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괴담) 미국유학중 겪은 이야기

샌프란시스코로 유학갔던 냔이야.
지금은 심장이 벌렁거려서 일시 귀국중.

직접 겪은 일이다 보니 뭔가 드라마틱하게 오싹하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고
이런 영화같은 이야기는 절대 아니라는걸 먼저 밝혀둔다요.

나냔이 갔던 학교는 작은 컬리너리 스쿨이야.
엄청 작은 학교고 한국에 많이 알려진편이 아니라서
사실 별다른 정보도 없이 그냥 내가 꼴리는대로 팍 질러서 두달인가 준비하고 그냥 나갔어.
이게 내인생 진짜 최대의 실수였다고 본다. 학비는 그다지 싼편도 아님ㅡㅡ

쥐콩만한 학교라서 기숙사 이런건 있지도 않아.
숙소는 알아서 해결하거나,
학교재단에서 같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같은 inn에서 장기투숙하면 돼.
말이 inn이지, 그냥 게스트하우스야.
학교 교정에서 좀 떨어진 교외에 일반 가정집들 있는 곳에 있어.
100년도 넘었다는 3층짜리 목조가옥을 학교측에서 사들여서 인으로 개조한거래.
방은 여러개 있는데, 아침 저녁만 되면 전쟁통이야....
방에 비해서 인원수가 겁나게 많아서 그럼. 한방에 침대 여러개 넣어두고 3~5인까지 룸쉐어 하는 시스템이야. 그럼 방값을 나눠내니까 훨씬 싸짐.

나냔이 여기 오기전에 홈페이지에서 사진으로 봤을때는 완전 괜찮았어.
좀 노티나는 인테리어긴 하지만 쨌든 넓어보이고...
또 밑에 주방도 쓸수 있어서 학교 끝나고 예습 복습 직접 할수도 있어.
나가서 밥 안사먹어도, 장봐서 직접 해결할 수 있어서 식비도 굳는다면서
학교측에선, 버짓이 빠듯한 인터네셔널 학생들은 여길 이용하라고 엄청 홍보 멘트 날리더라구.
그거에 낚인건데.... 암튼 ㅜㅜ 사진빨 이야기는 해봤자 입만 아프고 ㅜㅜ 아오 내가 진짜 열받아서..

나냔은 젤 싼방에 있었는데...
방 예약은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처음에 2층 5인실을 잡았어. 방값 자체는 비쌌는데 이미 4명이 있어서 나까지 나눠내면 더 싸진다길래...
근데 출발 일주일전에 메일와서 방 문제로 전화가 필요하다는거야.
결국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돈나가는 국제전화로 좀 싸우게 됐어.
내가 예약한 방이 사정상 다른 사람이 미리 들어와서 취소를 해야된대. 이게 말이 돼?
장기투숙이라서 반은 이미 결제했는데,
그걸 신용카드로 다 환불해주는건 지네 리펀드 폴리시상 어렵고 어쩌고..말도 안되는 말을 하더니
다른 방이 있으니까 거기로 하는게 어떻겠냐고 꼬시는거야.

3층에 다락방인데, 원래 방값은 비싸지만 2인실이니까 다른 룸메랑 반 나눠내면 되고
나한테는 더 할인도 해줄수 있고...3층이니까 뷰가 좋고 어쩌고...

출국 일정도 일주일밖에 안남은 상황.
다시 다른 숙소 구하느라 인터넷 뒤지고 ㅜㅜ 이러기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짜증나는김에 오케이 해버리고 끊었어.

암튼, 직접 와서 겪어 보니까...
3층 방이 원래 투베드룸인데 나냔 갈때까지 아무도 룸메로 안들어와서 나냔이 방값 다 내야했음...
이것도 일종의 사기지만...계속 얘기하면 너무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좀 줄이겠음.

3층 구조가 어떠냐면 목조계단-복도를 사이에 두고 나냔방이 있고 건너편에 쌍둥이처럼 다른방이 하나 더 있음.
나냔 짐끌고 올라갈때 보니까 옆방엔 아줌마가 애들 둘 데리고 와서 있는거 같더라고.
여기학교엔 주로 아줌마들 많이오고 애들이나 가족들까지 같이 오는 경우도 있는거 같았어.

