의견 정말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예전에 인터넷에서 '네이트판' 이란 곳을 본 거 같아서... 검색해서 오늘 가입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이 글이 가입인사? 성격의 글이 되어버렸네요.

저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드라마 '설강화'에 참여했던 스태프입니다.
정확한 포지션과 이름은 현장사진을 담당했던 사진가 조배건입니다.
쉽게 말씀드려서 아래처럼 '설강화'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공식사진들은 99.9% 제가 촬영한 사진이라 보시면 맞습니다.

직업 특성상 사진을 몇 장 곁들이려 합니다.
저는 2천년대 초반부터 드라마 현장에서 홍보용 사진을 촬영했구요.
드라마 현장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으로서는 소위 말하는 1세대에 해당된다 할 수 있겠네요.
현역으로 촬영하는 드라마 스틸컷 사진가로는 부끄럽지만... 아마도 제가 최고참? 최고령?일 겁니다.
72년 5월생이니 우리나이로 50살, 그러고보니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이네요.


- 제 모든 것을 오픈하고 숨지 않고 글을 쓴다는 의미로 본인 사진도 올립니다. -

모두 아시다시피, 최근에 '설강화'가 여러 이슈들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성격상 타인 앞에 나서는 것을 정말 안좋아하고 두려워하는데,
제 의견을 한 번 전해보는 것이 여러분의 판단에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
며칠 몇 날을 고민하다 심호흡 크게 쉬고 몇 자 적어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가족이나 친구 포함, 그 어떠한 분과도 사전에 상의하거나 조율없이 독자적으로 실행?하는 거라서
당장 제작사나 JTBC관계자 분께 연락와서 혼날까 걱정도 되고
게시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켜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까 불안합니다.
제작사와 JTBC관계자님, OTT계약사인 디즈니관계자님, 감독님, 배우분들, 스태프분들께 이런 일탈에 미리 양해와 용서를 구합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별 거 없는 몇 자의 글이지만
저는 이 게시물이 어쩌면 영영 이 일을 못하게 되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시쳇말로 '신상이 탈탈 털려'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운 마음이 있습니다.
어쩌면 드라마 현장에 걸맞지 않게 역사의식이 '매우' 부족한 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마지막으로 각종 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다툴 수도 있을 거라 염두하고 있는데
그 어떤 이슈든 피할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 혹시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100% 책임지겠습니다.

- 말씀에 앞서,
저는 개인입니다. 제 모든 말씀은 '설강화'제작사나 관계자의 공식입장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또한 '설강화' 스태프분들이나 관계자 분들께서 이 글을 보시고 제가 전하는 말씀 중에 혹시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거나 연락주셔서 바로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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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5일 상암동 JTBC에서 전체 대본리딩 후 해를 넘겨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되던 중,


올 3월에 한 드라마가 국민청원등의 논란 끝에 2회만에 조기종영합니다.
이후 '설강화'라는 제목이 들어가는 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공개된 시놉시스에 1.간첩이 여대생기숙사에 들어온 점,
2.안기부요원을 '대쪽같은 인물'이라 묘사한 점이
80년대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을 뒤에서 간첩이 조정했다는 역사왜곡으로,
안기부 미화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제작을 중단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고 그에 대한 답변도 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아직 방송이 안되서 '설강화' 내용을 모르시니 그렇게 오인하실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당시 7~8회정도까지 대본이 나왔던거 같은데 대본 어디에도 안기부가 미화된 부분이 없었고
간첩이 민주화운동을 관여한 부분은 더더욱 없었으니...
모든 오해는 방송이 시작되면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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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제 기대는 크게 빗나갔습니다.
방송이 되자마자 청와대 청원이 재차 올라오고 여러 단체와 사회 저명인사분들께서 우려를 표명하시고 계시네요.
방영을 반대하시는 가장 큰 이유가
1. 간첩이 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
2. 안기부를 미화했다.
3. 6월 항쟁, 518 민주항쟁 등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였다.
크게 보면 이 세 가지 이유로 함축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본을 1부~16부까지 숙지한 상태에서 말씀드리면
1번의 경우 일단 이 드라마는 민주화운동을 다룬 드라마가 아닙니다.
1부에서 보신 것처럼 당시 시대를 보여주는 배경으로 학생들 시위 장면이 잠깐 나오는 게 전부예요.
그리고 대본 어디에도 간첩과 민주화는 연관이 아예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간첩이 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2번의 경우 안기부를 미화했다고 할 만 한게 안나옵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당시 안기부의(간첩잡는데 혈안이 된) 정형화된 모습과 당시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한 기관으로서 나올 뿐입니다.
3번의 경우 대본 어디에도 그렇게 볼 수 있는 내용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교묘한 거짓으로 여러분들을 현혹시키고 그러는게 아닙니다.
정말 세 가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논란이 이해는 가나 공감할 수는 없습니다.

