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남편이 문신을 해왔습니다.
- 썰 모음
- 2021. 5. 27.

말 그래도 남편이 문신을 해왔어요.
문신 문신 노래를 부르던 신랑. 자기는 다른 사람 시선보다는 나 자신이고 싶다는 신랑의 말에
못이기는 척 넘어가줬죠.
보수적인 집안이고 나 자신도 보수적인 사람이라
마음이 불편했지만, 보이지 않는 어깨에 하겠다고 하는 말에
그리고 웬만하면 신랑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에 그러라고 했어요.
그런데 문신하러 가는 날, 문신할 글 (그림 아님)을 보여주는데,
양쪽 손날에 긴 문구를 쓰겠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펄쩍 뛰었죠. 보이지 않는 곳에 한다고 하지 않았냐 절대 안된다고.
신랑 실실 웃으며 좋은 아이디어 같은데~ 하면서 설득하려고 하는거 정색을 하면서 절대 하지 말라고 했어요.
신랑을 보내놓고 괜히 허락했나 싶어 두근거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초조하게 기다렸어요.
신랑이 도착했는데도 도저히 문신좀 보자는 말이 안나오더군요.
그 다음날 저녁때까지 보자는 얘기를 안하다가 용기를 내서 "그래~ 예쁘게 잘 됐어?" 하고 묻자
신나는 얼굴로 보여주는데....
글쎄....
양쪽 손날에 하지 말라고 했더니
그 문구를 양쪽 팔뚝 중간부터 팔꿈치까지 약 20cm정도를 그려왔어요..
진짜.....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구요.
그렇게까지 갑자기 언성을 높인 적이 없
는데, 애들 있는데도 제가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보이지 않는데 한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이게 뭐냐고 제가 소리쳤어요
(막 샤우팅은 아니고...)
신랑은 당황하면서 손날에 하지 말라는 뜻인줄 알았다고...
말인지 방구인지.
참 어이가 없더군요.
그후로 3일째 냉전이에요.
신랑은 사태파악을 했는지 자기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걸 사과한다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저는 풀리지가 않아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제가 쪼잔하고 소심하다고 할 수 있겠죠.
뭐 용이나 해골같은 대단한 문신도 아니고 그깟 문구 새겨온걸로 이 난리를 친다구요.
촌스럽다고요.
제가 진짜 화가나는건,
돌이킬 수 없다는 거에요.
신랑은 사과를 했으니 제가여기서 몇일이고 더 꿍해있으면 이제 제 탓을 하게 되겠죠?
사과도 했는데 왜 이러냐~ 마치 용서받은 바람핀 남자들이 힘들어하는 아내들에게 적반하장으로 화내는 것처럼요.
이 일을 감당하고 이해하고 마음을 추스려야 하는 그 책임이 당사자도 아닌 저한테 넘어왔
다는게 화가 나요.
부모님들, 다른 사람들의 시선 (시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에요, 문신이 허용되지 않는 직업이죠.)
그들의 평가와 말들에 내가 뭐라고 변명해줄 수 있을까.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불필요한 감정적 노동을 나한테 주는 걸까.
그렇게 자아실현이 하고 싶으면 혼자 살때 하지
왜 결혼하고 나서 배우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때 한다고 난리일까.
진짜...이해가 안되고 개빡침이에요...
......................................................
이제 이해의 몫은 제것인데.....
정말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다들 저같은 상황이면 이해하실건가요...??
제가 정말 속이 좁은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