밑에 2층은 방이 3개 있고 제일 넓어서 메인이야. 여기가 제일 방값이 비싼 대신에 대부분 3인이상..보통 5인씩 있었으니까, 막상 실제로 개인이 부담하는 돈은 제일 싸다는거 같아. 그래서 젤 인기 높음. 방도 제일 크고 가구나 화장실이 잘되어있대.
여기엔 키큰 젊은 여자애들하고 아줌마들이 끼리끼리 뭉쳐서는 룸쉐어 하면서 많이 있는거 같았어. 3개방에 거의 꽉찬 느낌.
1층은 엄청 넓은 스위트룸 개념의 방이 두개 있고, 주방있고, 주방옆에 주로 남자냔들 묵는 벙커베드룸 있고, 인키퍼방 있고 그랬음. 남자냔들은 주로 젤 싼 벙커베드룸 쓰는거 같았음. 그방엔 화장실이 따로 없던데 어디서 씻고 싸는지 아직도 모르겠음.


아무튼 처음 딱 도착해서 내방 보니까 방은 완전 좁고...여기에 어떻게 침대를 두개나 들여놨는지 미스테리 같은거야.
침대 밑에 4칸짜리 서랍이 붙어있는게 끝. 쓰던방이 맞는지, 아예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기는 하는지...
침대커버 위에는 나무씨앗 같은게 덕지덕지 붙어있고-_- 다락방이니까 ㅅ 자 모양으로 천장 각도가 꺽이는 부분엔 거미줄 붙어있고 그랬어.
10시 도착해서 3시간동안 내가 물티슈 꺼내서 쓸고 닦고 하느라 죽는줄 알았음.
비행기 타고 도착해서 다시 버스갈아타고 오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잠도 못자고, 짐도 못풀고
제일 처음 해야 되는게 내돈내고 온방에서 청소부터 해야돼...진짜 화딱지가 나잖아 ㅜㅜㅜㅜ
처음엔 억장이 무너져서 환불 해달라 할까..항의할까 했는데 내려가보니까 인키퍼는 6시에 몽땅 퇴근하고 아무도 없.엉.
더러운거, 벌레나온거, 먼지 나온거, 서랍장 닦으니까 나오는 정체불명의 꼬불꼬불한 털^^들 화장실에서 나온 갈샐 머리카락 뭉텅이들...이런거 다 핸드폰으로 사진찍어두고 그 주일 쉬는날 날잡고 인키퍼한테 항의했더니
하는말이 "아 그래? 너 한테 이거 줄테니까 나가면서 문앞에 이거 걸어두고, 메이드보고 청소 깨끗하게 하라고 전해줄게."

이 멘트가 끝이었음. 적어도 환불이나 디스카운트가 안되면 사과라도 해야되는거 아냐??? 아오...


그렇게 한달반 가량 학교생활을 하면서 지나갔는데..
작은학교, 촌동네 외곽이라 아시안이 한명도 없는건 알겠지만
같은 클래스 냔들이 나만 보면 수근거리고 좀 피하면서 꺼리는게 티가 심하게 나.
이게 그 텃세인가 싶어서 나냔은 더 소심해지고, 움츠러들고...
이론 수업시간엔 늘 나만 혼자 맨앞에 앉고 그랬어.
실기 수업중엔 보통 4~5명씩 팀 만들어서 팀별로 진행했는데 이때도 거의 나랑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호주에서 유학온 할머니하고, 레즈비언 멕시칸 아줌마하고 거의 셋이서만 했어.
다들 처지가 비슷하겠거니 하고서.

fundamental 과정 끝나고 종강기념으로 같은 클래스 사람들끼리 술자리가 생겼어.
동네 다운타운 내려가서 맥주 먹으면서 적당히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우리 클래스가 유달리 인원수가 적고, 거의 대부분이 학교 inn이나 근처에서 묵어서 친해서 보기좋다고(응? 나는 ㅡㅡ;?)
학교 선생 몇명하고 인키퍼 알바하는 여자애까지 다 같이 따라왔어.