제 관점에서 '설강화'는 그냥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를 바 없어요.
드라마라는 게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야 하니 극적 설정, 억지 설정이 많잖아요.
재벌가와 아주 가난한 자의 사랑이라던가 탑스타와 단역배우의 사랑 같은거요.
그런거예요, 간첩과 여대생이 주인공인 이유가.
그런데 '그건 안돼', '그건 아니지'하시며 보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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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될까요? 드라마 소재로 간첩이 대학생 만나는 게 문제가 되나요?
우리사회가 드라마에 나오면 안된다고 법으로 지정한 게 있나요?

저 역시 창작자입니다.
법으로 금지한 몰카 등등 진짜 찍으면 안되는 거 제외하고 제가 찍으면 안되는게 있나요?
저는 누군가 저에게 이건 사진으로 찍지마... 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누군가 제게 이건 찍지마, 한다면 흔히들 작가가 절필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절카합니다.
제 사견입니다만 이번 논란을 보며 제가 여러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집회의 자유' 이런 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입니다.
누군가 제게 '표현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제한한다면 저는 그것에 단호히 반대하고 싸울 것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창작자에게 '표현의 자유' 이건 충분히 목숨 걸 만한 가치입니다.
아니, 사실 전부나 마찬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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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인터넷 댓글창에 대통령님(우리 드라마에서는 코드원이라 합니다.) 응원도 하지만 어떤 분은 간혹 험담도 하시잖아요.
내년에 있을 큰 선거 후보들 뒷담화 맘대로 쓰시잖아요.
놀라시겠지만 그거 그럴 수 있게 된 게 얼마 안됐어요.
예전에는 그런거 상상도 못했어요.
그분들 욕하면 잡혀갔어요, 진짜예요.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외치려면 목숨까지 걸어야 했어요, 이것도 진짜예요.

그런데 지금은 공공장소에서 단체로 큰 소리로 욕해도 아무도 안잡아가요, 오히려 경찰분들이 보호해주십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아무것도 아닌 거 같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피를 흘리셨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스러지고 희생되서 어렵게 정말 어렵게 얻은거예요.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자유가 사실 커다란 희생을 딛고 이룩한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지금 '설강화' 방영중단 요구하고 계시잖아요.
그게... 제 관점에서 도저히 옹호 할 수가 없어요.
방법이 잘못됐습니다.

설령 사람들이 그렇게 요구해서 '설강화'가 방영중단이 됐다고 가정해봐요.
한 작가님이 70~80년대를 그리고 싶은데 자꾸만 머릿속에 폐지됐던 '설강화'가 떠올라요.
방송은 나가야 하니까 '설강화'를 기준으로 안기부는 이렇게 써야 하나? 학생운동을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이 정도 수위면 방송이 될까?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돼요, 이게 굉장히 안좋은 겁니다.

창작자는 머릿 속에 뭔가 떠오르면!
말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릴 수 있어야 해요! 노랠 만들 수 있어야 해요! 찍을 수 있어야 해요!
아무 제약 없이!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이것이 정말 소중한 가치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민주주의 사회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불편한 창작물'이 자유롭게, 제약없이 빛을 보는거예요.
창작자가 소위 말하는 성역을 얼마든지 자신있게 건드릴 수 있는 거예요.
그래도 창작자 본인에게 안전을 포함해 아무런 불이익이 없어요.
그게 진짜 건강한 사회입니다.
창작물이 불편하면 안 보면 되요, 불편하면 안 부르면 되요, 불편하면 안 사면 되요.
불편하다고 세상에서 아예 사라지게 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 첨 언 -----------------
댓글 중에 아래 '공동경비구역 JSA'가 실화인 것도 모르고 이글을 쓰셨다고 하시는 지적이 있어 바로잡습니다.
내용 중 단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이란 설명을 안했을 뿐입니다.
당시 'JSA에서 군인들이 실제로 이랬다고?' 하면서 반발하시는 분도 많았고 꽤 이슈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글의 논지는 JSA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가 아니라 그런 이슈들로 인해 그 영화가 빛을 못보고 사장되었다면 우리 문화의 큰 손실이었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려 했던 것입니다.
----------------- 끝 -------------------

오래 전 비무장지대를 다루었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예를 들어 볼게요.
JSA라는 공간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 여전히 있는 공간이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비무장지대에서는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한 군인들이 굉장히 살벌하게 대립하고 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남북한 군인들이 휴전선을 막 왔다갔다 하고 만나서 농담따먹기를 해요. 이거 국가보안법 위반이예요.
심지어 남북한 군인이 같이 술도 같이 마시고 우정도 싹트고... 이건 뭐, 범법 끝판왕, 군형법으론 그냥 볼 것 없이 사형이예요.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전 극장에서 일어나서 한참 동안 박수쳤어요.
박감독님께서는 여기저기서 상 엄청 받았어요.
그게 현실이면 사형이예요, 그러나 창작이면 괜찮아요...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상상은 혼내지 않고 상을 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서 그래요.

