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엄마와 여동생만 불쌍하단 남편... : 네이트판

결혼한지 겨우 3년 남짓 됐는데 30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너무 쌓인 화가 많고 폭삭 늙어버린 느낌이 들어요

4살 많은 남편과 28살에 1년 넘게 사귀고 결혼했습니다
저 아홉수 되기 전에 결혼하자며 너무 사랑한다고
절대 후회 안하게 잘하겠다고 온갖 감언이설로 현혹하더니
결혼한지 1년도 안돼서 저는 뒷전이 되더라고요

남편놈은 원래 지 가족들에게 애착이 없었어요
남편놈이 어릴 때부터 시부가 산재로 장애를 갖게 돼서
경제적 책임을 시모가 전담하면서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데

남편놈은 둘 다 싫어하더라고요
무능하면서 남들 즐길 건 다 즐기고자 하는 아빠도 싫고
혼자 돈 번다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 행세하는 엄마도 지겹다고
부모님과 살기 지긋지긋하다고 얼른 너랑 우리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요

시부모님이 집에서 싸우고 시모가 울면서 남편놈에게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너네 때매 겨우 버텼는데~ 하고 한탄하면
말없이 들어주고 나와서 저랑 술 마시면서 힘들다 지친다 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안됐어서 토닥여주고 위로해줬고요



근데 결혼하니 세상 지 엄마만큼 불쌍한 사람이 없다는듯 굴어요
요즘엔 더해서 여동생까지 너무 불쌍하다네요

결혼하고 몇 달 안 지나서부터 시모가 신혼집에 오기 시작했어요
정말 갑자기.. 어느날 퇴근하니 신혼집 앞에 시모가 울상으로 서있더라고요
시부랑 싸우고 갈 곳 없으니 신혼집에 자꾸 오셨어요

처음엔 저도 잘 지내고 싶고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생기겠나 싶어서
같이 차 마시고 밥 먹고 속상하다니 얘기 들어드리고 했죠

근데 계속 이게 이어지더니 나중엔 주 2~3회씩 오시더라고요
그리고 신세한탄 대신 제 살림을 간섭하기 시작했어요

거울을 왜 부정타게 여기에 뒀느냐, 책장에 먼지 쌓였더라, 반찬이 궁하다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싶은데 1~2시간 넘게 그런 잔소리를 들어야 하고
잔소리만 하는게 아니라 제가 바로 지적당한 걸 고치길 바라셔서
시모 보는 앞에서 반찬 새로 만들고 책장 닦고 물건 배치 새로 하고
남편놈은 퇴근하고 와서 제가 그런 꼴을 당하는걸 보면
말로만 '아 엄마 그만해~'하고 씻으러 들어가버리고
그런 날들이 한 석달 이어지니 돌아버리겠더라고요

남편놈을 붙잡고 난리를 쳤어요
왜 내가 니 엄마 하녀 노릇까지 해야 하냐고
너 대신 니 엄마 기분 풀어줄 사람 필요해서 나랑 결혼했냐고
앞으로 못 오시게 해라 했더니 불쌍한 사람이니 좀만 봐달래요



니 엄마만 불쌍하냐? 너랑 결혼한 이유 하나로 하녀 취급 받는 나는?
그렇게 한달을 달달 볶으니 남편이 뭐라 했는지 한동안 안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맘 추스리며 다시 잘 살아보고자 하는데
시부가 시모를 때린 거에요
남편놈과 시모 말로는 살면서 때린게 처음이래요

멍 들고 피나고 할 만큼 심하게 때린 건 아니지만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욕을 했대요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까지 난리가 난건지는
아직까지도 시부모 모두 말을 안해요

어쨌든 그렇게 난리가 나서 시모를 저희집에 모셔온 거에요
남편놈이 저랑 상의도 없이..

근데 또 상황이 그러니 제가 뭐라 하면 나쁜 사람 같아서
한동안 참았고 그렇게 시모가 저희집에서 5개월을 살았어요

그 5개월이 저한텐 진짜 지옥이었어요
아침저녁으로 이거 치워라, 저거 해라 시키고
저 없는 점심시간엔 알아서 밥 잘 차려드셔놓고
아침, 저녁엔 저 없으면 밥 못 먹는듯
빨리 집에 와서 밥 차려라 반찬이 왜 이러냐 난리..