그러면서 술들어가고 이야기가 나온거야.
나도 술 먹다보니까 너무 울컥해서...진짜 그땐 서럽고 외롭고 그랬거든 ㅜㅜ
특히 나 싫어하는게 눈에 보이는 같은 클래스 아줌마 패거리가 있었어.
맨날 지네들끼리 뭉쳐다니고, 수업끝나면 맨날 나냔한테 은근슬쩍 설거지 떠밀고
패실리티 매니지먼트 할때도 걸레빨고 쓰레기통 치우고 이런건 내가 자원했다고 나 시켜놓고
지들은 우아하게 빨래된 수건이나 접고 있고 그래. 샹뇬들.

얘들한테...니네들 진짜 나한테 왜그러냐
나 싫어하는 이유좀 알려달라고 술김에 말도 안되는 영어로 막 소리소리질렀어.

그랬더니 스페인에서 왔다는 비취중의비취 아줌마가 그러는거야.
나땜에 잠을 못자겠대. 자기네 3명이 바로 내방 아래 2층에 묵고 있는데
새벽 12시만 넘어가면 가구를 심하게 옮기면서 드륵드륵 끄는소리 나고, 물소리나고
아주 너무 시끄러워서 다들 매일 잠을 설친다는거야.

나냔이 여기서 좀 뜨끔했던게...
내가 좀 늦게 자는게 사실 맞아;
일찍자면 3시에 자는편... 왜냐면, 돈 아낄려고 근처 파머스 마켓가서 장봐왔다가
공용 주방 냉장고에 짱박아두고 주로 저녁은 만들어 먹는 편이었는데
공용 주방은 주로 저 아줌마 패거리들이 일찍부터 차지하고 앉아서 안비켜주거든. 걔네들 다먹고 나가길 기다렸다가 쓰려면 9시가 넘는데...그럼 대충 빨리 해먹고 치우고 내방 올라오면 적어도 10시 반이 넘는단 말이야 ㅜㅜ
그럼 그때부터 안되는 영어실력가지고, 오늘 배운거 복습해야지
숙제있음 숙제해야지...내일 배울부분 대충 한번이라도 훑어보고 가야 알아듣기라도 하니까...또 책읽어 봐야지...
이러고 씻고 머리말리고 보면 보통 새벽 3시더라고.

나냔은 나름대로 조용히 한다고 했는데
집이 워낙 낡은 100년넘은 목조가옥이라서 아래층까지 들리나 싶었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말이 안되는 부분도 있는거야.

내방에 가구라고는 서랍딸린 침대 두개밖에 없는데
가구를 끌다니 무슨 말 ㅡㅡ?
그 무거운 침대를 무슨 이유로 나냔이 매일밤 이리 옮기고 저리옮기고 하겠어...설사 그럴 힘이 있어도 방이 좁아서 못해.

그래서 순간 멈칫 했다가
다시 막 따졌어.
내방에 퍼니쳐라고는 침대 두개밖에 없어서 옮길수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니네가 확인하고 싶으면 당장 가서 직접 올라와보라고.
그러면서 나도 지기싫은 마음에 구라도 좀 쳤어.
나냔은 피곤해서 늦어도 11시면 팍 자버리는데 뭔말이냐고 우겼지.

그랬더니 얘네들도 좀 당황하기 시작하는거야. 진짜로 11시에 자냐구...가구 안옮기냐구...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지만..암튼 나냔도 걍 우겼어.
가구 옮기고 싶어도 카우치 하나 없고, 잠도 일찍 잔다고.
이상한 이야기로 나 괴롭히지 말라고 막 소리소리 질렀더니 분위기 쌔- 해지면서 어색하게 조용해졌음.

그때 같이온 인키퍼 여자애가 날 거드는데...(얘는 인키퍼 알바 하면서 공짜로 뒷방가서 자고, 낮엔 학교밑에 카페테리아 데스크에서 알바하고 월급대신 수업료 안내고 수업 일부 시간내서 같이 청강하고 그러는애야)
이게 결정적인 말이 된거야.
걔말에 의하면 이 집이 100년도 넘은 집이라 귀신이 종종 나오는데 그거 때문에 과거에도 컴플레인이 종종 있었대.

