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남자친구 청혼을 거절했어요.

27살 여자입니다.
2년 정도 만난 동갑 남자친구가 있어요.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만한 나이는 아니지만 전 사실 커리어도 더 쌓고 돈도 더 모으고 싶어서 굳이 결혼전제다 까진 아닌 관계였어요.
개인적으론 결혼하기 이르다고 생각했구요.
그렇다고 지금 남자친구랑 결혼안한다! 이런것도 아니었고 그냥 이사람이랑 만나다보면 언젠가 결혼도 하겠지... 정도로 여겼어요.
무슨 의미인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근데 남자친구가 청혼을 했어요.
아주 갑작스러웠는데... 관계도 좋긴 했고 지금 결혼하면 썩 만족스럽다까진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없긴 해요.
남자친구도 그걸 이미알아서 어느정도 믿고 한 걸거예요.
요즘은 결혼 합의를 보고 청혼한다던데, 진짜 청혼같은걸 받을줄은 몰랐네요...

그리고 저는 거절했어요.
이게 어제 일입니다.
근데 거절한 이유가 스스로도 납득이 안 가서, 혼란스러워서 힘들어요.

위에 쓴 이유들도 아니고, 나이가 어려서, 지금 불만족스러워서... 이런것도 아니구요.



남자친구는 평소에 밥을 먹을 때 저를 전혀 배려하지 않아요.
그게 뭐 개차반처럼 구는 그런게 아니라, 굳이 챙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를테면 둘이 시켜서 본인꺼가 먼저 나오면 그냥 바로 먹어요. 제꺼가 언제 나오든 상관없이요.
같이 퍼먹는 게 나오면 본인거를 먼저 퍼서 그냥 먹습니다. 제 그릇을 가져가서 퍼주는 게 아니라.
고기를 구워도(굽는건 번갈아서 합니다) 제게 놓아주거나 이런거 없구요.
같이 먹는 반찬이 제 자리에서 멀어서 제가 낑낑대도 가까운 쪽에 갖다놔주는 것도 없습니다.

이런게 굳이 엄청 서운했느냐하면 사실 그런건 아녜요.
여자친구들끼리도 하는 배련데... 싶긴 했지만 왜 나 먼저 안떠줘? 왜 안 기다리고 먼저 먹어? 할 일인가 싶기도 했거든요.
한번도 서운해한적없고 저도 제꺼알아서 잘 챙겨먹었습니다. 이 문제로 뭐 다툼이 된다거나 한적 전혀없구요.

근데 진짜 우습게도 어제 청혼받자마자 이런 일들이 와르르 생각난 거예요...
이게 거절이유입니다.

남자친구는 아직 받아들이질 못하고 있고,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왜냐고 묻는데 뭐라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평소에 몇번이라도 서운하다 따져왔으면 명분삼겠는데 전 그런적도 없으니까요...

솔직하게 말하기도 구차하고 웃기고...스스로 이렇게 쌓아왔었나 싶고... (실제로 평소엔 그냥 넘겼거든요)

이제 말없이 헤어져야하는지 그냥 둘러대고 좀더만날지 아니면 솔직히 얘기하고 결정을 내려야할지 혼란스럽네요.
좀 황당하달까... 황망하달까... 스스로가 웃기고 그래요.

결혼하신 선배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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