반대로 당시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상상을 받아드리지 못하던 사회였다고 간주해 봐요.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 개봉 전에, 예를들어 그곳에서 근무하셨던 분들이 설립한 '막강 JSA복무자 연합'이란 가상의 단체가 있다고 쳐요.
그분들이 어느날 '곧 개봉하는 영화가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군하고 친해지고 근무중 같이 술먹고 그런다더라.' 얘기를 접했어요.
다음 날부터 격분한 전국의 모든  '막강 JSA복무자 연합' 회원들이 영화사와 극장앞에 모여 시위하고 경찰과 몸싸움하고 자해하고... 아무튼 난리가 났어요.
점점 여론이 안좋아집니다... 결국 영화사가 굴복하고 발표합니다.
'여러분들의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드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개봉을 철회, 폐기합니다.'
그러면 그 이후로는 영원히 남북한 군인이 대화나누는 영화는 못보는거예요, 그냥 보이기만 하면 총부리 겨누고 무조건 싸워야해요.
무엇보다 제가 가장 위대한 한국영화라 생각하는 '올드보이'? 그런 영화 한국에 없는거예요.
이게 얼마나 우리 문화계에 엄청난 손실입니까.

베낀게 아니라면 창작자의 창작물은 반드시 존중해줘야 해요.
그리고 그걸 대했을 때 내가 기분 나빠도 존중해줘야 해요, 소각하면 안됩니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민주주의를 떠받드는 커다란 기둥 중 하나예요.
그래야만 문화가 발전합니다.

- 이 부분은 우리 사회가 논하지 못할 성역이 있는가? 대상이 어느 것이든 우리는 자유롭게 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작성했는데 오해가 생기는 부분도 있고 표현도 과격한 것 같아서 삭제하였습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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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씀드려 '설강화' 방영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그런 소중한 가치에 제약을 두기 시작하는 겁니다.
피로 얻은 우리 권리를 어리석게 반납하는 거예요.
이번에 '설강화'가 폐지되면 다음에 '설강화2'가 폐지되고 그러면 또 '설강화3'이 폐지되고 그러다보면 옆나라 되는거예요.(옆나라님 미안합니다.)
점점 쉽게 쓰지 못하고 쉽게 말하지 못합니다.
할 말은 많은데, 끝없는 자기 검열로 몇 마디밖에 못합니다.
이거야 말로 정말 큰 문제고 슬픈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설강화'는 반드시 끝까지 방영되어야 합니다.
그래도 나는 방영 그 자체가 정말 싫으시다구요, 어떡해서든 방송을 멈추게 하고 싶다구요?
정 그러시면 다른 채널 드라마 보기 운동을 제안합니다.
tvN의 배드 앤 크레이지 라던가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라던가 MBC 옷소매 붉은 끝동 등을 추천합니다.
그게 성공해서 '설강화' 시청률이 0.몇%로 유지되면... 조기종영의 가능성이 조금 있습니다.
그 방법이 소중한 '표현의 자유' 가치를 지키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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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저는 한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척도 중 하나가 관용과 포용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설강화'는 모든 내용이 우리 사회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범주 안에 든다고 판단합니다.

아까 댓글 얘기가 나와서 몇 자 적는데... 요즘엔 인터넷 댓글창 보는 게 너무 무섭습니다.
설강화 관련기사를 눌러봤더니 제작에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북한으로 보내라, 구속해서 감방에 쳐넣어라. 등의 댓글도 보이더라구요.
심지어 한 관장님께서는 '설강화' 관련 논란이 '나치'를 찬양하는 행위와 같다 하셨습니다.
사실 이 '나치'를 빗댄 표현을 보았을 때 저도 이렇게 어떤 입장표명이라도 해야겠다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나치아시죠?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을 6백만명 이상 학살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반인류 범죄집단 입니다.
'설강화'에 대한 의견을 내시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하지만 '나치'라뇨.
너무 소름 돋고 상처를 크게 받았습니다. "관장님, 저희는 나치 부역자가 아닙니다."