스페인 아줌마랑 룸메들 얼굴 허옇게 질려가지고
말도 안된다고 화내면서 술자리 일찍 파토내고 가버렸음.
나가면서도 나보고 거짓말 하지마!! 이러면서 엄청 화내고 갔어.

그리고 다음날 직접 확인하겠다고 10명도 넘게 내방 올라와서 문열어 보더니 다들 기겁을 하는거야.
진짜 끌고다닐 가구가 없거덩.
심지어 옆에있던 캐나다 아줌마는 자기는 물소리를 매번 왼쪽에서 듣는데 내방 화장실은 오른쪽에 있다면서 막 부들부들 거려.
그 와중에도 스페인 비취냔은 나보고 침대를 밀어보라고 시키는걸 잊지 않았음.
ㅡㅡ 그걸 내가 어떻게 밀어...

마지막으로 이냔들이 기겁을 했던거는, 당연히 내방 바닥이 나무바닥일줄 알았대. 득득 끄는 소리 때문에.
근데 내방 바닥은 나무로된 마루가 아니고
카페트 박혀있는 전형적인 미국집 바닥이었거든.
2층 방은 방마다 달랐어. 좀 비싼 방은 나무바닥에 카페트를 덮개처럼 얹어놓은데도 있고, 내방처럼 붙박이 카페트바닥인데도 있고, 아예 나무마루인데도 있고 그럼.

그니까 카페트바닥에선 실제로 내가 뭘 진짜 끈다고 해도
걔들이 듣던거 같은 드윽드윽 끼익끼익 소리가 못나잖아. 그거땜에 기겁을 하면서 겁을 먹더라고.
그리고선 자기네들끼리 확신을 한거지. 내가 구라치는게 아니라는걸.


그 다음부터 내 학교생활이 엄청 편해졌어. 아줌마들이 괴롭히는것도 줄어들고...여전히 데면데면하긴 했지만
나도 피해자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말이라도 한번씩 걸어주더라.

2층 다른방 묵는 여자애하나는 나한테 와서, 니방에 귀신있다고 이야기가 파다한데
당장 인키퍼한테 항의하고 방 바꿔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래.
자기도 4명 묵는방에 룸쉐어 하고 있었는데...샤워하는 중간에 샤워부스 밑에 하수구 뚜껑을 열고 쥐가 올라와서ㅡㅡ
기겁을 하고 항의를 했더니 바로 1층 젤 좋은 방으로 같은 가격에 바꿔줬다는거야.
나냔은 샤워중에 하수구 뚜겅을 열고 쥐가 올라왔다는게 더 쇼킹했음.

그리고 이때부터 스페인 아줌마랑 단짝 친구인 캐나다 아줌마의 생쑈+육갑이 시작됐는데
내생각엔 이냔이 약간 공주과에 푼수끼도 좀 있고...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그런게 좀 있는거 같았어.
이냔이 자기가 귀신을 볼줄 안다면서, 캐나다에 있는 자기 남친도 영적인 능력이 있대.
자기가 밤새 고민하고, 남친하고도 통화를 해봤는데
내방에 남자 귀신이 아주 오랫동안 살고 있고...너무 오랜시간 살아와서 이젠 위로 올라가고 싶어한대.
그러면서 자기같은 사람이 오기를 그동안 기다려 왔다는게 느껴진다는거야.

이냔 육갑떠네 ㅡㅡ 지금생각해도 어이가 읍다 진짜.
술자리에선 뭔소리냐면서 내가 내는 소리라고 소리소리 지르던애가 이제와서 귀신볼줄안다고? 얼씨구.

근데 또 이냔 룸메들은 다 이냔한테 낚여가지고는 덜덜덜 거리면서 같이 기도를 하자는둥 꼴갑들이야.
하루는 이냔이 저녁먹고 내방에 올라와서는
눈 지그시 감고서 이쪽에서 느껴진다는둥 하면서 한동안 내방에서 쑈를 한적도 있어.
그러면서 하는말이, 자기랑 자기 남친이 오늘 하루종일 기도를 했고
그 기도에 미카엘이 응답을 해서
내방 남자귀신을 좋은 곳으로 인도해서 갔대. 앞으로는 나쁜일이 안생길거고
내가 혹시나 아직도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면 미카엘이 자기 기도에 응답해서 언제나 내 뒤에 붙어서 나를 지켜줄거니까 안심하라는거야.

