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가 힘든이유 알려드림 : 네이트판

결혼 후 아들하나 낳고 1년 전업하다 뛰쳐나와서 복직한 아줌마입니다.
지금 둘째 6달째 임신중이고요,
솔직히 생살찢어 애 낳고 젖먹이 키우는것보다 둘째를 일년은 키우느라 집에서 또 전업해야 되는 부분이 제일 심란하네요.
이번에는 어떻게든 시터를 쓰려고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1. 사회와의 단절

직장 다닐땐 마음이 맞던 안맞던 아무튼 '대화'는 통하는 성인들과 함께 지냅니다.
하지만 육아하며 전업하게 되면 기껏해야 '부부 음마 빼빼' 이런 의성어만 내뱉는, 전혀 대화가 안되는 아기와 하루종일 함께 지내게 됩니다.
거의 하루종일 대화없이 지내다보면 자연히 저녁때 퇴근하는 '대화 통하는 성인'인 남편만 기다리게 되고요.
물론 맘카페 등 엄마들의 커뮤니티가 있긴 하지만,
아기 키운다는 것 외에는 전혀 공통점도 없는 사람들이고.
아무래도 함께 같은일을 하며 성취감을 나누던 직장동료들 만큼 유대감을 나누긴 힘들더군요.
이런 생활이 1년만 지속되면 사람이 사회성도 팍 줄어들고 피폐해집니다.





2. 성취감, 노동의 댓가 없음.

회사를 나가면 승진도 하고 돈도 벌지만, 육아하고 집안일하는건 돈도 안되고 커리어를 깎아먹기만 하죠.
돈도 뭣도 안되는데 연차도 안나오고 휴식도 없고 변화도 없이 끝없이 주어지는 단순노동적인 일감들.
거기다 만약 남편까지 전업주부를 무시하는 성격이라면, 그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3. 사생활 없음

적어도 두돌(2년)전까지 아기는 엄마의 사생활을 전혀 존중해주지 않습니다.
똥눌때도 화장실 문을 치면서 울어대서 나오려던 똥도 도로 들어가버리고요. 덕분에 전업 내내 변비로 고생했습니다.
밥 한끼도 넋놓고 편한히 못 먹습니다. 그냥 24시 대기조죠.
전 밥 못먹게 다리 두드리는 애땜에 몇번 얹히고는, 그냥 애 낮잠잘때랑 늦은밤에만 밥 먹고 애 깨어있을땐 아무것도 안먹었습니다.
그냥 인간의 의식주와 생리주기가 죄다 뒤틀어집니다.



4. 잠도 못잠

애기는 생후 3달동안은 '밤잠'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엄마 역시 석달동안 제대로 못잔다는 이야기죠.
신랑도 도와주긴 하지만, 신랑은 다음날 출근해야되니 밤에 눈뜨고 아기를 케어하는건 주로 엄마의 몫입니다.
이렇게 두세달 제대로 못자면? 사람 성질이 한계까지 더러워지더군요.





5. 불평도 못함

직장 다니면서는 상사욕, 힘들다는 불평. 얼마든지 들어줄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소연만 해도 마음이 풀어지는 면도 있고요.

그런데 애키우고 살림하면서 힘들다하면?
너가 선택해서 키우는 애인데 왜 징징대냐고 하더라고요?
엄마 자격도 없다 하고요.
그럼 본인이 선택해서 직장다니면서, 직장욕 상사욕은 왜 하시는지..
저는 아기를 사랑하긴 하지만. 전업하며 애 키우라면 다시 못할것같습니다.
애 키우면서 몇번이나 X발X같다고 욕도 했고요.
특히 한 사흘째 전혀 단1분도 잠을 못자고서 바닥에 퍼질러진 설사랑 똥기저귀를 치울때, 진심으로 욕이 나왔습니다.
정말 죽을것 같았거든요.
근데 이런 이야기를 누구한테 하면, 엄마가 그래도 되냐는 말만 듣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속으로 삭입니다.



이런 점들이 전업의 힘든점입니다.
솔직히 아이가 초등학생 쯤 되는 전업주부의 고충은 아직 잘 모릅니다. 나름 힘든부분이 있겠지요.

아무튼 남편이 퇴근후 잘 도와준다해도, 전업의 단점들은 극복되기 힘든 부분이 있더군요.
특히 보람도 대가도 없이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불평조차 허용되지않는 사회분위기는 어떻게해도 해결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저는
제월급을 죄다 시터한테 쓴다고해도
그냥 둘째부터는 시터에게 맡기고 계속 일하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제 결정조차 '엄마답지 못하다'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일단 저부터 살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전업하는 1년간은 '힘들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목둘레에 올가미가 조금씩 조이고 제 살이 조금씩 깎여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진심으로요. 인간으로써, 사회인으로써, 성인으로써의 나 자신이 소멸되는 기분.
그걸 전업은 힘들다..라는 단순한 말로 설명이 될지 잘모르겠습니다.


-------

댓글보고 추가합니다.
저도 신랑한테 내가 돈벌테니 너가 애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제왕절개였고, 수술한지 두달도 안되서 내가 나가서 일하겠다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퇴근 후 잘 도와줄수는 있지만 전업은 싫다고 완강히 거절했고요.

그도 그럴것이 신랑은 제가 출산직후 유선염으로 앓아누워서 한 일주일간 본인이 애기 본 적이 있거두요.
그때 와 신생아 돌보기란 진심 X발X같구나 란것을 깨달은거죠.
실전을
애도 안낳아본 20대들이나 애기돌보기를 1도 도와본적 없는 아저씨들이 뜬구름잡든 지껄이는 전업이 뭐가어렵냐 이딴 소리가 아니라
실전을 겪어본 남자들은 절대 그딴소리 못합니다



사나흘쯤 잠을 못자게되면요.

일단 인간이 잠은 자야되지 않겠어요?
ㅎㅎ


ㅡㅡㅡㅡㅡ

자꾸 둘째는 왜 가졌냐고 물어보셔서 피치못하게 또 추가합니다.

피임실패 맞고요, 신랑과 저 둘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임신 상태로 야근하고 주말추가근무 잡고
신랑은 투잡뛰면서 맹렬하게 시터비를 모으고있는거죠.

애를 애엄마가 안보고 시터가 본다는 자체로 비난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건 도저히 못 할것 같아서 안하렵니다.
죽을것 같아요 진짜.
저랑 신랑 둘다 진심으로 전업 거부했습니다. 서로 내가 돈벌겠다 니가애봐라 싸우다 그냥 시터쓰기로 결론냈어요.




차라리 일도하고 애도보는 워킹맘 할래요.
그냥 배 찢어진지 (첫째 제왕이라 이번에도 수술해야됨) 몇달만에 복귀해서 복대차고 일할래요.

워킹맘은 적어도 회사에서 밥먹는 시간도 주고, 점심시간에 쪽잠도 잘수있고, 수다떨 친구도 있고, 똥도 문닫고 편안하게 쌀수 있잖아요.. 돈도 주고요.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