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하겠다는 딸, 어떻게 말려야 할지.. : 네이트판
안녕하세요. 와이프랑 같이보려고 글을 써봅니다. (와이프가 글솜씨가 없어 저보고 쓰라고 함)
저희 부부는 올해로 결혼 18년차이며, 중2 딸아이와, 고2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요즘 골머리를 앓고있는게 한가지 있는데요.딸아이가 아이돌(걸그룹)을 하고싶어합니다.
처음에 걸그룹에 관심을 보인게 초등학교 4학년때 일겁니다.갑자기 학교마치고 달려와서는, 엄마 아빠 나 가수할래 아이돌할래 그러길래,어어 그래~ 아이돌 해~ 했지요.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티비속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들이 얼마나 화려해보이고 예뻐보였겠습니까..근데 그게 이어져 4년이나 올줄이야.. 아주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그간 과정들을 보면.. 초4시절 이후, 어디서 얘기를 듣고온건지, 인터넷 검색을 하고왔는지,자기도 댄스학원, 노래학원 보내달래서, 집사람이랑 슬쩍 눈빛맞추고, 시험점수 평균 90점 넘겨오면 보내줄게~ 했는데 5학년 1학기에 정말 평균 90점을 넘기더라고요. 매번 평균 70점대에서만 놀던 딸아이가요.
시험점수 받아왔으니 학원 보내달라길래.. 약속은 약속이니, 댄스학원을 보내줬고요. 보컬학원은 친한 지인이 하는 학원으로 보냈습니다.제가 대학교 재학시절, 그 친구와 가요제에 나가서 대상을 타고 당시 카메라맨이 아는 PD에게 발탁되어 무명가수시절을 잠깐 보냈었거든요. 보컬학원하는 그 친구도 가수생활을 하다 지금은 학원차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무튼, 잡설이 길었습니다.
그 친구한테 학원끊어주며 딸아이가 가수에 대한 마음을 접게끔해줘~ 부탁한다~ 라고 했고,친구는, 일단 무슨 말인진 알겠는데 그 피가 어디 가겠냐~ 하더라고요.
딸아이 데릴러 왔을때 몇번 좀 일찍가서 보컬연습하는거나 춤연습하는걸 봤는데사실 춤은 잘 몰라서 잘하는건지 마는건지 모르겠으나, (선생님말론 연습하면 늘수밖에없다고 하긴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노래는.. 제가 듣기론 영 아닌것같더군요. 그냥 냉정히 말하면 연예계쪽에 소질이 없는것같습니다. 친구도 말하길, 아빠가 보고있어서 부끄러워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그간 지켜본결과, 굳이 배우지않아도 재능이 있다면, 뭔가 보여야하는데 가수할만큼의 보컬재능은 보이지않는다 하고요. 점점 저도 딸아이를 말려야겠다 결심을 했고, 집사람도 그말에 동의를 하더군요.
딸애랑도 집오는 차안에서 얘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왜 아이돌이 하고싶어 그냥 단순히 사람들앞에 나서는게 좋은거야? 아니면 화려하고 예쁜게 좋은거야? 하니, 사람들 앞에 나서는게 좋은건 아니고, 모르겠대요 어느날 티비에서 무대를 하는 아이돌을 보는순간, 저기에 내가 서야겠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하고싶답니다.
딸한테 차마, 그런데 너는 애석하게도 재능이 없어 라고 하려다가 그말을 꾹 참았고,
일반고교 말고, 예고를 진학하고 싶다는 딸아이 말에,
아빠도 젊을적 노래한다고 돌아다니다 결국 직업으로 삼진 못해, 어떻게보면 시간을 날린꼴이되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다니고 사랑하는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꾸리고 하는데까지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더많은 시간이 들었다고 지금 때를 놓치면 너도 아빠처럼 후회를 하는날이 올수가 있어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것 역시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에 제가 노래할땐 그바닥은 억압과 규제 그자체여서 하고싶은것과 할수있는것 간의 괴리로 깊은 회의를 느껴 그만두었던 터라, 딸애에게 그런걸 알려주고싶지 않았습니다.
딸아이는 제가 젊을적 가수 생활을 했다는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집사람도 그렇고 시간이 하도많이 지나기도했고 굳이 알리고 싶지않아 말을 안했었습니다.
그래서 딸애에게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과 그걸 바탕으로 진로를 다른것으로 바꾸라는 말을 하고싶은데 그러기엔 모순점이 생기죠. 왜 아빠는 했는데 나는 못하게 해? 라는 역질문을 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저 왈가닥이라면 저 질문을 백번은 하고도 남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참 고민점이 많습니다.
당장 딸래미는 예고가서 본격적으로 가수를 준비하고 아이돌을 하고싶다하지,딸애에게 재능이 없는걸 아는 저는 그걸 말려야하는데 이걸 뭐라고해야할지 모르겠지,
그리고 제가 아이돌 영상을 몇몇 찾아보니 다들 늘씬하고 예쁘게 생겼더군요.
딸애가 지금 중2인데 166가량인데 엄마아빠 키닮는다면 더 커서 170은 되겠지요.또 제눈에는 너무 예쁘고 눈에넣어도 안아플 딸애지만, 정말 객관적으로 보자면 얼굴이.. 연예인할 얼굴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합니다.
아빠씩이나 된사람이 딸애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야하는데, 연예인 지망생의 하나로 딸애를 보자니 정말 엉망진창이 그지없습니다.(집사람한테 뭐 이렇게까지 말하냐 혼나겠네요)
재능은 축복이지만, 어설픈 재능은 저주 라는말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데요.그 말에 매우 깊히 공감하는 바 입니다.
저 역시도 저 말에 부합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주에서 벗어나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서 지금 현재는 네가족 입에 풀칠하는데엔 겨우 무리없이 생활하고 있지만,딸애가 제 모습중 닮지 말아야할걸 닮는다니 속상하고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