육갑떤다ㅡㅡ 아오 이냔이...이러면서도 긴장빠는 표정으로...응응응 고마워 겁났어...이러고 나냔이 연기를 할수밖에 없었어;

왜냐면..사실 이때부턴 내심 나도 많이 찔렸어;
이냔들은 사이코짓까지 해가면서 귀신이라고 철떡같이 믿고 있지만
사실 새벽3시 소리의 원인은 나냔이잖아 ㅜㅜ?

가구 끄는 소리는 절대 내가 내는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나놓고 생각해보니까...한국에서도 나냔이 슬리퍼 신고 집안에서 싸돌아 다니면
엄마가 등짝을 후려치셨거든. 슬리퍼 닥닥 끌고 다니지말라고...
그리고 결정적인게...2시넘어서 샤워하고 나온 머리 말라고나서 옷을 갈아입어야 잘거아냐.
그럼 속옷이랑 잠옷을 꺼내야 하는데...
옷장이 침대밑에 미닫이 서랍장 밖에 없어. 이게 낡아서 조용조용한다고 해도 드륵드륵 소리는 좀 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슬리퍼 끄는 소리+ 서랍장 열고 닫는 소리를 아래층에서 듣는거 같아.
거기에 샤워한다고 물소리 내지...그럼 딱인거야.

그러니까 갑자기 엄청 미안해지고..팍팍 찔리더라.
얘넨 암만 미운짓해도
나 때문에 한달반을 넘게 잠을 제대로 못잤다는거 아냐 ㅜㅜ

그래서 캐나다냔이 미카엘같은 헛소리를 한시간넘게 해대면서
내손잡고 같이 기도를 하자는둥, 원하면 자기 랩탑으로 캐나다에 있는 자기 남친이랑 화상으로 연결해서 축복을 빌어달라고 연결해주겠다는 개소리를 하는데도 다 들어줬어.

이미 나냔은 귀신들린 방에 불쌍하게 혼자 자는애로 온 학교에 다 소문이 퍼져있는데
이제와서 사실은 귀신이 아니고 내가 소리내는거다...이럴순 없잖아 ㅜㅜ
일이 너무 커진거임...
이 무렵엔 학교 선생들 귀에도 내방 이야기가 퍼져서
아침 수업시간이랑, 점심후엔 내가 좀 졸아도 다들 이해해주는 편이었음.

이때부터 나도 어떻게든 서랍장 조용히 열려고 노력하고, 슬리퍼소리도 안나게 발끝들고 다니고 그랬더니
캐나다냔이랑 스페인냔은 서로 미카엘의 가호가 통했다는둥 하면서 얼싸안고 좋아하더라.
클래스 내에선 캐나다냔의 말도 안되는 영능력이 진짜처럼 퍼져서 이냔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음.



근데....
나냔은 좀 의아했던게, 내 옆방에 묵고 있는 아줌마랑 애들 가족말이야.
한번도 학교에서 본적이 없어. 오후 7시쯤이면 해가 지든 떴든 어김없이 방으로 들어가서 맨날 애새끼들은 겁나 시끄럽게 떠들거나 싸워대고, 아줌마는 애들 말리느라 정신 없고...소리 다 들리거든.

근데 학교 교정에선 두달이 넘게 코빼기도 본적이 없으니까 좀 이상하잖아.
학교가 넓은 편도 아니고, 클래스도 몇개 있지도 않아서 왠만한 냔들은 지나가다 다들 얼굴 한번씩은 보게돼.

그래서 인키퍼한테 물어봤어. 근데 나냔 영어가 서투니까 이냔들 처음엔 잘 못알아듣고
계속 what's that? what was that? 이러기나 하고ㅡㅡ
인에서 자주 보는 사람인데 학교에선 잘 안보인다고 다시 물어봤더니...
그럴수 있대. 학생들만 사용하는 인이 아니라서 가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오는 경우도 있대.
얼마전에도 노부부가 왔다갔다고 그러는거야.

