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결혼 안한 40대 여자가 사는 삶입니다.

저는 올해 딱 한국나이로 40살인 여자입니다 
바로 옆나라 일본만 가도 38살인데.. 하면서 툴툴대기 시작한 나이에요 
저는 어려서부터 독신주의로 살기로 마음먹었고 지금까지 독신으로 순탄하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다만 가끔 결혼하고 애를 낳았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은 생기더라구요 


저는 이렇게 살아요
시대에 맞지 않게 딸 교육을 신경써주시던 부모님덕에 석사까지 공부할 수 있었고, 졸업한 후에 바로 취업해 한 직장에서 지금까지 전공에 맞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설명하기 좀 애매하지만 기술직에 가까워요 특수직종인데 돈을 또 그렇게 많이 버는 직업도 아니고 이렇게 오래 한 곳에서 일했어도 4500 좀 넘는 정도입니다 

일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와 혼자 산 지도 정말 오래되었네요 뭐 그래도 지방이지만 대도시입니다 
내려와서 처음에 개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서 부모님에게 손벌려 오랫동안 보험료, 통신비, 식료품비를 지원받아가며 살았습니다 


제 직종엔 남자가 거의 대부분이라 새로운 여성친구를 사귀기도 힘들고 대학 친구들과 종종 연락하긴 하는데 만날 여건이 안되더라구요 
뭐 그 친구들도 대부분 결혼하고 육아하고 집안일하며 바쁘게 사니까 어쩔 수 없죠 게다가 전 지방에 있고~ 

하지만 지방에 내려온 후로 만난 두 살 어린 동생이 있는데 제가 서로 반말하고, 정말 친한 친구로 지내자고 해서 영혼을 나눈 단짝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이 친구도 독신주의에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거의 일주일에 네 번은 만나는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알바를 돌리는 자영업이라 시간이 많아 저한테 시간을 많이 맞춰줍니다) 이렇게 10년 동안 만났습니다 남들이 사귀는 줄 알더라고요 


만나면 칵테일바나 와인바에서 마시기도 하고, 영화관에서 연달아 세 편씩 영화를 보기도 하고, 둘 다 미식가라 이 지방의 모든 맛집은 다 다녀봤습니다 솔직히 이런 
것보다 서로 집에서 쇼파에 뒹굴거리며 맛있는거 만들어 먹고, 와인 한잔 하면서 수다떨고 영화보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네요 


긴 연휴가 생겼을 때는 같이 유럽여행도 갔었고, 아시아권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죄다 돌아다녔네요 서울로 여행가서 이 호텔, 저 호텔 돌아다니며 식사하고, 마사지받고, 푹 쉬다 오고.. 이 정도로 잘 맞으면 결혼을 얘랑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와 이 친구는 동성애자가 아니여서 그럴 일은 없지만요 남자를 물론 좋아하지만 결혼 걱정없이 편하게 남자를 만날 나이는 오래 전에 지났기에 만날 수가 없더라구요 독신이라고 해서 만나면 결혼얘기가 나오고, 진짜 독신주의 남성은 어디 있는 지도 모르겠고, 여러 요인들이 겹쳐서 지금은 5년 째 남자친구가 없고 앞으로 계속 없을 것 같아요 전 이제 40대니까 내 마음에 꼭 드는 남자를 만날 수 없는데 여전히 눈은 높고, 철은 안들었고... 


제가 앞으로 여기서 눌러 살 생각이라 부모님이 5년 전에 마련해주신 38평 아파트, 약 15년 동안 모아놓은 돈(딱히 여행갈 때를 제외하고 돈이 나갈 일이 없어서 꽤 많이 모았습니다), 준중형 중고차 저의 재산목록은 이 정도... 

비정규직 교수 제의를 몇 번 받았는데 딱히 하고 싶지도 않고, 뭐 이렇게 열심히 출근하다가 은퇴하면 이 친구랑 매일 놀러다니고 싶은데 그게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때까지 저와 친구가 되어준다면 고맙겠지만... 
부모님 모시러 서울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직까지 적어도 10년은 지금처럼 살겠지만요

여기까지 40대 독신주의 여성이 지방 어느 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결혼하신 분들이 아기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사시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나름 재미있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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