관련해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위에 관장님 말씀처럼 그 말씀이 설령 맞는 말씀이라 하더라도 상대가 들었을 때 굉장히 불쾌하고 속상할 수 있습니다.
옳은 말로 지적하는 것과 내가 하는 말은 옳으니 듣는 너는 상처를 받아도 무방하다 여기는 것은 아주 다른 얘기입니다.
내가 좀 더 정의로운 입장이란 생각이 든다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설강화' 댓글들을 보니 '정의로운' 입장이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입장이라 생각하셔서 그런지 과격한 표현으로 상처를 주는 댓글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주인공인 우리 정해인님과 김지수님을 향한 비난을 멈춰주세요.
두분은 쉽지 않은 역을 맡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연기하셨을 뿐입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연기를 할 때도 한 번도 힘든 내색없이 밝은 모습으로 임하셨는데...
마땅히 박수를 받아야 할 지금 말도 안되는 비난을 받고 계시니 지켜보는 입장에서 너무 속상합니다.
해인님과 지수님이 얼마나 치열하게 촬영에 임하셨는지, 곁에서 잠깐이라도 지켜보셨다면 절대로 두분께 돌을 던지지 못하실 거예요.
정말이지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몰라요, 제가 이 글을 쓰면서도 해인님과 지수님이 고생하시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ㅠㅠ
마침 오늘이 성탄절이니 성탄안부도 전하시며 따뜻한 위로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원래 이 자리에 해인님과 지수님과의 에피소드와 함께 관련 사진을 담았었는데
이 글을 통해 말씀드리고자 하는 주제는 아니라서 삭제하였습니다..]

여러분,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발 배우분들을 욕하시거나 비난하시지 마세요.
제 경우 '설강화' 드라마를 욕하는 댓글만 읽어도 제 면전에 직접 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고 상처받고 좌절하는데
하물며 배우를 특정해서 심한 욕설과 인신공격을 하면 그 상처가 얼마나 크고 고통스럽겠습니까.
두분은 정말 우리 문화계의 귀한 보물입니다, 성숙한 댓글 문화 우리부터 꼭 실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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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3일(정확히 24일 새벽 2시50분경)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모두 함께 모여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잠시 가졌습니다.
정해인님께서 말씀하시다 눈물을 뜨겁게 흘리고
감독님 역시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을 격려하시다, 울음이 터져서 말씀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제가 셀 수 없이 많은 드라마를 촬영했지만 연출감독님께서 그러시는건 처음 봤는데
해인님도, 감독님도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까요.
사실 연출감독님께 '설강화'는 늦둥이 아이와 같을 겁니다.
9개월의 촬영을 통해 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났는데 사람들이 구덩이를 파면서 산채로 묻으라 하시니 심정이 어떠시겠어요.

혹시 이글을 JTBC 편성에 관련되시는 분께서 보실까요?
개인적으로 16회까지 정상적으로 방송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손가락질 하며 욕하시던 분들께 과연 여러분께서 그렇게 나서서 욕하시고 방영을 중단시킬 만한 드라마였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설강화'는 여러분들께서 우려하시는 내용들은 아예 없거나, 거의 없거나, 매우 과장된 얘기입니다.
가족 모두 TV앞에 둘러 앉아 보셔도 교육적으로 정서적으로 아무 문제 없습니다.

연출감독님 이하 우리나라 드라마 업계의 자타공인 최고의 스태프 분들이 합심하셔서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최선을 다해 제작했습니다.
계약 당시 드라마 내용에 대한  '비밀 유지 서약'을 작성해서 이 얘긴 진짜 안쓰려했는데

끝까지 재밌습니다.

-------------------- 맺 음 말 ----------------------

10여년 전 이맘 때 양평인가 가평인가 한 리조트에서 촬영한 적이 있어요.
큰 정원에 잘 관리된 나무들이 크리스마스츄리와 함께 반짝반짝~ 너무 예쁘더라구요.
마음속으로 '이야, 정말 나무들을 예쁘게 관리하셨네. 정원 관리하시는 분들 고생이 많으시겠다' 생각했지요.
나중에 거길 지나가다 나무를 만져보고 깜짝 놀랐어요.
글쎄, 그 나무들이 모두 가짜였습니다!
'아, 이제는 가짜가 진짜를 대신하는 세상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조금 씁쓸했습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많은 분들이 '설강화'는
1. 간첩이 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
2. 안기부를 미화했다.
3. 6월 항쟁, 518 민주항쟁 등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였다.
라고 하십니다.

네, 저는 그런 입장을 100% 이해해요.
제가 그날 나무를 만져보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 나무는 잘 관리된 '진짜' 나무라 믿고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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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제 게시글로 인해 본의 아니게 기분이 안좋으셨던 부분이 있었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가족들과 함께, '설강화'와 함께 행복한 성탄 보내세요!
Merry Christmas~♥

[이곳에 오픈하우스 행사 때 촬영한 연기자 두분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댓글에 사진을 지우라는 말씀이 있어서 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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