실제로 이동네 해변가 하나가 꽤 유명해서 주정부에서 꽤 밀고 있는 관광지이고, 따로 공식홈페이지도 있거든.

그런가 보다...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더 이상하잖아. 무슨 관광객이 두달넘게 장기 투숙을 해?

그래서 담날 다시 물어봤어. 이번엔 밤새 워드로 영작해서 달달달 외워가지고
좀 단디 알아듣게 물어봤엉. 이게 나냔 영어 실력의 한계야 ㅜㅜㅜ

"3층 옆방에 사는 애 둘있는 아줌마네도 관광온거냐..되게 오래있는다.
관광객 아니면 혹시 밑에층 인키퍼하는 알바생 여자애처럼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냐..."

실제로 인키퍼 알바생 여자애(술자리에서 귀신얘기 꺼낸 냔)는 주방뒤로 딸린 작은 방에서 숙식 제공받거든.
그래서 옆방 아줌마네도 학생들 학교가고 나면 방정리 해주는 메이드 아줌마들중 한명인가 싶기도 했어.

그랬더니 이 아저씨가 깜짝 놀라면서
뭔소리 하는거냐고 하는거야. 3층엔 제공하는 방 하나밖에 없고
내 옆방은 창고라서 손님들한테 제공하는게 아니래.

이때까지도 나냔은 또 내 영어가 구려서 미스커뮤니케이션 됐거나
둘중 하나가 제대로 못알아듣고 딴소리 하는줄 알았음.

창고든 뭐든 암튼 내 옆방엔 분명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갈색머리 통통한 아줌마하고 남자애, 여자애 둘 살거든.
아직 해뜬 6시에도 종종 보는구만 뭔소리야...
저녁 해결하고 올라오면 착한 아줌씨가 복도 계단 등도 매번 켜놔서
내가 손도 안닿는 등 켤려고(이거 줄잡아 댕겨야 켜지는 등이야)
매번 고생할 필요도 없고...진짜 매너있거든. 복도 불이 밝아야 방문 열쇠 넣는게 훨씬 편함.

가끔 애새ㄲ1 들이 너무 싸워대는 통에 가서 노크 두어번만 해주면 조용하게 잘 마무리되고
...
나냔이랑 같은 팀 해주는 호주 할머니랑 레즈비언 멕시코 아줌마 말고도
말한마디 잘 안통하는 먼 미국땅까지 와서
이 학교 다니면서 싸가지없는 다른냔들 사이에서
그래도 매너있는 편이고, 나냔 피곤하게 안하는 사람들중 하나인데
뭔소리야...

그래서 계속 했던말 또하고 또하고 하다가
내가 화가나서 그럼 귀신이라도 된단 말이에요? 이랬더니
인키퍼 아자씨 갑자기 말이 뚝 끊기고 분위기 이상해지더라.
나중에 알고 봤더니 미국에선 살아있는 사람들한테 귀신이냐는둥 이런 생명가지고 하는 농담을 암묵적인 금기처럼 하는게 아니라며;?

암튼...결국 열쇠 가지고 올라와서 옆방 문 열어서 보여줬는데
나 그때 너무 놀랐어.
진짜 그냥 창고더라고.....사람이 셋이나 들어가서 살수가 없어. 정리 안된 가구들이며 침대 이불보며 이런거 잔뜩 들어있는 그냥 창고야.
주로 투숙객들 학교가고 나면 메이드들이 올라와서 청소도구 꺼내가고 이런데로 쓴대.

나냔이 정신도 없고 그러니까 창고 쓰는 메이드 한명 잘못봤나보다 했어.
근데 메이드는 정시퇴근이라서 7시 넘어서 까지 여기 있지 않는대...애들도 없고.

그리고 나서 그날, 나보고 짐싸라 하더니 바로 1층 방으로 방바꿔주더라...

나는 그날 한국으로 전화해서 부모님 도움으로 성수기에 비행기표 예약잡고
학교 휴학하고 7월초에 한국으로 다시 들어와버렸어.

이게 끝이야...다시 가긴 가야되는데 어째 마음이 아직도 안난다 ㅜㅜ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