시도 때도 없이 시이모들까지 집에 불러 밤늦게까지 놀고
제 옷장, 냉장고 등을 시이모들에게 보여주며
얘가 살림이 이 모양이다, 손이 게으르다 하고
그걸 시이모들은 퇴근한 저한테 훈계 한답시고 얘기하고

남편놈은 맨날 말로만 미안하다 그러고
지 엄마한텐 불쌍하다고 암말도 못하고 미치겠더라고요

이러니까 시부한테 쳐맞지 하는 생각까지 들고
뭐하는 짓이냐고 시모한테 악도 써보고 남편에게 이혼하자 하고
진짜 당장 이혼할 거라고 결심하고 난리치니 나가더라고요
자기 없으니 시부 꼴이 말이 아니라며 웃기지도 않는 핑계 대고 나갔어요



그 뒤에도 남편놈과 몇 달을 전쟁을 치뤘습니다
저는 이혼하자 너랑 정 떨어져서 못살겠다
이딴 막장 가족인 줄 알았으면 너랑 절대 결혼 안했다

남편은 우리 가족이 문제 있는건 사실이지만 너도 잘한 건 없다며
제가 시모 기분 좀 맞춰주고 여우 같이 굴면 서로 좋은데
곰처럼 무뚝뚝하니 지 엄마가 불편하고 짜증나서 더 그런거라고
개소리 하다가 다시 미안하다고 저한테 무릎 꿇고 빌었다가 계속 반복...



그렇게 개진상을 떨며 싸웠는데
시모가 더이상 집에 안 와서인지 차츰 남편놈과 관계가 회복 되더라고요
막 애틋하거나 그딴 거 아니고 시모 일만 아니면 나쁜놈은 아니지 하고
친정부모님도 왠만하면 고쳐서 살라고 이혼녀 꼬리표 달지 말래서
등신같이 또 다시 살아보려 맘 잡고 있었어요

근데 시누가 혼전임신을 했다고 결혼을 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
돈 때매, 코로나 때매 결혼식 안하고 혼인신고만 했어요
아직 남자랑 같이 살진 않고요

근데 상대가 직장 없이 피씨방 알바하는 남자애고
시누도 취업한지 1년도 안돼서 모은 돈 1천만원이 다래요



예비시댁도 돈 없다고 자기네 사는 전세집에 들어와서 함께 살자 했나 봐요
우리 시댁도 시어머니 혼자 소일거리 하고 전세집 사는거 마찬가지라 돈 없고요

결국 지난주에 남편놈이
지 여동생 어릴 때부터 맨날 싸우는 엄마아빠 사이에서 기죽어 살면서
성격도 내성적이고 큰소리도 못 내는 앤데 들어가서 시집살이 당하면
말도 못하고 앓다가 큰일 날 거라고

신혼집을 우리가 해주자네요. 기가 막혀서 뭔 돈으로? 했더니



결혼하고 3년간 저랑 맞벌이 하면서 모든 6천만원으로
신혼집 월세 보증금을 해주자네요 미친놈이??

너 그 돈 손댔다간 뒤질 줄 알라고 그게 너 혼자 번 돈이냐고
싸움이 벌어졌는데 이번에도 또 지 여동생 너무 불쌍한데
너무 그렇게 몰인정하게 굴지 말래요 나중에 갚으라 하면 되지 않냐고
퍽이나 갚겠네요 나이 서른에 피씨방 알바하는 놈이랑 애 낳고 살면서

이제 니 엄마에 이어 여동생이냐
넌 맨날 니 엄마, 니 여동생 불쌍해 죽겠다는데
나는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 나도 인생 한번이야 두번 못살아
한번뿐인 내 인생 이렇게 살긴 너무 불쌍하니 때려치우자 하고
친정으로 와버렸고 혹시 몰라 다음날 은행 가서 제 통장 거래 못하게 묶어버렸어요
다행히 그 6천만원 제 이름으로 예금, 적금 들어놨거든요



엄마는 듣더니 니 시모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뭔 집구석이 다 개판이니 도저히 더 참으란 말도 안 나온다고
그래 니 맘대로 이혼해라 하시고

아빠께는 아직 말씀 못드렸어요 출장이 잦은 편이셔서 지금 타지시라..
돌아오시면 얼굴 뵙고 말씀드리려 합니다

친정부모님이 워낙 보수적이시라 제가 이혼해야겠다고 전에 말씀드렸을 때
좀만 참아봐라, ㅇ서방이랑 잘 얘기해봐라, 좋은 시댁은 거의 없다 하셨었거든요
근데 시누한테 돈까지 다 갖다 바쳐야 한다니 친정엄마도 절레절레 하시네요

변호사 사무실 3곳 예약 잡고 내일 연차냈어요
이혼 진행하려니 속 시원하면서도 남편놈의 감언이설에 속아
이혼녀가 되버린 현실이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해서 하소연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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